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간 담도암의 표준치료는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이하 젬시스)의 차지였다. 그만큼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요원했던 것.

이러한 와중 최근 면역항암제 2종(임핀지, 키트루다)이 담도암 1차 치료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담도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다. 두 약물 모두 표준치료인 젬시스 대비 우월성을 입증해냈기 때문.

담도암에서 면역항암제라는 새로운 핵심 치료 옵션의 등장은 의료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다만 두 면역항암제가 임상에서 1차 평가변수인 OS 중앙값이 유사하게 나온 만큼, 임핀지의 TOPAZ-1과 키트루다의 Keynote-966 두 연구의 차이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 상황. 

이에 본지는 TOPAZ-1 임상의 총괄 책임 연구자인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오도연 교수를 만나 두 임상 연구의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오도연 교수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오도연 교수

OS 중앙값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임상 결과는 상이

임핀지는 글로벌 3상 임상인 TOPAZ-1 연구를 통해 담도암 1차 치료에서 전체생존기간, 객관적 반응률, 무진행생존기간 등에서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TOPAZ-1 연구는 절제가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환자 685명을 대상으로 젬시스와 젬시스+임핀지 병용요법의 유효성을 평가한 연구다. 임상 결과 임핀지는 연구에서 계획한 중간분석 시점에서 이미 1차 평가변수인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이 12.8개월(대조군11.5개월)로 위험비(HR)가 0.80을 기록,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다. 이후 6.5개월 추가 경과 관찰한 시점에서 다시 한번 OS에 대한 분석을 시행한 결과, OS 중앙값의 HR은 0.76으로 대조군 대비 24%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 

한편 키트루다는 글로벌 3tkd 임상인 Keynote-966을 통해 담도암 1차 치료에서의 전체생존기간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Keynote-966 연구는 절제가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환자 1069명을 대상으로 젬시스와 젬시스+키트루다 병용요법의 유효성을 평가한 연구다. 임상 결과 키트루다는 연구의 2차례에 걸친 중간분석 시점에서는 OS의 차이가 없었으나, 최종 분석 결과에서 OS 중앙값 12.7개월을 달성하며 0.83의 HR을 기록했다.

오도연 교수는 "단순하게 임상 연구에서 동일한 대조군을 대상으로 비슷한 결과 값을 보였다는 이유로 비슷한 연구라고 표현해서는 안된다"며 "연구의 의미와 실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어떠한 환자군에서 얼마만큼의 차이로 효과를 입증했는지와, 단순한 결과 값 뿐 아니라 세부적인 내용까지 면밀히 확인한 이후에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임핀지와 키트루다의 OS 중앙값과 HR이 흡사하게 나타남에 따라 두 임상이 유사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두 연구는 상당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었다. 

오 교수는 "임핀지는 TOPAZ-1 연구가 계획된 중간평가 시점에서 이미 OS 중앙값의 HR이 0.8을 기록했고, 이후 6.5개월의 추가 경과 관찰한 시점에서는 대조군과의 OS 격차가 더욱 커져 0.76의 HR을 달성했다"며 "반면 키트루다는 TOPAZ-1보다 400명 가량 더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했음에도, 1차 중간평가 시점에서 대조군 대비 OS의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했고, 5개월이 더 지난 2차 중간평가 시점에서도 우월함을 입증하지 못했다. 이후 7개월이 더 지난 시점에서 최종분석을 진행했고, 거기서 OS 중앙값의 HR이 0.83을 기록하며 임상에 최종 성공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임핀지는 계획된 중간평가 시점에서 PFS와 ORR 모두 대조군 대비 우월함을 입증해 냈지만, 키트루다는 PFS와 ORR의 유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그는 "PFS에서 이득을 보지 못했는데 OS에서는 효과를 보였다는 점은 해석에 어려운 점이 있다"며 "더욱이 임핀지는 젬시스를 8사이클 투약 후 중단했고, 키트루다는 8사이클 이후에도 젬시타빈 투약을 이어나갔음에도 치료 효과가 더 크지 않았다. 게다가 Keynote-966 연구에서 시스플라틴의 투약 중앙값은 7사이클로, TOPAZ-1 연구에서의 8사이클에 비해 더 노출양이 적었다"고 전했다. 

젬시스+임핀지 뛰어 넘는 새 치료 옵션 찾는 연구진 노력 이어져야

다만 TOPAZ-1 연구와 Keynote-966 연구의 이러한 결과가 서로 다르다는 것일 뿐, 두 치료제 모두 임상에서 성공한 약제임에는 틀림없다. 두 연구 결과로 인해 담도암 치료에 있어 세포독성항암제+면역항암제를 사용하는 것이 세포독성항암제 단독만 사용하는 것에 비해 생존기간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가설이 입증된 것이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했다고 이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환자들을 위해 더욱 뛰어난 무기를 찾는 것이 연구자들이 앞으로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담도암 1차 치료는 젬시스+면역항암제가 핵심 치료가 되었고, 앞으로는 젬시스+임핀지 보다 치료 효과를 높여줄 수 있는 조합과, 새로운 치료제들을 찾아야 한다"며 "면역항암제가 1차 치료에서 쓰이는 만큼 이후 2차 치료에서의 시퀀스를 찾는 것도 연구자들이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즉 임핀지 병용요법이 새로운 치료법이 성공하기 힘든 담도암에서 표준 치료 대비 우수한 효과를 보인 것은 사실이나, 더욱 우수한 치료법을 찾아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연구자들의 역할이라는 것.

오 교수는 "지난 2015년부터 약 7여년 간 임핀지 병용임상 연구를 이끌어 온 연구자이자 의료진으로서, 눈 앞에 있는 환자들이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담도암에서도 타 암종만큼, 좋은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약제들이 나온 만큼 환자들이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하루 빨리 급여 적용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 "담도암 환자와 보호자들 역시 예후가 좋지 않은 암이라고 여기며 낙담할 것이 아니라, 의료진을 믿고 꾸준히 치료를 이어나갔으면 좋겠다"며 "과거와 달리 이제 담도암에서도 치료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도 등장했고, 꾸준히 발전해 나가고 있는 만큼 희망을 가지고 치료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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