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WHO가 각국 보건부 수장과 함께 ‘다이어트, 운동, 건강에 대한 세계전략’을 만장일치로 통과 시킨 지 13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인이 비만과의 전쟁에 승리한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9월 4일 대한비만학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비만율은 2009년 29.7%에서 2015년 32.4% 증가했다. 비만과 인간과의 승부는 비만에게 추의 기울기가 점차 기우는 것 같음에도 여전히 스스로가 비만인지, 아닌지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비만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단순히 외형적 요소라고 생각하고는 한다. 외모에 대한생각이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개입되는 것처럼 비만 인식에 대해서도 주관적 성향에 좌우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여성의 생애주기별 건강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만 여성의 31.3%는 본인을 보통 혹은 마른 체형으로 인식하고, 반대로 정상체중 19.3%는 본인을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비만과 정상체중에 대한 오인식은 연령대에 따라 상이하게 나뉜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정상체중임에도 자신을 과체중으로 인식했고, 높을수록 과체중임에도 보통 혹은 마른 편으로 인식했다.

이에 대해 비만클리닉 365mc 채규희 대표원장은 “체형에 대한 인식부분은 성별 연령에 따라 주관적인 평가가 상이해 잘못된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에게 객관적인 비만 기준으로 정확하게 평가 받고 올바른 신체 이미지로 교육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이어트에 대한 올바른 지식 필요

비만이나 다이어트 자체에 대한 정확한 지식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채규희 원장은 “비만이나 다이어트에 대해 잘 모르는 현대인들이 많다”며 흔히들 뚱뚱한 사람은 자기관리가 부족하고 의지가 박약할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복감을 견디는 능력, 음식을 보고 참는 정도 등에 관한 것은 의지부족이나 습관 문제라기보다는 비만 관련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임이 많은 연구를 통해 보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에는 서울대 병리과 교수팀이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 중 비만과 당뇨병과 관계 있는 ‘펠리노-1’을 발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비만을 치료받아야 하는 질병으로 인식하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채 원장은 “비만은 무절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신체 기전 중 일부의 이상으로 나타나는 병리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열심히 운동하고 무조건 적게 먹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비만 진료율은 지극히 낮은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비만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총 1만8022명으로 국내 비만인구 약1351만 명의 0.13%에 불과했다.

 

비만, 방치하면 더 큰 재앙 된다

비만 치료에 대한 방치가 이후 더 큰 재앙으로 번질 거라는 경고는 이제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세계비만연맹(WOF)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2014년 연간 3250억달러(약369조원)에서 8년뒤인 2025년에는 연간 5550억달러(약 630조원)를 비만으로 인한 각종 질환 치료비용으로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만으로 인해 유발되는 다양한 질병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살찐 상태’로 인식하고 비만을 ‘관망’할 문제는 아니라는 소리다.

채 원장은 “비만 치료는 반드시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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