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L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조절하는 한 쌍의 LDL 수용체의 염색체 가운데, 한 쪽 염색체의 대립형질에만 유전적 결함이 있을 때 발현되는 유전성 지질대사 질환 'HeFH(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Heterozygous 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HeFH 환자는 LDL 수용체의 유전적 결함으로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원활히 제거하지 못한다. 이에 인구 1000명 당 2~5명의 환자가 보고될 정도로 유병률이 높지만, LDL-C 목표수치에 도달하는 환자가 20%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HeFH의 경우 최대한 빠르고 강하게 LDL 수치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에 따르면,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ASCVD)이나 주요 위험인자가 있는 성인 HeFH환자의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55 mg/dL로 권고하고 있다. 이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조기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의 60%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기 때문.

이에 대다수의 의료진들은 스타틴이 아닌 강력한 LDL-C 강하 효과를 가진 PCSK9억제제를 활용한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행히도 국내에서는 지난 1월부터 HeFH를 대상으로 PCSK9억제제 '레파타(성분명: 에볼로쿠맙)'의 보험 급여가 확대되며 환자 접근성이 강화됐다.

레파타는 HeFH 성인 환자 32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중맹검, 무작위, 위약 대조, 다기관 3상 RUTHERFORD-2 연구에서, 위약 대비 강력한 LDL-C 감소폭을 보였으며, 목표 LDL-C에 도달한 환자의 비율도 유의하게 높았다. RUTHERFORD-2 연구 12주차에 각 투여군의 LDL-C 수치 변화를 측정한 결과, 기저치로부터의 LDL-C 수치 감소 비율은 레파타 2주 1회 투여군은 62%, 위약을 동일한 용법용량으로 투여한 대조군은 1%로, 레파타가 기존치료법 대비 61% LDL-C 수치를 낮췄다. 또한 RUTHERFORD-2 연구 12주차에 레파타 2주 1회 투여군(140mg) 중 68%, 레파타 월 1회 투여군(420mg) 중 63%의 LDL-C 수치가 70mg/dL 미만으로 강하돼 치료 목표에 도달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2%만이 치료 목표에 도달했다. 이와 함께 Apo(B), Apo(A) HDL-C, Non-HDL-C의 지표에서도 레파타 2주 1회 혹은 월 1회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치료 효과를 입증해 낸 레파타의 보험 급여 확대 때문일까. 최근 의료계에서는 HeFH 환자 발굴과 진단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

이에 본지는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송혜근 교수를 만나 HeFH 환자에서 LDL-C 관리의 중요성과 레파타 보험 급여 확대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송혜근 교수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순환기내과 송혜근 교수

Q: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관리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아닌 환자와 비교해 심장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미국의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코호트 연구 중 치료 전 LDL콜레스테롤(LDL-C) 수치가 190 mg/dL 이상인 그룹을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표현형(Phenotype)이라고 생각하고, 130 mg/dL 미만인 그룹과 비교하는 연구를 30년간 진행했다. 그 결과 30대 남성 1,000명당 심장질환 발생 빈도는 LDL-C 130 mg/dL 미만 그룹에서 1.5명이었던 반면 LDL-C 190 mg/dL 이상 그룹은 6.4명이었다. LDL-C 수치가 높은 것만으로도 심장질환 발생률이 5배 이상 차이 난 것이다. 이와 같은 경향은 전 연령대/성별에 관계없이 확인됐다. 

이에 더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조기 심장질환의 위험도 높다. 일반적으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없는 사람은 평균 55세 이상은 되어야 심장질환이 발생할 정도의 LDL-C가 축적된다. 반면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는 35세에 심장질환이 발생할 정도의 LDL-C가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라면 12살부터도 심장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심장질환의 발병 시기를 늦추기 위해서라도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Q: 가족성 고콜레스레롤혈증의 국내 유병률과 진단 환경은 어떠한가. 

A: 아직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정확한 국내 유병률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빈도수로 보면 인구 1,000명 당 2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이나 유럽처럼 국가적인 선별검사(Screening)가 이뤄지는 나라에서는 1,000명 당 4~5명까지도 보고된다. 대표적인 유전성 질환인 성인 다낭성 신장질환(Adult PCKD)의 경우 1,000명 중 약 0.8명에서 발병하는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1,000 명 중 약 5명에서 발병한다. 이처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단일 유전자질환 중 굉장히 흔한 편인데도 일반적인 심혈관질환처럼 치부되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어렵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율은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유럽, 미국 등에서 진단율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1년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재단이 설립됐는데, 공동 행동 촉구 등의 활동을 통해 1%였던 진단율을 약 10%까지 끌어올렸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선별 검사를 통해 진단율을 각각 86%, 37%까지 향상시켰으며, 그 외 유럽 지역은 유럽심장학회(ESC) 가이드라인을 통해 각 국가가 어떻게 선별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지를 알리고 검진을 장려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의사 개개인의 판단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병률에 비해 실제 진단은 저조한 편이다. 이에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Q: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에 따르면 죽상경화성 심혈관계질환이나 주요 위험인자가 있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초고위험군으로 지정하고 LDL-C 수치를 55 mg/dL 미만으로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이상지질혈증 1차 치료 옵션인 스타틴만으로 해당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는가?

A: 2016년, 스페인에 등록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의 장기 추척 결과가 발표됐다. 2,752명의 가족성 고콜스테롤혈증 환자를 약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당시 목표치였던 100 mg/dL 미만의 LDL-C 수치를 달성한 환자는 11.2%에 불과했다.  이처럼 PCSK9 억제제 출시 전까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을 받는다 해도 기존 치료 옵션만으로 LDL-C 수치가 목표치까지 떨어지지 않아서 심장질환의 예방 효과가 크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17년에 PCSK9 억제제가 출시되면서 새로운 무기가 생기게 됐다. 이에 더해 올해 1월에는 국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 대한 PCSK9 억제제 급여 기준이 확대되며 치료 가능한 환자의 범위가 한층 넓어졌다. 이제는 진단과 치료가 어려웠던 과거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아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으로 진단하여 치료가 진행되길 바란다. 


Q: PCSK9 억제제를 쓰면 초고위험군의 목표 LDL-C 수치인 55 mg/dL까지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 

A: 그렇다.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만으로 LDL-C 수치가 목표치까지 떨어지지 않는 환자는 굉장히 위험한 상태인데, PCSK9 억제제가 이런 환자를 치료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이해를 돕고자 환자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지 않은 상태로 심근경색(NSTEMI)이 발생한 중년 남성 환자였다. 심장질환으로 가족이 사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환자 본인에게도 흉통이 발생해 내원했고 관상동맥우회술을 실시했다. 당시엔 매우 긴박했던 상황이라 가족력은 추후에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시술 이후엔 스타틴을 처방했음에도 LDL-C 수치가 상당히 높아서 에제티미브를 추가 처방한 상태였다. 하지만 퇴원 한 달 후에  다시 확인한 결과 LDL-C 수치가 2배 이상 높아져 있어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고 환자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진단됐다. 해당 환자는 PCSK9 억제제를 투여 후 LDL-C 수치가 40 mg/dL 대까지 감소했는데, 당시 급여 기준이 제한적이어서 유전자 검사를 진행한 후에야 PCSK9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젊은 나이에 심장병이 발생하고, 형제가 심장병으로 사망하는 등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신호가 있었음에도 진단을 놓칠 수 있거나 기존 스타틴 치료로도 목표 LDL-C 수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 현재 국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현실이기에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Q: 유전성 질환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섣불리 진단을 받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A: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같은 특정 환자를 조기에 진단해서 일찍부터 낮은 LDL-C 수치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다. 관련 연구를 소개하자면, 미국에서 소아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와 환자의 부모를 대상으로 스타틴을 투약하고 20년간 추적 관찰을 진행한 연구가 있다. 연구에 참여해 일찍부터 치료를 받은 소아 환자의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은 1%로 일반인(general population)과 유사했던 반면 부모의 심혈관계 사건 발생률은 26%였다. 그만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조기에 진단하고, LDL-C 강하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의 진단이 더딘 이유는 유전성 질환에 대한 정서의 문제보다는 이 질환을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스타틴이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기사가 다수 게재된 후 LDL-C 수치가 180~190 mg/dL임에도 당뇨병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치료를 꺼리는 환자들이 많았다. 사실 당뇨병 발병 위험보다 스타틴 치료의 이점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런 오해들을 해소할 올바른 정보가 더 공유되면 좋겠다. 


Q: 국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진단 및 치료 환경이 열악함에도, 진료지침 상 목표치를 55 mg/dL까지 낮춘 이유가 궁금하다. 높아진 PCSK9 억제제의 접근성과 낮은 LDL-C 수치의 중요성이 반영된 결과인가.

A: 앞서 말한 미국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재단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에서도 LDL-C 수치를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주장에 대한 최신 지견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심장학회(ESC)·유럽동맥경화학회(EAS), 미국심장학회(ACC) 등의 전 세계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도 LDL-C 목표치가 낮아졌기 때문에, 우리나라 지침 또한 낮추게 된 것으로 본다. 한편으로는 PCSK9 억제제를 비롯한 차세대 약제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치료 성과가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목표치를 낮추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Q: PCSK9 억제제의 급여가 확대된 만큼 환자 관리도 한 층 편해졌을 것 같다.

A: 급여 확대 전에는 ‘Definite’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만 급여가 인정됐다. 이 단계에 해당하려면 LDL-C 수치가 190 mg/dL 이상이면서 (아킬레스)건의 황색종이나 유전자 변이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아킬레스)건의 황색종으로 인정받으려면 콜레스테롤이 많이 쌓여서 눈에 띄게 황색종이 튀어나오거나, 엑스레이 상 아킬레스건 두께가 일정 수치를 넘어야 했다. (아킬레스)건의 황색종이 없다면 유전자 변이가 있어야 했다. 그래서 LDL-C 수치가 190 mg/dL 이상이고 가족력이 있어도 (아킬레스)건의 황색종이 없고 유전자 검사를 못 하는 상황이면 최대 용량 스타틴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올해 초 급여가 확대되면서 Possible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도 PCSK9 억제제를 급여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1, 2차 직계 가족 중 50~60대 미만의 조기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가족 구성원 중 총 콜레스테롤이 290 mg/dL을 초과한 구성원이 있다면 PCSK9 억제제를 급여 처방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의 치료 전 LDL-C 수치가 190 mg/dL을 넘는데, 내 딸의 총 콜레스테롤이 290 mg/dL을 초과하면 급여가 인정되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50대 환자도 200 mg/dL 이상의 LDL-C 수치를 봤을 때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고 짐작은 했다. 그런데 당시에는 급여 기준이 제한적이어서 유전자 검사 또는 (아킬레스)건의 황색종을 확인해야만 PCSK9 억제제를 급여로 처방할 수 있었다. 이런 환자의 경우에도 올해 초 급여가 확대된 덕에 인해 PCSK9 억제제 투여가 한 층 편해졌다.


Q: 고용량 스타틴을 복용하던 환자에게 PCSK9 억제제를 처방할 때 환자들이 느끼는 삶의 질이나 복약 순응도는 어떤 편인가.

A: PCSK9 억제제 투약 후 LDL-C 수치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되기 때문에 젊은 환자들이 특히 좋아하고, 순응도도 높은 편이다. 고령의 환자 중에서도 스타틴 복용으로 인해 근육통 등의 이상반응을 겪던 환자들은 스타틴 용량을 줄이고 PCSK9 억제제를 병용하는데 큰 불편없이 만족하며 치료받는 경우가 많다.

PCSK9 억제제가 주사제긴 하지만,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을 맞는 것과 비슷하다. 처음 PCSK9 억제제를 처방할 때 병원에 계신 담당 선생님이 주사 교육을 해준다. 이후에는 2주에 한 번씩 맞으면 되고, 투약 방법도 너무 간단해서 투약 방법을 어려워해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Q: PCSK9 억제제의 급여 기준이 확대되어 처방이 한층 용이해진 만큼 1차 의료기관의 역할도 중요할 것 같다. 학회 차원에서 1차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예정된 활동이 있는지 궁금하다.

A: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서는 지속적으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에 대해 연구하고 유의미한 데이터를 발표하고 있다. 일례로 학회 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사업단에서 이상학 교수님의 주도 하에 296명의 국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분석해서 국내에 적합한 진단 기준치를 제안한 바 있다. 유전자 변이가 없는 경우 LDL-C 177 mg/dL 이상,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225 mg/dL 이상으로 제시됐다. 이제는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실질적인 진단과 치료의 저변을 넓혀야 할 시점이고, 그 방법에 대해서는 더 고민이 필요하겠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