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쎈아바 삭감 공포에 간암 환자 치료 기회 잃어”

"실제 진료 현장에 적합한 기준 필요"...간암 관련 학회들 심평원에 의견 제출

2025-11-25     김태완 기자

지난 2022년 5월 티쎈트릭+아바스틴(성분명: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이하 티쎈아바) 병용요법이 간세포암(HCC) 1차 치료에 건강보험에 등재된 이후, 국내 간암 환자 생존율이 유의미하게 향상되는 추세다. 

하지만 급여 적용 3년여가 지난 지금, 진료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티쎈아바 병용 치료에 주저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던 치료제 사용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대다수의 의료진들은 "심평원의 급여 삭감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행 급여 기준 상 티쎈아바는 '국소치료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기준이 실제 진료 현장과는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소치료 불가능’ 기준, 환자 적기 치료 기회 막아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는 "티쎈아바를 비롯한 면역항암제 요법의 간암 치료 효과가 확인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우선적인 사용이 권고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소라페닙의 치료 효과에 대한 불신 때문에 최대한 국소치료로 버텨본 후 항암치료를 시행했다면, 이제는 국소치료를 무리하게 지속하면 오히려 간기능 저하를 초래해 치료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인식도 널리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티쎈아바는 병의 범위가 적고 간기능이 좋은 시점일수록 치료 효과가 더욱 우수하게 나타난다는 점이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 있어, 의료진들은 TACE와 같은 국소 치료 후 환자의 상태를 고려해 적절한 타이밍에 면역항암제 치료를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그러나 이러한 임상적 필요성에 반해, 심평원은 현행 급여기준의 핵심 문구인 ‘수술 또는 국소치료 불가능’이라는 문구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티쎈아바의 급여를 삭감하는 케이스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의료진들이 적절한 치료 요법을 결정하는 데 있어 장애가 되고 있다는 현장의 목소리다. 

전 교수는 "심평원의 요구대로 국소치료가 불가능한 수준까지 갈 경우, 일부 환자에서는 상태 악화나 간기능 저하로 인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충분히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임상 현장에서는 국소치료 과정에서 간기능 저하가 예상되어 면역항암치료가 더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삭감 우려로 인해 국소치료를 추가로 시행하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실제로 여러 의료기관에서는 국소치료가 부적절하거나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어 항암치료로 전환했음에도, 심사단계에서 문서 기준 중심으로 판단해 급여가 조정되는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색전술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 의료진이 TACE 불응성으로 판단한 경우에도, 방사선치료 등 다른 국소치료가 시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삭감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전 교수는 “환자의 상태를 직접 진료하며 내린 의료진의 판단이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은 진료 선택에 제약을 줄 수 있고, 궁극적으로 환자 치료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토로했다.

임상 상황에 맞는 기준 마련되야 

전 교수는 "간암의 특수성을 심사 과정에서 조금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간암은 종양 자체의 악화 뿐 아니라 간기능 저하도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초기 치료 단계에서 간기능을 가능한 한 보존하는 것이 이후 치료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장기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데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국소치료를 반복해 시행할 경우 간기능이 저하될 수 있어 오히려 치료 기회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 교수의 설명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간암 분야 의료진들은 2024년 말부터 심평원에 여러 차례 의견을 전달해 왔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최근에는 대한간암학회·대한간학회·대한종양내과학회 등 3개 학회가 공동으로 의견을 정리해 급여 기준의 보완을 요청했다. 특히 ‘국소치료 불가능’이라는 표현이 실제 임상 상황을 보다 정확화게 반영할 수 있도록 명확한 정의를 제안했고, 그 항목으로 △침윤형 간암 △양엽 다발성 병변 △거대 종양 △간문맥 침범 △간 외 전이 △TACE 불응성 △다학제 진료에서 전신치료 우선이라고 판단된 경우 등 총 7가지가 포함되었다. 

전 교수는 “학회마다 진료 접근이나 세부 기준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 7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해 의견을 모았다”며, “이 기준들이 급여 및 심사 과정에 반영된다면 임상 현장에서 보다 합리적인 치료 선택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