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최우수 내시경센터 인정 받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소장 변정식 교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가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세계내시경협회(WEO)로부터 2015년, 2020년에 이어 올해 세 번째로 ‘최우수 내시경센터’로 인증을 받은 것. WEO의 최우수 내시경센터 인증을 획득한 곳은 전 세계 20개 기관에 불과하며, 국내에서는 서울아산병원이 유일하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 소장 변정식 교수를 만나 인증을 위한 노력과 앞으로 소화기내시경의 발전 방향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았다.
국내 최고 의료 수준 전 세계에 알리는 의미
“국내 내시경센터가 세계적으로 인증받음으로써 최고 의료 수준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국내외 활발한 교육을 통해 내시경의 전반적인 질을 올리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처음 인증을 받은 2015년 당시 세계내시경협회의 보직을 맡고 있었던 서울아산병원의 서동완 교수를 통해 국제적 내시경센터 인증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변 교수. 그 당시 미국, 일본 등 10여 곳에서만 인증을 받은 상태였는데, 인증 요건을 보니 충분히 도전해볼 만했다는 것. 그래서 WEO 인증 요건인 진단 및 치료 내시경의 양적 실적과 질적 성과, 교육, 연구 실적 등 모든 요건을 충족시켰고, 10년 동안 질 유지를 통해 이번에 세 번째 인증을 받기에 이르렀다.
실제 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는 양적인 면에서 2023년 기준, 진단위내시경 52000여건, 치료위내시경 7000여건, 진단하부내시경 21000여건, 치료하부내시경 8200여건, 췌담도내시경 15000여건 등의 시술 건수를 기록했고, 질적인 면에서도 ESD, POEM, ERCP-guided intraductal RFA, EUS-guided intervention 등 다양한 첨단 시술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교육’ 부분은 더욱 자랑할만하다고 꼽는 변 교수.
우선, 아산병원 수련의를 대상으로 하는 이론 교육, 시뮬레이터 실습, 현장 수련으로 이루어진 내시경 교육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이외에도 지역 의료의 동반 향상을 위해 송파‧강동‧광진구 중심의 개원가 및 2차 병원 의사들을 대상으로 내시경 교육 심포지엄을 매년 진행해 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COVID-19로 한동안 중단되긴 했지만, 내년부터는 ‘소화기내과 연수강좌’라는 프로그램으로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국제적 교육도 활발하여 2018년부터는 국제 내시경초음파 교육 프로그램(WISE)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아산병원 교수들의 연구 성과가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서 해외에서 참관 및 교육을 받으러 많이 오고 있다고. “서동완 교수님이 주축이 된 췌담도 팀은 WISE라는 EUS 교육을 통해 해외 초보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는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IDEN이라는 국제 행사의 프로그램인 IYEA에도 적극 참여함으로써 이를 통해 해외의 젊은 의사들 교육 기회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WEO 인증을 받으면 협회의 공식 파트너로서 저개발 국가나 개발도상국 국가 의사들의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국제적 교육이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교육 내용도 시뮬레이터 교육, 동물 대상 시연(live demonstration), 실제 시술 참관 등 다른 센터와는 차별화 된 프로그램들로 특화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AI 접목을 통한 내시경의 질 관리 연구 활발
소화기 내시경 분야는 크게 진단 내시경과 치료 내시경 분야로 나눠진다. 그중에서도 변정식 교수는 치료 대장내시경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변 교수에 따르면 그동안 대장내시경은 진단과 치료의 양 측면이 조화롭게 발전해왔다. 진단 분야에서는 종양, 특히 폴립의 정확한 실시간 병리 진단 예측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예로 색소내시경을 꼽을 수 있고, 최근에는 광학적 영상증강내시경이 주목받고 있다. 그밖에도 아직 임상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500배까지도 확대해 볼 수 있는 endocytoscopy(세포내시경)라는 내시경이 최근 소개되면서, 소화기내시경 시행 중에 조직을 현미경으로 보는 수준으로 자세히 관찰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치료 대장내시경 분야는 더욱 빠르게 발전해왔다. 특히 변 교수가 국내에 처음 도입한 내시경점막하박리술(ESD)은 큰 대장폴립이나 조기 대장암을 분할하지 않고 한 조각으로 절제해내는 시술로, 완치율을 높이고 재발률을 최소화하면서 병리 판독을 수월하게 하는 여러 장점으로 인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폴립 절제술 방식보다 천공 등 합병증 빈도가 높아서 이를 극복하고, 보다 수월하면서도 보다 빠른 ESD 시술을 위한 연구들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저온올가미폴립절제술(cold snare polypectomy)은 ESD와는 반대로 작은 폴립을 안전하게 절제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는 “전류를 사용하는 기존 내시경점막절제술에 비해 출혈 합병증 빈도가 뚜렷하게 적어 안전하고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폐쇄성 대장암에서 대장내시경스텐트삽입술, 내시경초음파(EUS)를 대장/직장 병변에서도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현재 학술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한편 변 교수는 대장내시경에서 AI를 접목한 다양한 연구들도 진행해 왔다. 앞으로 대장내시경의 발전 방향에 대해 그는 “현재 대장내시경에서 AI를 이용한 폴립 발견 및 폴립의 실시간 병리 진단 보조는 세계적으로 상업화돼 있지만, 다른 많은 분야는 아직 그렇지 못한 상태”라며 “앞으로는 AI가 대장내시경 결과지를 작성하거나, 질 관리에 필요한 지표들에 대한 정확한 모니터링을 하는 등의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앞으로 국가 암검진에 대장내시경이 확대되면 이러한 AI를 통한 정확한 질 관리는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고’ 유지 위해선 최신 장비들 도입 길 열려야
“현재 국내 소화기내시경 분야는 최고 수준이지만, 최신 장비들이 고비용이라는 한계로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수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신 장비들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합니다.”
국내 소화기내시경 분야는 국내 의료진의 뛰어난 술기 능력에 기반하여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해왔다고 자부하는 변 교수. 실제 현재 아시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미국이나 유럽의 의사들도 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를 비롯해, 국내 여러 병원에 내시경 시술 참관을 오고 있기 때문. 그러나 “치료 내시경 분야에서는 거의 외과 수술에 준하는 시술을 시행할 수 있는 다양한 최신 내시경 장비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비용이라는 한계로 인해 국내에는 도입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고 토로한다. 이어 “지금까지는 국내 의료진의 손기술이나 능력으로 버텨왔지만, 계속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류에서 이류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제도적 지원에 대해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