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10년 사이 새로운 약제들과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담도암 치료가 탄력을 받고 있다. 기존 약물들을 활용한 치료법과 함께 한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진들의 의미있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기 떄문.

다만 아직까지 이러한 치료법들이 표준화 되지는 않고 있다. 더욱이 각 국가별 표준치료법들도 서로 상이한 상황에서 다양한 임상 결과들이 등장하다 보니 치료 방법은 더욱 달라질 수 밖에 없을 터.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담도암 병기별 가장 적합한 치료법은 무엇일까.

본지는 담도암 치료에 대한 연구와 학술활동을 활발하게 진행 중인 종양내과 전문의 3인과 함께 '병기별 담도암 치료 전략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 참석자 >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이하 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이하 유)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충근 교수(이하 이)
의료정보 김태완 기자(이하 김)

김: 최근 사이 담도암에 대한 다양한 치료 전략들이 발표되면서 치료 성적도 점차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각 국가별로도 명확한 표준치료가 없는 만큼 국내의 병원이나 의료진들도 선호하는 치료 전략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이에 진료 현장에서 담도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교수님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치료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① 절제 가능성 및 국소 진행성 담도암
② 전이성 담도암
③ 향후 담도암 치료 패러다임은?

좌측부터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충근 교수
좌측부터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이충근 교수

김: 최근 담도암에서는 임핀지 외에도 키트루다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에 발표한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나 안전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유: 해당 연구가 최근 AACR에서 발표되었고, 동시에 논문이 란셋에 게재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주요 연구자로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데이터에 대해 깊게 확인할 수 있었다. 거의 대부분 이전 임핀지 데이터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생존기간에서의 효과가 임핀지보다 치료 초기부터 나타나는 것에 장점이 있다. 키트루다는 서양인에서 데이터가 더 좋게 나왔다. 이러한 부분이 서양인들에게는 좀 더 와 닿는 것 같다. 임핀지의 경우에는 아시아인에서 효과가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차이가 있다. 키트루다 데이터 해석에서 이견이 분분할 지점은, 반응률과 무진행생존기간에서 대조군과 통계학적인 차이가 없었고, 생존기간에 대한 데이터만 좋게 나왔다는 점이다. 무진행생존기간의 경우 차이가 없기 보다는, 높은 수준의 통계학적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독성에서는 임핀지와 동일하게 키트루다 역시 문제가 없었다.  

전: 두 연구의 결과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우리가 기존에 담도암에서 표준치료로 사용하고 있는 젬시타빈+시스플라틴에 PD-L1억제제인 임핀지를 추가하나, PD-1억제제인 키트루다를 추가하나 비슷한 정도의 치료 이득을 기대할 수 있다’ 정도가 될 것 같다. 따라서 향후 담도암에서 표준치료는 젬시타빈+시스플라틴에 PD-1억제제 또는 PD-L1억제제 추가가 될 것으로 생각되며, 궁극적으로 두 약제에 대한 선호도는 환자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감을 가장 덜어 줄 수 있는 약제쪽으로 기울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 임핀지를 병용투여한 TOPAZ-1 임상 연구는 작년 초 첫 번째 발표 이후 여러 학회에서 다양한 후속 분석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유전적 변이별 약제의 효용성에 대한 결과도 나온 상태다. 키트루다를 병용투여한 Keynote-966 임상 연구는 이제 막 효능에 대한 첫 연구 결과만이 나온 상태라 후속 연구 결과들을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키트루다 병용요법 연구는 디자인 상 치료 6개월 이후에도 젬시타빈을 면역항암제와 병용했다는 점이 실제 임상 현장의 치료 방향과 더 유사하나, 그것이 큰 생존율 향상을 보여주지는 못한 것 같다. 아울러 반응률이나 무진행생존기간이 대조군과 통계학적인 차이가 없다는 점은 더더욱 후속 연구 결과를 기다리게끔 한다. 전반적으로는 임핀지나 키트루다 모두 치료 효과 및 안전성은 유사해 보인다. 


김: 키트루다가 허가를 획득할 경우 임핀지와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임핀지 병용과 키트루다 병용간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유: 현 시점에서 데이터적인 부분에서는 두 약제 간 우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향후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 키트루다는 임상에 참여한 환자 수가 많아 담낭암이나 간내담도암에서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더 좋다던가, PD-L1 발현율에 따른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 등에 대한 데이터를 추가로 발표했으면 좋겠다. 임핀지는 조기에 연구 중단 및 데이터 발표를 했기 때문에 임상에 참여한 환자 수가 적어 통계학적으로 하위 분석까지 충분히 진행하기는 부족했다. 현재 이러한 부분에 대한 데이터가 전무한 상황에서 어떤 약제가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 양쪽 연구의 하위분석 결과를 보면 특정 그룹의 환자에서 특정 약제가 조금 더 도움이 되는 듯하게 보이는 면도 있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파워를 가진 분석이 아니어서 이를 바탕으로 두 약제간 우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두 약제 모두 고가의 약제로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능하면 많이 덜어줄 수 있는 약제가 더 선호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 현재까지 발표된 데이터로 두 면역항암제간의 우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 국내 상황에서는 임핀지가 키트루다에 비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더 큰 약제다. 추후 후속 데이터를 보며 의학적으로 어떤 약제 조합이 어떤 환자에게 더 이상적일지에 대한 분석 및 논의가 이뤄져야겠지만, 비용적인 부분 또한 환자들이 약제를 선택할 때 무시하지 못할 요소가 될 것 같다. 물론 급여화가 이루어진다면 큰 부담없이 두 약제 간의 의학적 효용성만으로 치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충근 교수
이충근 교수

김: 현재 담도암은 다양한 표적 약물들이 개발 중에 있다. 개발 중인 표적 치료제들 중에서는 어떠한 약제가 가장 기대되는가. 

이: FGFR2 융합과 IDH-1 변이는 미국에서 2차 치료로 3상 연구들이 진행이 됐고, 2020년 이후 총 4가지 표적치료제가 FDA의 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현재 국내에서도 이보시데닙이나 페미가티닙과 같은 약물들은 출시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머지 않아 이러한 약물들을 한국 환자 치료에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FGFR2 융합은 워낙 희귀해서 1차 치료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다가 환자 모집이 어려워 현재 중단이 된 상태다. IDH-1변이는 표적치료제인 이보시데닙을 사용했을 때 생존기간을 늘린다는 장점은 있는데 반응률이 2%정도로 낮았다. 종양을 줄이는 효과보다는 치료를 이어가는 효과가 있어서 표적치료제임에도 표적치료제에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효과는 조금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HER-2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발현률이 높은 편이다. 문헌마다 보고되는 수치가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때 10%정도, 담낭암에서는 15%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HER-2 약제는 2차 치료 또는 후속 치료 환자를 대상으로 4건의 연구가 진행됐는데, 반응률도 20~30%대로 나왔고 생존기간도 길게 나타났다. 더군다나 저희 기관에서 주도했던 국내 다기관 2상 연구에서도 기존 항암제와 HER2 표적치료제인 트라스투주맙을 조합했을 때 그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위암이나 유방암과 같은 암에서 새로운 HER-2 약제들이 지속 개발되어 담도암에도 적용되고 있는 만큼 더 기대가 된다. 특히 저희 기간 주도로 1차 치료에서 젬시타빈+시스플라틴+면역항암제(옵디보)+HER표적치료제(트라스투주맙) 4제요법에 대한 다기관 임상 연구가 4월부터 시작됐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라서 1차 치료가 새롭게 업데이트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MDM-2증폭 유전자에 대한 치료제 연구가 국내를 포함한 다기관 글로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해당 약제도 초기 반응이 좋은 것으로 보여 의료진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 담도암 전체로 봤을 때 HER-2 양성의 담도암 비율이 가장 높다. 유방암이나 위암에서는 최근 엔허투와 같은 치료제들이 나오면서 HER-2 저발현 암들도 치료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 기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HER-2 저발현 담도암을 모두 포함하면 전체 담도암의 60~70%가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의 확장성 측면에서는 향후 HER-2가 담도암에서 가장 유망한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유: 저도 HER-2가 제일 기대된다. FGFR은 확실히 국내 환자가 적은 편이다. 게다가 FGFR저해제는 반응률은 높은데 그만큼 부작용이 심한데다, 내성도 빨리 생긴다. 반응률은 30~40%임에도 불구하고 무진행생존기간이 6~7개월로 길지 않다. 초기 반응은 좋지만 내성이 빨리 생기는 만큼 고민이 되는 약제다. 그럼에도 해당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들은 표적치료제를 쓰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현재 부작용을 줄인 약물들도 개발되고 있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HER-2는 다른 암종에서 허셉틴부터 엔허투까지 다양한 치료제들의 개발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종양내과학회 주도로 진행하는 약제 지원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가운데 HER-2 약제도 포함되어 있어서 임상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환자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현시점에서는 HER-2가 가장 효과도 좋고, 반응도 오래가는 만큼 추가적인 신약들에 대해서도 기대하고 있다. HER-2는 면역항암제와 시너지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위암에서 밝혀졌는데, 담도암에서도 이러한 치료 효과를 보여준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이충근 선생님이 이야기한 MDM-2증폭도 치료 약제를 선택할 수 없는 환자들은 시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MDM-2가 지방육종 환자에서는 효과가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담도암에서도 이와 비슷한 효과 보일 수 있을지는 기다려 봐야할 것 같다. 


김: 담도암 치료에 있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다면.

유: 담도암에서는 현재 임상 연구가 너무 부족한 상황이다. 또 국가별로 표준 치료가 서로 너무 다르기 때문에 현 상황에 맞는 글로벌 표준 치료 정립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면역항암제 2개가 글로벌 3상 연구에서 성공해서 표준 치료로 정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그 이후의 추가적인 신약이 필요한 상황으로, 향후 치료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전: 최근 2개의 면역항암제 임상연구가 성공하면서 새로운 담도암 1차 표준치료가 되었고 향후에는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임상연구들이 진행되고 새로운 약제들이 포지셔닝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진행되는 연구가 많지 않다. 한국이 전 세계에서 담도암 유병률이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환자들이 많은 국가다. 그래서 저는 국내 연구자들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으로 담도암 분야에 있어서는 국내 의료진들이 연구를 선도해 나가고 있고 TOPAZ-1 3상 연구의 교신저자도 한국의 의료진이다. 더군다나 담도암 환자까지 많기 때문에 국내 의료진들이 그만큼 더 많은 연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 

전: 다른 암보다 담도암은 특히 한국 연구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 여기에 더해서 국내 제약사들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의 연구자들이 진행 중인 연구 대부분이 외국 제약사의 약을 가져와서 적용하고 있다. 담도암처럼 획기적인 치료제가 없는 질환에서 치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고, 국내 제약기업들이 이런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면 한국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