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병변 가진 교통사고 환자 진료, 보험사 청구 수가 범위는?

2025-09-09     기고문

<기고 : 법무법인 문장 동방봉용>

A는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다. B는 후행하여 신호대기 하였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이 떨어지면서 앞서 신호대기 중인 A 차량의 후미를 경미하게 추돌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A는 경추의 염좌 및 긴장, 요추의 염좌 및 긴장, 어깨관절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다며 C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에 대하여 B의 보험자인 D보험사는 A의 입원치료는 과잉진료이며, A는 경추간판탈출증, 요추간판탈출증 등의 퇴행성 병변을 가진 자로, A가 주장하는 상해는 이 사건 사고와 무관한 A의 기왕증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C병원이 D보험사로부터 지불보증을 받아 지급받은 진료비는 부당이득이므로 이를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A의 기왕증이 기여한 부분은 부당이득으로써 반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 제6조 제1항에 의하면, ① 명백히 해당 자동차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는 상병(傷病)에 대한 진료비, ② 해당 자동차사고가 있기 전에 이미 가지고 있던 증상("기왕증"을 말한다)에 대한 진료비(다만, 기왕증이라 하여도 해당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악화된 경우에는 그 악화로 인한 진료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진료수가에서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2다107167 판결은 ‘의료기관의 보험회사 등에 대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청구권은 교통사고 피해자의 보험회사 등에 대한 보험금 청구권의 인정 범위 내에서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피해자의 기왕증이 교통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된 경우에는 기왕증이 그 결과 발생에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따라 피해자의 손해 중 그에 상응한 배상액을 피해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타당하다는 점과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의 인정 범위에 관한 위 각 규정의 내용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의료기관은 기왕증을 가지고 있는 교통사고 환자를 진료한 경우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기왕증의 악화로 인하여 추가된 진료비의 범위 내에서 보험회사 등에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를 청구할 수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자동차사고로 질병 및 부상을 당하였을 경우에는 우선적으로 자동차보험의 적용을 받아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은 배제될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사고와의 인과관계가 부정되어 자동차보험의 적용이 불가할 경우에는 부상 및 질병에 대하여 아무런 보장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전국민에 대한 질병 및 부상의 예방·진단·치료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기왕증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내원한 경우, 1차적으로 해당 의사가 기왕증의 여부 및 그 기왕증의 악화에 기여한 정도를 판단하여 그 비율에 근거하여 순수한 기왕증 부분에 대하여는 건강보험으로 청구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의사는 의학 전문가로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의학지식과 경험에 기초하여 1차적으로 기왕증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기왕증 여부를 판단하는 해당 의사는 자동차사고가 환자의 기왕증의 악화에 기여한 정도를 판단하고, 그 비율에 근거하여 진료비를 청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의료법 제15조 제1항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하여 의료인의 진료거부 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에 따라 ‘명백히 해당 자동차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는 상병에 대한 진료비’는 청구할 수 없으나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사고경위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상병이 명백히 해당 자동차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또한,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에 따라 ‘기왕증이라 하여도 해당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악화된 경우에는 그 악화로 인한 진료비는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의 경우, 이를 명확히 사고 이전에 있는 기왕증이라고 단정할 만한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즉, 진료행위 당시 이를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으며, 사후적으로 객관적 근거에 의해 판단할 수 있을 뿐이다. 환자에게 기왕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악화된 경우에는 그 악화로 인한 진료비는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객관적 근거 없이 배척하기도 어렵다.

 

통증은 주관적인 것이어서 객관적 검사를 통해 통증의 원인이 될 만한 소인을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환자 본인은 통증이 있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염좌는 외력에 의한 인대의 손상으로 인한 관절의 부상을 말하는 바, 경미한 사고라고 하더라도 가벼운 충격에 의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염좌는 기왕증인 퇴행성 병변과 발생 기전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추간판탈출증 등 퇴행성 병변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염좌는 별개라고 봄이 타당하기도 하다. 특히, 척추질환, 관절염, 신경계 질환 등은 외부 충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물론, 교통사고를 빌미로 보험사로부터 합의금을 많이 받고자 하는 환자들의 부당한 이기심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로, 가벼운 접촉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치료를 받다가 교통사고분석 등을 통해 상해를 입게 할 정도 사고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안에서, 보험사고의 발생, 원인 또는 내용에 관하여 보험회사를 속여 보험금을 편취하였다는 점이 인정되어 사기죄로 처벌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위와 같은 갈등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서 심평원은 자동차보험 진료비 수가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심평원은 “진료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상병 및 진료내역, 의료기관의 청구경향 등을 감안해 사례별로 검토하고 있으며, 필요 시 해당 의료기관의 진료기록 및 담당의사 소견서 등을 제출 받아 전문심사위원의 의학적 자문을 거쳐 심사처리 중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경상환자 장기 입내원 입원료 인정기준에 대해서는 “입원은 의사가 진료상 필요하다고 인정해 진료기록부상 의학적 타당한 기록이 있는 경우 인정한다”고 설명한다.

의사는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파악한 후 환자의 상황과 의사의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진다. 심평원이 갈등 조정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험사와 의료기관 간의 갈등을 현재 진행형이다.

보험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하는 것은 법리상 가능하다. 그러나 그 기준과 절차는 보다 명확하고 공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미한 사고에서 기왕증을 이유로 환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기왕증과 사고 사이의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의료자문 체계를 설정하고, 보험약관에 기왕증 관련 보상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인다.

기왕증이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가 치료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법률적·윤리적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만한 문제다. 위험의 분산과 피해자의 회복이라는 보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