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문장 변호사 권은택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 권은택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의 진료업무도 역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업무를 방해하더라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 대법원은 ‘무자격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위’와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를 구분하여 후자의 경우에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3. 3. 16. 선고 2021도16482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의 원심은, 의료인이 아닌 자가 개설하여 운영하는 병원의 운영에 관한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위 병원에 고용된 의료인의 진료행위도 위 병원의 운영에 관한 업무에 포함되어 별개의 보호가치 있는 업무로 볼 수 없으므로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런데 대법원은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업무인지 여부는 그 사무가 사실상 평온하게 이루어져 사회적 활동의 기반이 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그 업무의 개시나 수행과정에 실체상 또는 절차상의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가 반사회성을 띠는 데까지 이르지 아니한 이상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라는 전제 하에,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한다고 하여 그 진료행위 또한 당연히 반사회성을 띠는 행위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방해할 경우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 권한을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에만 부여한다. 대법원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에 초래될 국민 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아닌 자의 의료기관개설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무자격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행위는 그 위법의 정도가 중하여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정도로 반사회성을 띠고 있으므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01. 11. 30. 선고 2001도2015 판결). 그런데 이와 별개로 무자격자에 의해 개설된 의료기관에 고용된 의료인의 진료행위는 반사회성을 띠는 행위가 아니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국민 보건위생상의 중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있어서 구분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사무장병원 적발 건수는 지난 2018년부터 2021년 6월까지 무려 289건에 달하였다. 불법 사무장병원을 근절하는 취지에 비추어 볼 때, 무자격자가 개설·운영하는 병원의 운영에 관한 업무뿐만 아니라 위 병원에 고용된 의료인의 진료업무도 반사회성을 띠는 행위로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태도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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