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면역항암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환자와 의료진들이 거는 기대는 커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이로 인해 임상계에서는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종석 교수(한국임상암학회 회장)를 만나 바이오마커의 중요성과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종석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종석 교수

PD-L1 발현율, 환자 치료 방식 선택에 도움 돼

면역항암제는 치료 효과가 장기간 나타나고 일부 환자에서는 완치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10명 중 2~3명정도에서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종석 교수는 "일반적으로 면역항암제가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효과를 보는 환자는 소수"라며 "다만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서는 뛰어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 환자군을 찾는 선별 작업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면역항암제의 반응군을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표지자는 존재하지 않지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임상 적용에 가장 현실적인 표지자는 PD-L1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PD-L1의 발현율에 따라 치료 효과 차이가 크다"며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들의 경우 10명 중 4~5명은 면역항암제로 인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PD-L1 발현율이 높은 늑막으로 전이된 4기 폐암 환자가 키트루다 투여 후 2년 6개월만에 완전 관해 상태를 보이는 케이스도 있다고.

이 교수는 "고형암은 4기가 되면 기존 치료 방법으로는 완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단계이기 때문에, 생존기간 연장을 목표로 치료를 하게 된다"며 "이러한 환자 가운데 PD-L1 발현율이 높은 환자에게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결과, 2년 6개월만에 완전 관해라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PD-L1 발현율이 낮다고 효과를 전혀 못 보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이 낮은 만큼 PD-L1 발현율을 무시할 순 없다"며 "최근에는 PD-L1 발현율을 검사하는 동반진단 검사법이 신의료기술로 지정된 만큼, 의료 현장에서 PD-L1 발현율을 통한 면역항암제 치료의 접근성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같은 면역항암제라도, 효과 다를 수 있어

한편 최근 PD-L1 발현율이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1차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옵디보와 키트루다의 임상 연구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타난 데 대해 이 교수는 "면역항암제라고 똑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옵디보는 지난 8월 공개된 'Checkmate-026'의 추가 분석데이터를 통해 1차 치료에 있어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군에서 기존 항암화학요법과의 차이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키트루다는 3상 임상인 'KEYNOTE-024'를 통해 1차 치료에 있어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군에서 항암화학요법 대비 질병 진행 위험은 50%, 사망 위험은 40%를 줄였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상반된 결과에 대해 이 교수는 "같은 면역항암제고 기전도 비슷하니까 동일한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확신은 금물”이라며 "한 약제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면 다른 약제도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두 약제가 똑같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즉 두 약제가 계열은 같더라도 서로 다른 제품인 만큼, 부작용이나 효과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다만 이 교수는 "두 약제를 직접 비교한 데이터는 아직 없어, 어떤 약제가 우월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온 Checkmate-026 연구는 소규모 연구로, 옵디보가 대규모 연구에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급여·부작용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이종석 교수는 면역항암제에 대해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전한다.
이종석 교수는 면역항암제에 대해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전한다.

이렇듯 면역항암제가 기존 항암제들과는 달리 PD-L1 발현율이 높은 환자들에게서 뛰어난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이종석 교수는 "면역항암제라고 부작용이나 내성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부작용 발생 빈도가 낮고 내성이 일부 환자에게서만 생기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부작용 중에서도 간질성폐렴은 항상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폐암 환자들의 경우 폐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간질성 폐렴을 주의 깊게 관찰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내성에 대해서도 "암 치료의 영원한 과제로 면역항암제 역시 예외는 아니다"라며 "다만 표적항암제는 모든 환자에게서 내성이 발생하는데, 면역항암제의 경우 절반 가량은 내성이 생기지 않는데다 내성이 발생하기까지 기간도 긴 편"이라고 말했다.

이는 면역항암제의 경우 기존 항암제들보다 부작용과 내성 발생 빈도는 낮다는 장점은 있지만,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

또한 이 교수는 "최근에는 급여에 대한 부분이 가장 이슈"라며 "좋은 약을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격적인 부분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옵디보와 키트루다의 경우, 한 차례 약가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6주 치료 가격이 각각 1,000만원대와 1,250만원대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급여가 되지 않을 경우 환자 1년 치료 비용이 1억원이 넘어가는 만큼, 환자들의 접근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이 교수는 "모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면 급여를 적용하면 비용 부담이 너무 크고, 일부 환자들만 급여 혜택을 주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해외의 리스크쉐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국내 환경상 걸림돌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에 "급여 범위에 대한 부분은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이는 공단과 심평원이 결정할 문제"라며 "무엇이 됐든 환자들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급여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하루 빨리 급여권에 들어오는 것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키트루다를 투여한 이영옥 환우와의 Q&A>

KEYNOTE-001 임상을 통해 키트루다를 투여 중인 이영옥 환우
KEYNOTE-001 임상을 통해 키트루다를 투여 중인 이영옥 환우

Q: 처음 진단 받았을 당시 증상은 어떠했는지?

A: 가슴이 저려 담인 줄 알다가 병원을 방문했다. 가슴이 아파 X-ray 촬영했는데, 무엇인가 보인다고 해서 CT를 추가로 찍었고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Q: 키트루다 투여 후 치료 경과 상태가 어떠한가?

A: 지금은 거의 다 나아서 자국만 남은 상태다. 첫 투여 후 약 4주 맞은 후에 종양이 막 줄기 시작했고 약 10주 지나서 서서히 줄기 시작했다고 담당 의사에게 들었다. 면역항암제 투여 후에도 부작용이 없었기 때문에 평상시 대로 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체중도 평소 체중을 잘 유지하고 있다.


Q: 새로운 치료제인 만큼 치료에 망설여지지는 않았는지?

A: 기존 항암제들은 구토도 심하고 머리도 빠지는 등 부작용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치료를 망설였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는 머리도 안 빠지고 구토도 없다고 해서 치료에 임하게 됐다.


Q: 현재 KEYNOTE-001 임상을 통해 면역항암제를 투여 받고 있는데, 만약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경우 치료를 지속할 의향이 있는지?

A: 현실적으로는 너무 비싸서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것 같다. 치료를 포기해야 할 것 같다.


Q: 아직 치료를 받지 못한 다른 환우분을 위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면역항암제가 잘 맞는 사람은 나처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치료에 임했으면 좋겠다. 많은 환우들이 돈 때문에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없도록 빨리 보험이 적용돼서 나처럼 건강해 질수 있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