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28일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정한 “세계 간염의 날, World Hepatitis Day”이다. 간염은 간염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 주로 발생하는데 A형부터 E형까지 5가지가 있으며, A형은 급성 간염, B형과 C형은 만성 간염을 거쳐 간경변증(간경화), 간암으로까지 진행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중요도가 매우 높은 질병이다.

세계적으로 한 해에 140만여 명의 A형 간염이 발생하며, 감염 상태가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B형 간염바이러스는 2억 4천만여 명, C형 간염바이러스는 1억 5천만여 명이 감염되어 있다. 특히 B형 간염바이러스의 전염력은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1 바이러스보다 50-100배 정도 높고, C형 간염바이러스는 정확한 감염경로를 몰라 퇴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0 국민건강통계에 의하면, 19세 이상 국민의 3.0%가 B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고, C형 간염바이러스의 경우는 정확한 통계가 없으나 1% 정도가 감염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국민 200만여 명이 간염바이러스에 만성적으로 감염되어 있으면서도, 상당수가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 있는 경우에도 적절한 관리를 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에 간경변증 등의 간질환 사망자가 7천여 명, 여기에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암 사망자 만여 명을 더하면 만7천여 명이 간염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특히 40-50대 남성에서는 간질환과 간암으로 인한 사망이 간암을 제외한 모든 암을 합친 경우에 이어 2번째 사망원인이 되고 있다. 국제적인 비교에서도 우리나라의 간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8.4명으로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로서 2위인 일본에 비해 2배에 이르고 있다.


☐ 간염바이러스 해결책, 예방과 치료의 길은 있으나 인식 부족 심각해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심각한 폐해는 예방백신 접종이나 오염된 체액 접촉 회피 등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노력을 통해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 또한 과거에는 “간염에는 약이 없다”라는 말이 인정받을 정도로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었으나 근래에는 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 공히 적절한 항바이러스제 치료로서 상당한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간염 예방과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국민의 10% 이상이 B형 간염바이러스 보유자였던 상태에서 예방백신 접종의 효과로 최근 3%대로 많이 줄어들었지만, 이미 감염된 환자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해 간경변증, 간암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C형 간염은 백신이 없어 확실한 예방책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치료시기를 놓치고 있는 환자들이 어느 정도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선진국으로 여겨지는 미국에서조차, C형 간염에 감염된 사람 중 75%가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있었다.     

세계보건기구가 “세계 간염의 날”을 제정한 이유는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이 이 병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추면 예방적 조치가 가능하고 이미 감염된 경우에도 더 심각한 질병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지역적으로 간염 문제가 가장 심각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는 대한간학회를 포함한 관련 전문가 및 단체들이 아시아·태평양 바이러스성 간염 퇴치 연합기구(CEVHAP)를 결성하여 간염퇴치를 위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정부의 관련정책 개선을 촉구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대한간학회는 우리 국민의 간 건강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간염 예방 및 대응책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는 일을 사회적 책무로 생각하고 노력해 왔다. 한국간재단,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등의 협조를 얻어 간질환 공개강좌, 간염바이러스 무료검진 캠페인, 외국인근로자 무료 검진 행사, ‘간질환 바로 알기’ 책자 간행 등의 사업을 그동안 꾸준히 진행해 왔다. 2011년에는 전국 43개 의료기관에서 공개강좌를 열었고(5,154명 참석), 35개 기관에서 3,127명을 대상으로 간염바이러스 무료검진을 실시하여 B형 간염 198예와 C형 간염 59예를 새로 진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학회차원의 노력만으로는 우리나라의 간염퇴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 정부는 “간염검사의 날“ 지정 등 간염 퇴치사업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2011년 “세계 간염의 날”이 제정된 이후, 각국은 나름대로의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18일을 제1회 “간염검사의 날, Hepatitis Testing Day”로 지정하고 간염에 대한 홍보와 전국적으로 간염검사를 실시하는 행사를 치렀다. 우리나라에 비해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간질환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미국이 오히려 발 빠른 조치를 취한 것은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우리 정부가 그동안 B형간염 수직감염 예방사업, 간암 검진사업 등 간염 및 간암 퇴치를 위해 국가적 사업을 수행해 온 것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업적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성 간염의 상대적 중요성에 비추어 간염바이러스의 스크리닝과 적절한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효과적 정책은 부재한 실정이다. 

대한간학회는 우리 정부가 신속히 “간염검사의 날”을 지정하여 모든 국민이 자신의 간염바이러스 감염 사실 여부를 정확히 알고, 필요한 경우 적기에 치료함으로써 간염바이러스로 인한 간질환으로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조치해줄 것을 강력히 건의한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사회에서 우리 국민들이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보다 균형 있고 선제적인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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