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형외과 연구를 진두지휘하는 수장에 한국 의사가 당당히 선출됐다.

임군일 동국대 의과대학 교수가 지난달 중국 시안에서 열린 ICORS 9차 학술대회에서 차기회장(Chairman Elect)으로 선출된 것. 이에 임 교수는 앞으로 6년간 차기회장 및 회장으로서 세계 정형외과 연구분야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미래 정형외과 연구의 화두인 ‘재생의학’의 세계적인 연구를 공유하고, 국내 정형외과 연구 저변확대에도 적극 나선다는 다짐이다.

 

초대 미국 회장 이어 2대회장으로 선출 ‘파격’

“연합 회원 국가 중 가장 큰 미국학회 다음으로 2대 회장을 맡게 돼 매우 영광입니다. 국내 연구 역사로 봤을 때 이례적인 일이라 국가적으로도 명예롭게 생각합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정형외과 연구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ICORS는 미국, 유럽, 영국, 일본, 중국, 한국, 대만, 호주·뉴질랜드 캐나다 정형외과연구학회가 정회원으로, 아세안(동남아 5개 국가) 터키, 인도 등이 후보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연합학회다. 92년부터 합동 학술대회를 개최해 오다 2013년에 정식으로 연합학회를 발족, 지난달 중국에서 첫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초대 연합학회 회장은 회원국 중 가장 큰 규모인 미국정형외과연구학회장이 맡았으며, 차기회장은 유럽, 일본 등을 재치고 만장일치로 임 교수가 선출된 것. 임 교수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차기회장으로 활동하게 되며, 체어맨으로서 회장은 2019~2022년까지 활동하게 된다.

한편, ICORS는 근골격계와 관계된 모든 분야의 연구를 망라하고 있는 세계 정형외과연구학회들의 연합이다. 그 중에서도 생체 역학, 인공관절 연구, 정형외과 질환, 재생의학, 조직공학이 큰 부분 차지하고 있으며, 연구 분야를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학술대회는 3년마다 개최되며 올해 중국에서 첫 학술대회 개최에 이어 2019년에는 캐나다 몬트리올, 22년에는 유럽 영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연골·근골격계 재생 연구 20년…국내 연구 여건 ‘아쉬워’

임 교수는 연골, 근골격계 재생 치료 연구에 20년 간 매진해왔다. 주요 연구로는 성형외과에서 지방흡인술 후 버려지는 지방조직에 들어있는 성체줄기세포에 골격 형성 유전자를 주입, 골격을 형성하는 형질변환세포로 만드는 기술 개발 등의 업적으로 유명하다.

현재는 연골 생성 인자를 줄기세포에 전달하는 유전자 세포치료제 개발 사업을 국가 연구사업으로 진행 중에 있다. “현재 퇴행성관절염 약물치료는 통증치료 위주이고, 병이 진행된 경우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 연구 중인 세포치료제는 초기에 손상된 연골 재생시키는 치료제”라며 “내년 임상시험 허가후 내 후년에는 동국대일산병원에서 주사용 유전자 세포치료제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임 교수는 국제적인 활동도 활발히 해왔다. 현재 세계연합정형외과연구학회 활동 외에도 세계골관절염연구학회 상임이사, 세계 조직공학재생의학회 아시아태평양 지역 상임이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축적된 재생의학기술을 바탕으로 손상된 인체조직 및 장기복구연구에 큰 역할을 하며 국제적 지명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형외과 연구 분야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많다는 임 교수.

“일본의 경우 연구비가 따로 없어도 모든 대학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서 연구 저변이 넓다. 회원이 많다보니 학술대회에 규모도 미국 정형외과연구학회보다 더 클 정도”라며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연구 논문의 질이 떨어지지는 않지만 주요 대학병원에서만 연구를 할 뿐이라 연구 저변이 매우 좁고 침체되어 있어서 안타깝다”는 것.

이러한 예는 각국의 회원 구성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세계 정형외과연구학회 중 가장 규모가 큰 미국 정형외과연구학회의 경우 정형외과 의사 30%에 나머지는 바이오 연구자들이나 기술자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규모가 큰 유럽, 일본 학회들 역시 이들 역시 3분의 1이 연구자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한정형외과연구학회의 경우 의사가 70% 이상이며 2~30% 만이 연구자 등 비의사들이다.

진료과의 특성상 연구여건이 더 어려운 점도 토로했다. 내과의 경우는 기초연구를 많이 진행하지만, 정형외과 의사들은 수술 및 진료 시간 할애가 많다보니 국가 연구비를 받기위한 시간을 많이 내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것. “우리나라 정형외과 임상 논문은 세계적으로 꼽을 정도로 양이 많아졌지만, 기초 분야는 부끄러울 정도로 적은 편”이라며 “국내 모든 대학에서 할 수는 없겠지만, 중요 대학에서라도 연구교수를 만들어서 진료는 감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보고, 연구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에 대한 투자 없이는 어렵다. 앞으로 이러한 부분에 국가 및 대학병원에서도 꼭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정형외과 연구, 임플란트 가고 ‘재생의학’ 시대 맞아

“절개 없는 주사나 시술 치료가 미래 치료의 주요 이슈입니다. 수술이 아예 없어지진 않겠지만 수술의 몫이 적어지고 비침습, 재생치료로서 현재 질환과 손상을 치료한 것이 정형외과 연구의 궁극적 목적이 될 것입니다.”

정형외과 연구에 있어 과거 20년 전에는 인공관절 개발과 시술에 따른 합병증 줄이기 등 새로운 임플란트 개발이 주요 테마였다면, 이제는 정형외과의 가장 흔한 질환인 퇴행성관절염 치료를 찾는 데 있어 줄기세포, 재생의학의 활용이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이 재생치료는 정형외과 연구에서 미래에 있어 가장 주목되고 있는 분야다.

임 교수는 “줄기세포를 통해 처음에는 조직만 재생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세포가 조직 만드는 세포 뿐 아니라 줄기세포가 재생 인자를 분비 시켜서 주위 재생을 돕는다는 것이 알려져 있는 상태”라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장담 할 수 없지만 이러한 재생 치료가 앞으로 새 미래 정형외과 치료의 중요한 유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꾸준한 연구활동과 국제적 학술 활동으로 세계 정형외과 연구자들의 수장이 된 임 교수의 활동이 국내 정형외과 연구계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국내 연구 저변확대에도 일조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