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5일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본관 7층 1711호. 수십 여명이 입원 중인 본관 7병동에 유독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아릴메드 블로스키(24)씨. 우리와 생김새가 비슷해 얼핏 보면 한국인 같지만 사실은 화상치료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온 몽골 소방관이다.

건조하고 유목생활이 많아 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몽골 특성상 그는 어릴 때부터 소방관을 꿈꿨다. 그리고 그렇게 원했던 소방관이 된 이후 사고 현장을 뛰어다니며 열심히 화재를 진압했다. 그러던 5월 8일. 산불을 진압하던 블로스키는 동료 소방관 1명과 함께 신체의 60%에 가까운 부위에 3도 화상을 입었다.

곧바로 몽골에서 화상치료를 가장 잘 하는 곳으로 알려진 몽골 국립중증외상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의료진은 치료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생사조차 장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생존율은 40%가 채 되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함께 화상을 입은 동료는 결국 사고가 있은 지 13일 만에 눈을 감았다.

그러던 중 정부 관계자가 ‘치료가 가능하다’는 희소식을 가지고 찾아왔다. 여기에는 ‘몽골이 아닌 한국의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에서’라는 단서가 붙었다. 정부에서 백방으로 치료방안을 모색하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화상 치료를 잘 하기로 유명한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의 화상센터 조용석 교수에 의뢰한 결과 피부이식수술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두렵기는 했지만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에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기상 악화와 응급환자 발생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예상보다 16시간 30분이나 늦은 5월 23일 오전 2시 30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대기 중이던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관계자들은 블로스키씨를 응급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도 화상전문 의료진들은 응급차가 도착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가 연간 1700여건이 넘는 화상수술을 하고 전신 40% 이상의 화상환자 생존율이 97.4%일 만큼 성적이 좋은 데는 이러한 의료진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듯 했다.

블로스키씨가 도착하자 조용석 교수는 상태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치료계획을 세웠다. 조용석 교수는 “도착 당시 블로스키씨는 양쪽 손과 발에 근육 괴사가 진행되고 있는 4도 화상으로 조금만 늦었다면 패혈증으로 생명을 장담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응급조치 후 블로스키씨는 5시간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다. 손상된 피부조직을 절개하는 가피절제술과 사체피부를 이식하는 사체피부이식술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피부조직 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환부의 감염과 염증을 막을 뿐 아니라 혈관 등 피부조직의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이루어진 수술이었다.

또 5월 31일에는 화상외과와 성형외과 의료진이 함께 참여한 가운데 2차 수술이 시행됐다. 얼굴은 외관상 흉터 부위를 보다 최소화하고 미용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성형외과의료진이 함께 했다. 그동안 블로스키씨의 몸에서 떼어내 배양한 피부조직을 허벅지 등 상처부위에 이식하는 수술도 같이 이루어졌다. 그로부터 13일 후인 6월 13일 세 번째 수술이 실시됐다.

현재 블로스키씨는 종아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위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피부이식도 화상부위 중 80%에 이루어진 상태다. 보호자와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일반식을 먹을 만큼 건강 상태도 양호하다.

뼈가 돌출돼 있을 만큼 상태가 심각한 종아리 부분에 대한 수술이 한 차례 정도 남아있기는 하지만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에서 숱하게 시행되는 수술인 만큼 4차 수술도 성공적으로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로 대화가 통하지는 않지만 의료진들과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웃으며 인사하는 블로스키씨는 “사고를 당하고 몽골 국립중증외상병원으로 후송됐을 때만 해도 의사들은 살 확률이 4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에서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있다. ‘어떻게 하면 예전과 같은 피부로 돌아갈 수 있을까’ 고민할 만큼 상태가 좋아졌다. 왜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가 세계적으로 유명한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대학병원 중 최초로 보건복지부로부터 화상전문응급의료센터로 지정받은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는 화상외과를 중심으로 성형외과와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피부과, 내과, 정형외과 등 여러 진료과 의료진 60여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250여 병상 규모의 화상환자 전용 병동과 화상환자 전용 치료실 3개, 전용 수술실 1개가 가동 중이다. 또 전신에 화상을 입은 환자를 위한 실리콘 침대 12대와 살균수 치료기 3대, 화상환자 전용 치료대 4대, 혈액투석기 4대, 저체온증을 막기 위한 체온조절장치, 환자에게 맞는 칼로리를 계산해 치료효과를 배가시키는 칼로리메트리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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