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혈액암 가운데 두번째로 발생률이 높은 다발골수종. 현재 국내에서는 약 8천여 명의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매년 1400명 가량의 신환이 추가되고 있다. 특히 다발골수종은 고령 환자가 다수를 이루고 있어, 고령화 속도가 빠른 한국의 경우 약 20년 사이에 발병률이 30배 가량 증가할 만큼 심각한 질환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다발골수종연구회 이제중 위원장을 만나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의 현 상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 이제중 위원장(화순전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대한혈액학회 다발골수종연구회 이제중 위원장(화순전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제 급여 수준, 개발도상국보다 못해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보르테조밉과 레날리도마이드, 포말리도마이드와 같은 신약들이 등장함에 따라 다발골수종 환자들의 생존기간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카르필조밉과 다라투무맙과 같은 약제들이 추가로 등장하면서 환자 생존율은 더욱 향상되고 있다.

이에 2000년대 초반에 2.5년에 불과했던 다발골수종 환자의 생존율이 최근에는 약 7년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개선되어 가고 있다. 심지어 일부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다발골수종이 만성질환화 되어 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오갈 정도.

하지만, 국내의 상황은 다르다. 다발골수종 신약들이 급여에 발목을 잡혀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

이제중 위원장은 "다양한 다발골수종 신약들이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지만 여전히 급여라는 장벽에 가로 막혀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며 "그나마 보르테조밉이 1차 약제로 급여를 받았지만, 2차 약제로 급여가 인정된 레날리도마이드의 경우에는 1차 약제로의 급여가 상당히 시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이미 레날리도마이드와 같은 효과가 우수한 신약들이 1차 약제로 사용되고 있다"며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2017년도 개정판을 통해 이러한 신약들을 Category 1으로 권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국 뿐만 아니라 브라질이나 포르투칼, 그리스 등 한국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국가에서도 이러한 신약들에 대해서 1차 약제로 급여를 인정해 주고 있어 더욱 아쉬운 상황이라고.

이 위원장은 "우리보다 가난한 국가에서도 고가의 신약들에 대해 급여 혜택을 주는 이유는 의료비용의 지출을 줄이기 위함"이라며 "환자들에게 신약을 이용해 치료할 경우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의료비용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의료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했다.

다발골수종에 대한 정부의 인식 개선 시급

이처럼 다양한 장점들을 차치하고 급여 혜택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정부의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제중 위원장은 정부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신약에 대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제중 위원장은 정부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국내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신약에 대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의 경우 신약에 대해 환자들에게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과 생존기간만 확인하기 때문에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라며 "해외의 다른 국가들처럼 신약의 급여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급여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단순하게 환자들이 현재 처방받는 의약품의 비용만을 볼 것이 아니라, 치료 실패로 인한 대체 치료 비용과 환자들의 삶의 질, 나아가 환자들의 생존기간 연장에 따른 사회경제적인 비용 등에 대해서도 폭 넓게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위원장은 "다발골수종의 경우 하나의 약제로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효과가 뛰어난 다양한 약물들의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하고 있다"며 "허가 당시 생존기간을 3~5개월 연장시켰던 약물도, 향후 다른 약물들과 병용 시 생존기간을 1~2년 가량 늘리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는 신약에 대한 급여 평가를 할 때에 허가 당시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새로운 약제들과의 병용요법을 통해 생존율을 추가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

이 위원장은 "국내에서는 허가를 해주든 급여를 해주든 딱 하나의 요법에만 한정되어 있다"며 "하지만 모든 환자가 동일한 것이 아닌 만큼 환자 개개인에 맞춰 최상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치료의 자율권을 부여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 상황대로라면 치료제의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특권층들은 신약으로 치료를 받겠지만, 일반적인 국민들은 비싼 가격으로 인해 신약으로 인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이는 환자들에게 보편성을 제공해 주지 못하는 것으로, 이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환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주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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