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경구용 항응고제(New Oral Anti-Coagulant, 이하 NOAC) 시장에서 엘리퀴스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2015년 7월 비판막성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및 전신 색전증 예방을 위한 1차 치료제로 급여가 확대된 이후 괄목할만한 성장 곡선을 이어가고 있는 것.

이에 본지는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신승용 교수를 만나 엘리퀴스의 특징과 성장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신승용 교수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신승용 교수

점차 커지는 NOAC 시장, 거부감도 여전해

NOAC들은 다양한 임상을 통해 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개원가나 환자들은 심리적 불안감 등을 이유로 NOAC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 사실.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신승용 교수는 "와파린이나 NOAC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의료진들은 처음 문턱을 넘기 힘든 심리적 압박감이 있다"며 "큰 문제가 없는 환자에게 와파린이나 NOAC을 처방하기 보다는 아스피린을 선택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문제가 없던 환자에게 NOAC을 처방한 후, 속이 쓰리다거나 코피가 나는 등 조금이라도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면 환자들의 원성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의료진이 심리적인 안정감과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환자를 안심시킬 수 있다"며 "심방세동은 점차 진행되는 병이기 때문에, 현 상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인 위험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리퀴스, 거부감 줄인 NOAC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엘리퀴스는 의료진과 환자들의 거부감을 줄이며 시장에서의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 어떤 이유일까.

이에 대해 신 교수는 "엘리퀴스의 경우 현재 국내에 출시된 NOAC 제품들 가운데 유일하게 아스피린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약제"라며 "아스피린은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한 약제인 만큼, 의료진과 환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해소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로 자렐토나 프라닥사의 경우 와파린과의 비교 임상을 진행했지만, 엘리퀴스는 와파린 뿐만 아니라 아스피린과도 비교 임상을 진행했다. 아스피린 대비 우월성과 안전성을 입증해 낸 임상 결과를 토대로 와파린이나 NOAC 처방 경험이 없는 의료진들의 마음의 벽을 허무는데 기여했다는 것.

신승용 교수는 엘리퀴스에 대해 환자와 의료진들의 거부감을 줄인 약제라고 평했다.
신승용 교수는 엘리퀴스에 대해 환자와 의료진들의 거부감을 줄인 약제라고 평했다.

이와 함께 엘리퀴스는 신장 배설율이 낮아 신장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신 교수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수록 신기능은 자연스럽게 떨어지기 마련" 이라며, "신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약을 복용하면, 배설이 되지 않아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엘리퀴스는 신장 배설율이 가장 낮은 만큼, 신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이나 고령의 환자들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선택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신 교수는 "특히 고령 환자들의 경우 약 복용 시 속이 안 좋다거나 쓰리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엘리퀴스는 위장관 안전성 뿐만 아니라 위장관계 부작용이 가장 적은 약제인 만큼, 고령 환자들에게 우선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분한 교육 통해 복약순응도 올려야

한편 신 교수는 NOAC의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환자들의 특성상 감기에 걸렸을 때 처방 받은 감기약을 다 먹는 환자는 극히 드물 정도로 복약순응도가 높지 않다고. 이는 환자들의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낮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이다.

신 교수는 "와파린은 위험한 약이라는 것을 환자들이 잘 알기 때문에 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NOAC은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NOAC 역시 와파린과 비교했을 때 안전성이 나아진 것일 뿐이지, 위험하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한 번의 반감기에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환자들이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신 교수는 "복약순응도가 낮은 환자들은 아무리 편하고 좋은 약이 나오더라도 복약순응도가 낮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교육과 상담만이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처음 심방세동 진단을 받은 환자의 경우, 최소한 15분 이상의 교육과 설명이 필요하다고. 환자들의 나이가 많아서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 심화된 교육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신 교수는 강조했다.

하지만 현행 3천원 안팎의 진료 수가로 환자들에게 일일이 15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면서 교육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

이에 대해 신 교수는 "대학병원은 그나마 부담이 덜하지만, 개원가에서 환자들에게 15분의 교육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병원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며  "NOAC이 대학병원 위주의 처방이 이뤄지는 것도 이러한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 수가에 대한 근본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당 진료비 책정까지는 아니더라도, 환자를 상담하고 케어하고 교육하는 부분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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