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골밀도 검사를 진행중인 40대 여성

과도한 철분이 특정한 질병이 없는 사람의 골밀도를 떨어뜨려 골다공증과 골절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처음으로 제시되었다.

철이 신체 대사 및 간 기능을 저하시키고 심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은 그동안 대내외적으로 알려졌지만, 인간의 건강한 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대규모 연구를 통해 직접 증명한 것은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특히 몸 속 저장된 철의 양이 과도하게 많은 여성의 경우 일반 여성에 비해 척추 골절 발생률이 5배 이상 높게 나타나 더 큰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많은 중장년층이 건강을 위해 영양제, 철분제 등 다양한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하고 있지만 전문가의 처방 없는 무분별한 건강기능식품 애용이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고정민 교수, 김범준 임상강사가 지난 2007년부터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한 40세 이상의 남여 1,729명(女 940명, 男 789명)을 분석한 결과 저장철(ferritin, 철분 축적을 나타내는 지표) 농도가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동일 성별군에 비해 골밀도 저하 속도가 연 34.1%(女), 78.5%(男) 더욱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저장철은 체내 저장된 철의 농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적정 농도는 참고치(reference interval)로 표시된다. 보통 적정 농도는 여성 10~290ng/ml, 남성 20~320ng/ml로 표시되는데, 개인별 정상범위는 신체적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고 교수팀은 2007년과 2010년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를 방문해 골밀도 검사(BMD)와 저장철(ferritin) 검사를 시행한 환자를 저장철 농도에 따라 4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이후 골소실율 속도를 관찰하였다.

특히 골소실율이 검사자의 연령, 체중, 키, 흡연 유무, 운동 횟수 등 개별적인 신체 상태와 생활 습관, 질병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변수를 통계 프로그램을 활용해 보정한 후 실제 저장철의 수치와 골소실율의 관계에 대해서만 다변량분석을 실시하였다.

더불어 여성의 경우 월경기에는 철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고 이를 막고자 철분제를 섭취하는 등 신체적 변화가 극심하고, 골다공증이 폐경 후 여성에게 많이 일어나는 질환이기 때문에 정확한 결과를 위해 대상자를 폐경 이후 여성으로 제한하였다.

이렇게 다양한 변수를 보정하고 저장철 농도가 낮은 대상자는 1그룹, 높은 대상자는 4그룹으로 지정, 성별에 맞춰 각각 4개의 그룹으로 나눈 후 골소실율을 조사한 결과 저장철 농도가 높은 4그룹으로 갈수록 대퇴골의 골소실이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 여성 검사자 4개 그룹의 대퇴골 부위 年 골소실율

여성 검사에서 저장철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1그룹의 골소실율은 연 -0.97%였지만, 저장철의 농도가 높은 4그룹의 골소실율은 연 -1.301%로, 저장철의 농도가 높은 4그룹이 1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골소실이 연 34.1%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검사자 4개 그룹의 대퇴골 부위 年 골소실율

남성 검사에서는 1그룹과 4그룹의 연간 골소실율은 각각 -0.205%, -0.366%로 저장철의 농도가 높은 4그룹이 1그룹에 비해 연 78.5% 골소실이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폐경 여성에서 저장철 농도가 높은 4그룹이 저장철 농도가 낮은 1그룹에 비해 척추골절 발생률이 5배 이상 높게 나타나 더 큰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저장철이 가장 낮은 여성 그룹에서의 새로운 척추 골절 발생률은 1.1%였는데, 가장 높은 그룹에서는 5.8%로 나타나 나이, 생활 습관 등 골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교란 변수를 보정하고도 저장철이 높은 여성의 골절 발생률이 5배 이상 높았다.

  

              △ 김범준 내분비내과 전문의(좌), 고정민 내분비내과 교수(우)

연구를 진행한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골다공증은 소리 없는 뼈 도둑이라고 불릴 정도로 뼈가 부러지기 전까지 증상이 거의 없어 평소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골밀도 감소가 골다공증과 골절로 이어지는 만큼 이번 연구결과가 골다공증 고위험군 환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50세 이상 여성의 40%가 골다공증으로 고생할 만큼 골다공증은 우리나라 중년여성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의 하나로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대표적 질환이기도 하다.

고정민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과도한 철이 간, 심장 외에도 골밀도 저하속도를 촉진해 골다공증과 골절을 유발 한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며,  “무분별한 건강보조식품과 철분제의 과잉섭취가 인체에 인식하지 못한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건강기능식품은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을 통해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골대사에 관한 세계 최고의 학술지로 평가받는 ‘골·미네랄 연구지(Journal of Bone and Mineral Research, impact factor 7.1)’ 최신호에 게재되었으며, 세계적 학술지인 ‘Nature Reviews Endocrinology(impact factor 9.9)’ 최신호에 주목할 만한 논문으로 소개되었다.

한편 철이 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동물세포연구는 2009년 일본 의학자에 의해 소개되었지만, 이러한 내용을 인간에게 적용해 대규모 연구를 통해 입증한 것은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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