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병원 운영에 관련하여 경업금지약정이 필요한 경우는 크게 2가지가 있다. 병원의 양수인으로서 필요한 경우와 병원의 사용자로서 필요한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 의사가 상인(商人)이 아니라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상인(商人)에 대해서는 상법이 적용되는데, 이중 상법 제41조 제1항은 영업을 양도한 경우 양도인이 10년 간 동일하거나 인접한 특별시, 광역시, 시, 군에서 동종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양도인이 양수인과 인근 지역에서 동종 영업을 수행함으로써 법적 분쟁이 발생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의사는 상인이 아니기 때문에, 병원을 양도한 의사에 대해서는 상법 제41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따라서 경업금지 약정이 없는 경우, 기존 병원을 양도한 후 양도인이 인근 지역에서 새롭게 병원을 개설하더라도, 양수인이 이러한 양도인의 비도덕적 행위를 법적으로 제한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편 후자의 경우, 봉직의사가 인근 지역에서 독립하여 새로운 병원을 개설하거나, 봉직의사를 포함한 병원의 직원이 인근 경쟁병원으로 스카웃될 때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 경우 개설자는 봉직의사 등 직원이 퇴직함으로써 발생하는 업무의 공백이 나타남은 물론, 위 직원과 함께 병원의 기존 고객이 이동하거나 업무상 노하우가 유출됨으로써 심각한 운영상의 피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병원의 개설자는 봉직의사와의 근로계약과 함께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함으로써 향후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등한 관계라 볼 수 있는 병원의 양도인과 양수인의 경우, 상법 제41조 제1항을 준용하거나 이에 준하는 내용의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더라도, 이러한 약정이 사법상 무효라 단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수직적 관계에 가까운 병원의 개설자와 직원 사이에 체결된 경업금지약정은 병원의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의 관계와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

그래서 대법원도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경업금지약정이 원칙적으로 유효하지만,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자유로운 경쟁을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민법 제103조에서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라 판단하고 있다. 즉, 병원의 개설자가 직원과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내용에 따라서는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법적 위험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서 경업금지약정을 작성하는 것이 권고되지만, 부득이 사정이 여의치 않더라도 최소한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하도록 하자.

첫째, 영업비밀, 고객관계, 영업상의 신용 등 경업금지약정을 통해서 보호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경업금지약정에 의해서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는 지식 또는 정보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병원의 직원과 체결한 약정의 경우,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당해 직원이 어떠한 지식 또는 정보를 다루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경업금지 약정의 필요성을 언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경업금지의 기간, 지역, 직종을 제한하여야 한다. 법원은 경업금지의 기간을 지나치게 장기간으로 정하거나, 그 지역과 직종을 광범위하게 설정할 경우, 경업금지약정 자체의 유효성을 인정하되, 그 합리적 제한을 초과하는 범위 내에서만 효력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광범위한 범위의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했을 때, 실제로는 최대로 보아도 그 기간은 1년 이내, 지역은 동일한 시‧군‧구 내에서, 직종은 사용자의 이익을 침해할 위험이 높은 것에 한정하여 그 효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셋째, 경업금지약정에 따른 대가를 제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보안수당, 퇴직보조금 등 명목을 불문하고 경업금지에 따른 대상조치를 취한 경우, 이러한 약정의 효력은 유효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병원의 개설자로서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직원과의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할 필요가 있으나, 이 때 개설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으로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할 경우 도리어 직원의 헌법상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그 약정의 효력이 부인될 위험이 있다.

이에 병원의 개설자로서는 ① 대법원 판례의 기준에 부합하는 경업금지약정을 미리 작성하고, ② 경업금지약정에 따른 일정한 대가를 책정해야 하며, ③ 근로자가 입사하거나 근로자에 대한 대가 지불을 시작할 때, 미리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는 것을 하나의 기본절차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나아가 경업금지약정의 목적(영업비밀, 고객관계, 신용유지 등)을 실질화함으로써 그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보안규정 및 보안정보의 목록 작성, 보안담당자 선임, 보안 체계 및 제반 기구 마련 등 각종 조치를 강구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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