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들의 균주 출처를 두고 회사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메디톡스가 경쟁사들을 상대로 균주의 유전체 염기서열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

이에 본지는 대한임상피부치료연구회 인성일 학술이사(강남 맑은참피부과 원장)를 만나 균주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한임상파부치료연구회 인성일 학술이사(강남 맑은참피부과 원장)
대한임상파부치료연구회 인성일 학술이사(강남 맑은참피부과 원장)

톡신 균주의 염기서열, 일치할 확률 낮아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들의 균주 논란은 메디톡스가 경쟁사들을 상대로 균주의 염기서열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메디톡스측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들의 일부 공개된 유전체 염기서열이 메디톡신과 100% 일치한다며, 균주 도용이 아니라면 해당 회사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시퀀싱의 전체 결과를 공개해 정확한 균주 기원을 확인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타 업체들은 결백을 주장하며 비방 자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제약사들은 균주의 염기서열을 공개할 의사는 있지만, 그것은 회사의 자유의사인 만큼 경쟁사가 요구할 사항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인성일 학술이사는 "현재 일부 공개된 국내 제약사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염기서열은 메디톡신과 100% 일치하고 있는 만큼, 메디톡스측에서 충분히 의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전세계적으로도 발견된 케이스가 적을 뿐더러, 변이가 많고 자연 환경에서 생존이 힘든 균주인 만큼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이란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독소인데, 하등동물인 박테리아는 다양하게 변이가 일으키기 때문에 톡신 균주가 일치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 또한 주변 환경에 따라 포자 상태로 변하는 생산이 없는 톡신 균주들과 달리, 상업화에 적합한 톡신 균주는 포자 상태로 변하지 않아 환경이 변하면 다 죽어버린다고.

인 학술이사는 "지금까지 보고된 톡신균주들이 수십종이 있는데, 이 가운데 염기서열이 동일한 케이스는 어느 논문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타 회사들의 염기서열이 100% 공개된 것이 아닌 만큼 도용으로 확정지어서는 안되지만, 공개되어 있는 염기서열만 놓고본다면 충분히 도용 의심을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균주 논란,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는 성장통

인성일 학술이사는 균주 논란에 대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전한다.
인성일 학술이사는 균주 논란에 대해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전한다.

이렇듯 회사간 균주 논란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인성일 학술이사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인 학술이사는 "현재 한국 제약업계의 수준은 자본규모에서는 밀려도 기술적인 수준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근접해 있다"며 "누가 옳고 그른지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윤리적이거나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자체가 국내 제약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는 제품 개발에 급급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균주의 염기서열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수준이 향상 됐다는 것.

그는 "이번 균주 논란은 회사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산업이 발전하는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장통"이라며 "한국도 이제는 충분이 이러한 상황까지 고려하는 선순환 구조가 시작된 것"이라고 전했다.

FDA 승인 여부, 논란 해소 종지부 될 것

한편, 인성일 학술이사는 이번 논란의 종결점을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미국 FDA의 승인을 받는 시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 학술이사는 "미국 FDA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규정상 염기서열을 공개하라고 되어 있지는 않다"며 "다만, 시판허가 신청이 나면 그때에는 균주 관련된 이슈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FDA가 제품력과 공정에 초점을 맞춰 효과와 안전성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면 문제 없이 시판허가를 획득할 것이고, 중간과정에서 법적인 이슈에 대해 문제를 삼는다고 하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반반의 확률이지만, 결국 FDA의 이번 나보타 승인 결과는 단순히 누구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 기업들에게 글로벌 시장 진출의 일종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논란이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적인 측면에서는 큰 이슈지만, 환자들이 동요할 필요는 없다고 그는 전한다.

인 학술이사는 "균주 출처의 문제는 도용이냐 아니냐의 싸움이지, 제품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국내 시판 허가를 받은 제품들은 작은 차이들은 있을 수 있지만, 효과나 안전성적인 측면에서는 모두 큰 문제가 없는 만큼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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