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LT-2억제제의 심혈관계 안전성이 일부 약제만의 효과가 아닌 계열 특성이라는 주장이 발표됐다. 이렇게 되면 제 2형 당뇨 환자 치료에 있어 SGLT-2억제제가 DPP-4억제제보다 뛰어난 효용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그간 SGLT-2억제제는 제 2형 당뇨 환자의 가장 주요한 사망 원인인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불구, 계열의 효과가 아닌 일부 약제만의 효과일 것이라는 추측이 다소 지배적이었던 것이 사실. 

이에 본지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내분비내과 아우구스토 엔리케 교수를 만나 이 같은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는 CVD REAL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내분비내과 아우구스토 엔리케 교수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내분비내과 아우구스토 엔리케 교수

CVD REAL 연구 통해 SGLT-2억제제 계열의 심혈관계 보호 효과 확인

그간 SGLT-2억제제 계열의 심혈관계 안전성은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만의 효과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CVD REAL 연구에서 SGLT-2억제제의 심혈관계 보호 효과가 계열의 특성이라는 데이터가 확인됐다. 

아우구스토 엔리케 교수는 "엠파글리플로진의 Empa-Reg 임상을 통해 당뇨와 심혈관계 질환을 보유한 환자들이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줄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후 좀더 넓은 의미에서 심혈관계 질환이 없는 당뇨 환자들에게서도 SGLT-2억제제가 심혈관계 보호 효과를 보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DECLARE와 CANVAS 임상이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DECLARE와 CANVAS 임상 결과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최근에 심혈관계 질환이 없는 환자들에게 SGLT-2억제제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며 "그것이 바로 'CVD REAL' 연구"라고 덧붙였다.

미국을 포함한 총 6개국(미국,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덴마크) 30만명 이상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CVD REAL연구는 일반적 임상 환경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광범위한 당뇨병 환자군을 포함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SGLT-2 억제제(다파글리플로진, 카나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는 다른 당뇨병 치료제와 비교해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율(39%(p<0.001)),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51%(p<0.001)), 복합 평가변수 발생률(46%(p<0.001)) 모두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은 미국,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독일, 덴마크의 환자 처방 자료를 토대로 분석됐고, 전체 SGLT-2 억제제 중 다파글리플로진이 41.8%, 카나글리플로진이 52.7%, 엠파글리플로진이 5.5%로 처방됐다.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은 미국,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의 환자 처방 자료를 사용해 분석됐고, 전체 SGLT-2 억제제 중 다파글리플로진이 51.0%, 카나글리플로진이 42.3%, 엠파글리플로진이 6.7%로 처방됐다.

엔리케 교수는 "CVD REAL 연구는 하나의 약제만을 확인한 것이 아니라 SGLT-2억제제 계열 전체를 확인한 연구로, 그 가운데 다파글리플로진과 카나글리플로진을 중점적으로 확인했다"며 "연구 결과를 보면 SGLT-2억제제를 투여한 환자의 심부전에 의한 입원률이 낮았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역시 낮게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CVD REAL 연구가 RCT 연구에 비해 근거 수준이 조금 부족하다고 볼 수 있지만, 리얼월드 스터디 가운데서는 상당히 잘 진행된 연구"라며 "환자들의 성향 점수 매칭을 통해 양군간의 환자 특성을 유사하게 맞췄을 뿐더러, 설계 단계부터 결과까지 대부분의 참여 국가에서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연구 결과의 신빙성이 높다는 반증"이라고 강조했다.

엔리케 교수는 향후 경구용 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SGLT-2억제제가 DPP-4억제제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리케 교수는 향후 경구용 당뇨 치료제 시장에서 SGLT-2억제제가 DPP-4억제제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DPP-4에서 SGLT-2로 처방 패턴 변화

한편, 이미 미국에서는 CVD REAL 연구 결과 발표 이전에도 SGLT-2억제제의 심혈관계 보호 효과를 계열 효과로 인지하고 처방 패턴이 바뀌어 가고 있는 추세다.

DPP-4억제제는 출시 이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왔지만, 최근 미국 내분비 전문의들은 DPP-4억제제보다 SGLT-2억제제를 더 많이 처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DPP-4억제제가 심혈관계 리스크를 높이지는 않지만, SGLT-2억제제처럼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개선효과는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엔리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DPP-4억제제의 경우 안전한 약으로 많은 환자들에게 사용됐지만, 현재 우리가 원하는 것은 SGLT-2억제제처럼 한단계 발전한 약물"이라며 "미국에서는 EGFR 수치가 60 이상이라면 유병기간에 상관없이 SGLT-2억제제를 쓰기에 적합한 환자로 분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임상내분비학회에서는 진료지침을 통해 경구제 중 메트포르민 이후 SGLT-2억제제 처방을 1순위로 권고하고 있는 상황.

그는 "개원가에서는 리스크 때문에 DPP-4억제제의 처방이 더 많은 상황이지만, CVD REAL 연구 결과와 함께 향후 발표될 DECLARE와 CANVAS 임상 데이터가 나온다면 개원가의 처방 패턴도 바뀌게 될 것"이라며 "당뇨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베네핏과 안전성에 대한 부분을 감안한다면 결국 SGLT-2억제제를 처방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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