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 ‘접근성 높이고 오남용 막는다’
대한비만학회 김민선 이사장
대한비만학회가 비만 치료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치료제 오남용 방지를 위한 대국민 캠페인에 적극 나선다.
올해 초 취임한 대한비만학회 김민선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은 “최근 전 연령층에서 비만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제2형 당뇨병 등 대사 합병증 또한 늘어나고 있다”며 “특히 청소년과 젊은 연령층에서 고도비만이 급증하는 가운데, 강력한 치료 효과를 가진 비만치료제의 등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학회는 정부 및 의약계와 협력해 비만치료제의 단계적 급여화를 추진하고, 오남용 방지를 위한 대국민 교육 캠페인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젊은 남성층 비만 증가…치료 지원 확대에 앞장
“과거 비만율이 가장 낮았던 20대와 80대에서 최근 비만 유병률이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특히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20~40대 젊은 남성층에서 비만이 급증하는 독특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한비만학회가 발간한 2024년 팩트시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성인 비만율은 38%로, 지난 10년간 20대와 80대에서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남성은 49%, 여성은 27%로, 성별 간 비만율 격차 또한 크다. 특히 젊은 층 비만이 심각한 이유에 대해 김 이사장은 “비만을 방치하면 10년 내 지방간, 고지혈증,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으로 이어져 추후 사회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2단계 비만의 경우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이 5배 이상 증가하며, 이러한 대사질환의 위험 증가는 남성에서 특히 높게 나타난다.
이에 학회는 비만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비만치료제의 급여화를 추진해왔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보험 재정을 고려할 때,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고도비만 환자부터 급여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비만대사수술의 급여 기준과 같은 기준을 제시했다.
현재 비만대사수술의 급여 기준은 BMI 35 이상이거나, BMI 30 이상이면서 당뇨병·고혈압·수면무호흡증·이상지질혈증·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위식도역류질환·관절질환 등 합병증을 동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김 이사장은 “이들 고위험군부터 우선적으로 급여화를 시행하고, 이후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제안한다”는 것. 이어 “또한 이보다 낮은 BMI를 가진 비만 환자에서도 약물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국가 부담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GLP-1 비만치료제 등장…‘비만 치료 대변혁의 시대’
현재 비만 치료는 ‘대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기존 많은 비만 치료제들이 개발되었으나 실패하거나 퇴출되는 순환이 이어져 왔던 것. 그러나 GLP-1 계열 약제의 식욕 억제 기능이 밝혀지고 비만 치료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김 이사장은 “GLP-1 계열 약제는 위 배출을 지연시켜 포만감을 지속시키고, 뇌의 보상중추를 억제해 식욕을 감소시키는 기전을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이전 식욕억제제와 달리 의존성이 적고, 염증 억제 효과까지 있어 지방간·심혈관질환·치매 등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쥐 실험을 통해 고지방식 섭취 욕구가 감소하는 효과를 직접 확인하였다”고 덧붙였다.
특히 GLP-1의 가장 주목하는 점은 ‘항염증’ 작용이다. 이에 대해 “지방이 축적되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염증 세포들이 모여들어서 염증을 일으키고 각 장기의 기능을 떨어뜨리는데, GLP-1은 이러한 염증을 강력히 줄여주는 작용을 한다”면서 “이러한 기능으로 지방간, 심장질환, 심지어 치매 치료제로도 개발되고 있으며, 앞으로 사용 범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부작용 우려도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부작용은 대부분 소화기계 증상으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저용량에서 점진적으로 증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모니터링 하에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만 치료의 대변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GLP-1 제제인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는 GLP-1 수용체 작용이고,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는 GLP-1 수용체와 GIP 수용체 이중 작용제이다. 여기에 더해 현재 개발 중인 약물들은 글로카곤까지 더해 3중 작용제나 아밀린 수용체와 동시 작용하는 콤비네이션 제제들이라 더욱 업그레이드 된 치료제들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
또한 주사제의 부담을 덜어주는 경구제를 비롯해 더 많은 복합제형들이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에 올라와 있고, 국내 제약사들도 출시 준비를 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지금보다 효과적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와 협력해 오남용 방지 캠페인 추진
“비만하지 않은데도 치료제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는 체지방뿐 아니라 근육까지 감소시켜 오히려 대사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학회는 대국민 교육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김 이사장은 “특히 젊은 여성의 경우 체지방이 과도하게 줄면 렙틴 분비 저하로 생리 불순이나 불임이 발생할 수 있다”며 “체질량지수 기준에 맞는 처방과 전문의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학회는 비보험 처방이 주를 이루는 현실에서 오남용을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지만, 정부와 논의하여 ‘올바른 비만치료제 사용 캠페인’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좋은 약일수록 올바르게 사용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회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민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비만은 겉으로 보이는 체형의 문제만이 아니고 200가지 병을 일으키는, 모든 병의 근원”이라며 “계속 비만병이 늘어나면 국가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사람마다 유전자와 환경이 다르고 사회가 일으키는 영향도 있기 때문에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인식개선부터 교육, 환경 조절 등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만 관련 연구뿐만 아니라 올바른 비만 치료 환경을 만드는 데도 앞장서고 있는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