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신경계질환 환자들에서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이 폐지돼야 한다는 의견이 국내외 전문가들에게서 제시됐다.

대한뇌전증학회 및 대한치매학회, 대한뇌졸중학회, 대한파킨슨병학회는 심상정 의원과 박인숙 의원 주최로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4대 신경계질환(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뇌전증) 환자의 우울증 치료를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홍승봉 뇌전증학회장은 개회사에서 “뇌전증 환자들을 비롯해 치매, 파킨슨 병 등 신경계 질환자들의 많은 수에서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주치의에게 적절한 우울증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을 힘들어 한다”며 “그러나 외국에선 이런 상황이 전혀 없으므로 개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국내 뇌전증 환자들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늘의 토론회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안전한 SSRI 항우울제 처방제한 ‘비상식적’

홍승봉 회장의 주제 발표에 따르면, 4대 신경계 질환의 우울증 발생 빈도는 약 47-56% 로 매우 높으며, 뇌전증 환자의 경우 주요우울장애의 유병율 22%로 일반인(3%)의 7배다. 하지만 75% 이상이 항우울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항우울제의 처방 제한 때문이라는 것. 홍 교수는 “의료보험 급여기준으로는 부작용이 많은 삼환계 항우울제는 투여 기간에 제한이 없는데 반해, 부작용이 훨씬 적고 안전한 SSRI 항우울제는 비정신과 의사들은 60일 이상 처방할 수 없다”며 “60일 후에는 SSRI를 중단하거나 정신과로 억지로 보내야하는데, 대부분 정신과로 안가고 투약을 포기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러한 제한은 세계에서 한국에서 유일한 법”이라며 “우울증 빈도가 높은 4대 신경계 질환에 동반되는 우울증 치료는 암환자와 같이 SSRI 항우울제의 60일 처방 제한에서 예외가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홍승봉 뇌전증학회장
홍승봉 뇌전증학회장

이어 열린 주제발표에서 석정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보험이사는 “중요한 것은 정신의학과 전문성이 인정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신경과, 정신과는 배우는 기전이 엄연히 다르므로 타 과에서 가벼운 우울증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진짜 심각한 우울증을 정신과로 보내지 않는 게 문제”라면서 “신경계 환자 뿐 아니라 국민 누구나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편안하게 우울증의 전문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박지용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과 의료법 시각에서 본 SSRI 항우울제 60일 처방제한 규정’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는 60일 처방 제한은 안전한 SSRI 항우울제에만 해당되며, TCA 항우울제나 조울증약과 같은 부작용 많은 약제는 처방에 문제 삼지 않는 급여기준은 의학적인 배경에 근거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가 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운 신경계질환 환자들에게 처방제한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렵게 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취약한 환자에 대한 인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전했다.

일본 Kousuke Kanemoto 교수(Aichi Medical University 정신과 과장)는 ‘일본 뇌전증 환자의 우울증 치료’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우선 앞서 강의했던 정신의학과 석정호 교수의 발표에 대해 “저는 정신과 의사라 석정호 교수의 얘기도 이해가 간다”며 “우울증이 정신과 전문이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뇌전증의 경우 60일 처방이 설득력이 있는것이 냐는 의문이라며, 그 이유로 첫 번째는 뇌전증 환자의 우울증은 독특하기 때문이라는 것. “뇌전증 환자의 우울증은 종종 비전형적이고 항경련제의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에 뇌전증 전문의가 우울증도 잘 치료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래도 조절이 잘 안될 때 정신과와 협조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안전한 SSRI 항우울제는 비정신과 의사들이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제한이 필요하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더 많은 TCA 항우울제, 조울증약의 사용을 제한돼야 할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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