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권역에서 가장 큰 방사선 수술학회인 아시아 감마나이프학회를 한국인 의사가 이끌게 됐다.  

지난 2월 일본 Kochi에서 진행된 아시아 감마나이프학회에서 이정일(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제3대 회장에 취임했다. 앞으로 4년간 아시아 학회를 이끌게 된 이정일 회장을 만나 감마나이프 치료의 발전현황과 아시아 국가들과 연합으로 추진할 사업에 대해 들어보았다.

아시아 지역 감마나이프 치료비율, 세계 3분의 1 넘어

“아시아 지역 감마나이프 장비수나 증례수가 세계 3분의 1을 넘을 정도로 큰 범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아시아 지역의 빅데이터를 이용한 다국적 스터디를 비롯해, 인공지능 같은 첨단 테크놀로지 기술을 파급시키는 역할을 해나가고자 합니다.”

아시아 감마나이프학회(Asia Leksell Gamma Knife Society)는 방사선 수술분야의 대표적 기술인 감마나이프를 사용하는 한국, 일본, 대만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신경외과 의사와 임상물리학자 및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국제 방사선 수술학회다.

이 회장은 “그동안 논문이나 학회 발표가 영어로 하게 돼 있다 보니 아시아 지역이 상대적으로 덜 발전된 인상이 있지만, 감마나이프 수술 장비는 서양, 유럽 못지않게 아시아에도 비교적 일찍 보급되었고, 숫자도 많은 편이라 유럽, 북미에 비해 저변이나 학술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아시아 지역의 다국적 스터디를 통해 아시아 환자들의 뇌질환에 최적화된 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이는 서구와 아시아는 호발 질환의 차이가 있고 각 국가마다 임상적 상황, 제도적 특성도 차이가 있기 때문. “예를 들어 미국, 유럽의 백인들은 흑색종의 뇌 전이가 많아 감마나이프에서도 흑색종 치료가 중요한 이슈”라며 “그러나 기타 다른 질병들에서는 인종별로 특별한 차이가 없다”는 것. 또한 “보험 규정 같은 제도적 부분들도 가이드라인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아시아 특성이 반영된 각 국가의 데이터를 정리해서 국제적 저널에 발표하고, 국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개선된 가이드라인을 보급하는 것이 학회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근에는 감마나이프 수술에 첨단 테크놀로지 기술이 접목되면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를 아시아 지역에 파급시키는 것도 학회의 역할 중 하나라고 꼽는 이 회장. “감마나이프 수술은 영상에 근거하여 진행하는 수술인데, 영상 판독, 영상처리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환자의 종양 크기 변화를 일정 간격으로 MRI로 추적 관찰하여 일일이 보면서 비교했지만, 지금은 사람이 일일이 비교하지 않고 영상판독 AI를 이용해 빠르고 정확한 비교가 가능해지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예로 방사선을 어느 부위에 어떤 방향으로 얼마의 세기로 조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치료계획도 환자마다 다르고 병변마다 다르다. 이는 조직학적 진단, 병변의 위치와 크기, 현재까지 축적된 자료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게 되는데 시술 의사의 경험과 숙련도에 크게 의존한다. 이런 과정에도 AI 기술을 도입, 빅데이터 자료에 근거하여 사람이 수십 년동안 축적한 경험을 반영하여 2~30분 동안의 짧은 시간에 처리가 가능하다. 이같이 “과거에는 2~30년의 치료 경험이 필요했던 수준의 시술을 1~2년 경험의 젊은 의사들도 적절하게 할 수 있다”며 “이러한 경험과 첨단 치료 기술들을 아시아 국가들에게 전파하여 고른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전했다.  

수술 가능한 뇌질환 대부분에 적용 가능…범위 계속 넓어져

‘감마나이프’ 수술은 감마나이프라는 장비를 이용한 방사선 수술로, 주로 외과적 수술이 어려운 뇌동정맥 기형, 뇌하수체 종양, 수막종, 신경초종, 전이성 뇌종양, 삼차신경통, 본태성 진전, 파킨슨병 등 뇌질환 환자의 수술에 이용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두술을 하면 중환자실 입원을 비롯해 3~4일에서 몇 주간 입원을 해야 하지만, 감마나이프로 치료하면 하루 정도 입원, 혹은 입원하지 않고도 당일 치료가 가능하고, 2~3일 내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하다. 따라서 직접적인 의료비 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과 정신적, 육체적 부담을 최소화한 수술로 각광받으며 지속적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이 회장은 “기술의 발달로 적응증이 넓어지면서 기존 수술로 치료했던 뇌질환 거의 대부분에서 감마나이프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며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현재 전체 뇌수술 의 40~50%를 감마나이프로 진행하고 있으며, 개두술을 통한 종양제거는 전체의 50%가 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질환에 따라 치료 대상 부위의 위치, 범위,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이나 약물 또는 감마나이프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고려하여 결정하며 대부분의 경우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도 선택 가능한 1차적 치료방법 중 하나로 고려대상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 보험제도에서 감마나이프 치료에 대한 부분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빠른 발전을 못 따라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이 회장. 대표적인 것이 본태성 진정(손떨림)이나 삼차신경통에서의 치료를 꼽았다. 보통 ‘수전증’이라고 알려진 본태성 진정은 약물치료에 전체 환자 중 약 50%만 반응하기 때문에 나머지 환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하지만, 감마나이프 수술 적용 기준이 부적절하게 엄격해 치료를 못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에 대해 “고시 규정에는 약물로 조절이 안 될 경우에만 수술을 할 수 있는데, 약물 투여 기간 등을 너무 과도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규정에는 없지만 다른 침습적 수술을 못 하는 경우에만 감마나이프로 하도록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20년 전 치료 경험이 불충분한 고가 치료를 제한하기 위한 규정이었고, 지금은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훨씬 충실해졌고 치료 비용도 과거와 달리 수술적 치료보다 더 저렴해졌으므로 현실을 반영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감마나이프 도입률 세계 3위, “아시아 선도해야”

“우리나라 감마나이프 장비 도입률은 절대수로만 보아도 세계 3~4위이며, 연간 8천~9천 건의 시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데이터와 국내 우수한 IT 기술을 접목해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나라가 감마나이프 치료와 학술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현재 감마나이프 장비는 전 세계에 300여 대가 보급되어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20개 대학병원에 총 22대가 설치되어 있다. 장비 보급 수로는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인 것. 이러한 환경과 우수한 기술을 이용해 우리나라가 아시아를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 회장. 이를 위해 “빅데이터를 모은 다기관 연구를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하여 해외에 적극 발표해야 한다”며 또한 “국내의 우수한 IT 환경에서 AI, 영상 처리기술을 개발하는 대학, 연구소와 회사들이 협력하여 새로운 기술을 임상 현장에 도입하고, 더 발전 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