국내 C형간염 치료제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제파티어'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C형간염 유전자형 1형 및 4형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건강보험급여가 적용된 이후, 급여 출시 반년만에 유전자형 1b형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차지하며 괄목할만한 성장 곡선을 이어가고 있는 것.

이에 본지는 2017년 C형간염 가이드라인 개정판의 제정 위원으로 참여한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정일 교수를 만나 제파티어의 성장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정일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정일 교수

C형간염 가이드라인, 1b형에 포커싱

C형간염 유전자형 1a형과 1b형이 대부분인 서양권과 달리, 국내 C형간염은 1b형 환자가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2형이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1a형은 소수에 불과한 상황이다.

환자군이 이렇다보니 이번 국내 C형간염 가이드라인도 1b형에 초점을 맞췄다.

이정일 교수는 "이번 국내 C형간염 가이드라인은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국내 환자가 가장 많이 포진되어 있는 1b형에 포커싱이 맞춰졌다"며 "또한 2015년 가이드라인 개정 이후 새롭게 국내에 출시된 효과 좋은 치료제들과 내성관련변이(RAS)에 대한 내용도 자세하게 포함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C형간염 가이드라인 2017년판에는 '제파티어(성분명 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와 '비키라/엑스비라(옴비타스비르+파리타프레비르+리토나비어)'가 가장 높은 근거수준인 A1 등급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교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효과 좋은 약물들이 새롭게 추가돼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진료 환경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환자 측면에서도 기존에는 1b형 환자들은 사실상 유일하게 급여가 적용되는 닥순(다클린자+순베프라) 밖에 선택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약제별 장점을 확인 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전했다.

제파티어, 효과·편의성·안전성 모두 갖춘 최적의 약제

이렇듯 신규 약제들이 새롭게 가이드라인에 추가되며 시장의 분위기가 전환되고 있는 시점에서 제파티어는 높은 완치율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시장내 입지를 더욱 굳혀가고 있다.

이 교수는 "새롭게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제파티어와 비키라/엑스비라 중 글로벌 시장에는 비키라/엑스비라가 먼저 출시됐지만, 국내에서는 제파티어를 더욱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며 "비키라/엑스비라는 하루 2번 4알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제파티어는 하루 1알만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편의성이 높으면서 효과와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파티어는 다국가 1,373명 환자를 대상으로 한 6개 임상 결과에서 높은 완치율을 입증한 치료제다.

6개 임상 중 유전자형 1b형 C형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C-EDGE TN' 및 'C-EDGE TE' 연구에서 제파티어군은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환자의 98%(129/131명),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의 100%(35/35명)가 SVR12에 도달했다. 또한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한국인 포함 아태지역 및 러시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C-CORAL' 임상에서도 12주간 제파티어를 투여 받은 유전자형 1b형 감염 환자의 99%(185/187명)가 SVR12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일 교수는 제파티어에 대해 효과·편의성·안전성 모두 갖춘 약제라고 설명했다.
이정일 교수는 제파티어에 대해 효과·편의성·안전성 모두 갖춘 약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제파티어는 임상을 통해 유전자형 1b형 환자들에게서 97~100%의 완치율을 보였다"며 "다만, 의학적으로 어떤 치료제도 100%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점은 감안해야 하겠지만, 의학적으로 비키라/엑스비라와 제파티어의 완치율은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두 약제가 효과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편의성 측면에서는 차이가 크다"며 "1일 2회 4알의 약물을 12주간 한번도 빠지지 않고 복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기존의 닥순요법(다클린자 1알, 순베프라 2알)으로 치료 받은 환자 가운데 10명 중 1~2명은 복용해야 하는 약물을 반대로 복용한다고.

이 교수는 "복용을 반대로 하거나 한번 빠뜨리더라도 완치가 되는 경우들이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이 안된 상황에서는 1알이라도 잘못 복용한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농담삼아 약을 땅에 떨어뜨리더라도 변기에 빠진 경우가 아니라면 주워서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갈 정도"라고 말했다.

높은 완치율 및 편의성과 함께 제파티어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는 것은 바로 안전성이다.

국내의 경우 연령층이 높을수록 C형간염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동반질환들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제파티어는 타 제품들 대비 약물상호작용이 낮을 뿐더러, 경증이나 중증의 신장 질환 환자나 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게도 별도의 용량 조절없이 투여가 가능한 만큼 고령환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약제다.

이 교수는 "전국민 건강검진을 시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유병률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직접 검사한 사람들을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환자들의 연령층이 높다는 것은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을 보유한 환자들이 많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타 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들은 약물상호작용까지 고려해서 설명을 하지만, 고령의 환자들은 자세하게 교육을 하더라도 이해시키기가 쉽지 않다"며 "보호자들 역시 대부분 약물상호작용에 대해 설명하면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안전한 약제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다수의 환자들이 국내 출시된 약물들 가운데 약물상호작용이 가장 적은 제파티어를 선호하는 만큼 의료진 입장에서도 주로 권할 수 밖에 없다고.

이 교수는 "비키라/엑스비라의 경우 약제도 많고, 약물상호작용 측면에서도 제파티어보다는 조금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며 "특히 대다수의 C형간염 환자들은 질병 초기일 때보다는 간경화가 어느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비키라/엑스비라는 간경화가 있는 환자 가운데 사망한 사례까지 있어 안전성에 대한 부담도 어느정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제파티어는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하고 약물상호작용이 적은 만큼 의료진과 환자들이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제파티어의 상승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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