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문장 정재훈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 정재훈 변호사

의료전문변호사로서 많은 질문을 받는 것 중 하나가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다. 의료분쟁이 발생해서 환자 측이 1인 시위를 하거나 인터넷에 관련 내용을 게시하는 때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문의가 종종 있다.

먼저 환자 측 입장에서 1인 시위 또는 인터넷 게시 등을 하고 싶은데, 범죄에 해당할 정도까지 하고 싶지는 않으니, 사전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할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

명예훼손은 허위사실뿐만 아니라 사실을 적시하여도 죄가 성립할 수 있다. 사실을 적시한 때에는 비방 목적 여부 또는 공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 등에 따라서 죄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허위사실을 적시한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전적으로 허위사실인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실관계를 왜곡, 과장하는 경우에도 허위사실로 인정될 수 있으니 주의하여야 한다.

그리고 공익성이 인정되면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공익성 해당 여부를 사전에 판단하기란 매우 어려운 것인데 쉽게 말해보자면, ‘당사자 외에 제3자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에 병원 측 의료인이 비윤리적인 언행을 한 경우라거나, 의료과실이 있었는데 이러한 과실이 일반인이 보아도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명백한 과실인 경우라면, 이는 해당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의료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 행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라고 할 수 있으므로, 불특정 제3자에게 사실을 알리는 것이 의미가 있고 공익적인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의료과실 여부에 대해 다툼이 있고, 매우 전문적인 영역에 관한 것이라서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도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정도라면, 이를 제3자에게 공공연하게 알리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병원 측 입장에서 보자면, 주관적 의견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과 사실의 적시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의 차이 및 그 경계에 대한 질문이 종종 있다.

의견, 평가 등을 게시한 것은 ‘사실’을 적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수술 실력이 형편없는 의사”, “돌팔이 의사”, “성형수술을 했더니 내 얼굴을 괴물로 만들어놓았다.”와 같은 글이라면, 이는 ‘사실’이라기보다는 게시자의 의견, 평가에 해당한다고 볼 가능성이 높다. 명예훼손에서의 ‘사실’은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대한 것으로서 증거에 의하여 증명이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수술 실력이 형편없는 것인지 아닌지, 돌팔이인지 아닌지, 괴물인지 아닌지는 개인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수 있고, 증거에 의하여 증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판결은 “잘못된 관행”, “막말”, “상식 밖의 말”과 같은 표현은 사실의 적시가 아니라, 주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약간 과장된 감정적 표현이나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의료분쟁이 발생하면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며, 합의가 여의치 않다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한 절차 또는 법원에서의 소송에 의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1인 시위 또는 인터넷 게시 등을 하는 상황이 되었다면, 의료분쟁 외에 또 다른 법적 분쟁을 만들지 않도록, 그리고 병원 입장에서는 환자 측의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 잘못 판단하고 섣불리 고소하여 당사자 사이의 감정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도록, 명예훼손에 관한 법률적 내용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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