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에 있어 면역항암제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간 면역항암제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와 2차 치료 효과를 입증해내는가 하면, 절제불가능한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에서도 기존 표준요법 대비 우수한 효과를 보이며 폐암 치료의 중추적인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면역항암제인 '옵디보'가 표적항암제 및 면역항암제를 통틀어 수술이 가능한 비소세포폐암의 수술 전 보조요법(neoadjuvant)으로 국내 허가를 획득하며 치료 영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이번 국내 허가의 바탕이 된 CheckMate-816 연구는 절제 가능한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서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을 화학요법 단독과 비교 평가한 글로벌, 다기관, 무작위배정, 오픈라벨 3상 임상이다. 연구의 1차 평가 변수는 맹검독립중앙심사위원회(BICR)이 평가한 무사건생존기간(EFS)과 병리학적 완전반응률(pCR)이었으며, 2차 평가변수는 전체생존기간(OS)와 주요병리학적 반응(MPR), 사망 혹은 원격전이까지의 기간이었다. 옵디보 병용군에 배정된 환자들은 옵디보 360mg과 조직형에 따른 백금 기반 이중 항암화학요법을 3주 간격으로 3회 투여받은 뒤 수술을 받았다. 

연구 결과, 옵디보 병용군의 무사건생존기간(EFS) 중앙값은 31.6개월로 화학요법 단독군(20.8개월) 대비 질병 진행 및 재발 혹은 사망 위험을 37% 낮췄다. 병리학적 완전반응률(pCR)은 옵디보 병용군에서 24%, 화학요법 단독군에서 2.2%로 나타났다. 또한 옵디보-화학요법 병용군에 배정된 환자의 83.2%, 화학요법 단독군에 배정된 환자의 75.4%가 수술을 받았다.

특히 이번 연구는 3A기 뿐 아니라 초기병기(early stage)인 1B~2기에 해당되는 환자들이 포함됐다는 점과, PD-L1 발현율에 관계없이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 등으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를 만나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서 옵디보의 효과와 향후 폐암 치료 전략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

Q: 초기 폐암은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4기 이전에 진단받는 폐암 환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A: 국내에서는 매년 약 3만 명의 환자가 폐암으로 진단받고 있다. 이 중 80~85%에 해당하는 약 2만 5천 명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로, 4기 환자는 40~45%를 차지하고 있다. 수술이 불가능한 일부 3기와 4기 환자를 제외하면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약 1만 명으로 추정된다.


Q: 초기 폐암 치료에서 수술은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수술에 실패하거나 재발을 경험하는 환자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수술 성공 확률을 높이고 재발이나 전이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A: 폐암이 국내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할 만큼 치명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암보다도 다양한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생존율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현재 가장 좋은 폐암 치료 방법은 최대한 조기에 발견해 수술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수술 치료를 받더라도 약 20~50%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하거나 사망해 보다 효과적으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이 필요했다. 과거에는 전통적으로 세포독성항암제가 그 역할을 맡아 왔는데 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 면역항암제를 수술 전후 보조요법으로 사용했을 때 기존 세포독성항암제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유의미하게 재발률과 생존율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Q: 최근 수술 전 단계에서부터 항암치료를 진행하는 수술 전 보조요법(neoadjuvant, 선행보조요법)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선행보조요법 치료는 주로 어떤 환자들에게 고려되는가.

A: 전통적으로는 잠재적으로 수술이 가능한 3기 초기 환자 또는 폐 전체를 절제하거나 수술 범위가 넓은 2기 환자를 대상으로 선행보조요법을 고려해 왔다. 과거에는 선행보조요법으로 세포독성항암제만 사용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함께 진행해 왔는데, 병리학적 완전반응률(pCR)이 높지는 않았다.

최근 새로운 선행보조요법으로 등장한 면역항암제(옵디보)는 임상연구 결과 수술이 가능한 모든 병기에서 병리학적 완전반응률이 상당히 개선됐을 뿐만 아니라 전이 위험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항암제가 이렇게 긍정적인 결과를 보인만큼 주로 3기에 국한됐던 선행보조요법 대상이 2기까지도 폭넓게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지난 2022년 10월 옵디보가 폐암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이는 폐암 영역에서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통틀어 최초이자 유일한 선행보조요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옵디보의 이번 허가는 폐암 치료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A: 옵디보의 이번 허가 확대는 주로 4기 폐암에서 쓰이던 면역항암제를 드디어 조기 폐암 치료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가능성을 보여준다. 옵디보 등장 이전까지는 선행보조요법으로 세포독성항암제만 사용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높은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웠다.

CheckMate-816 임상연구에서 기존 세포독성항암제에 옵디보를 추가한 결과, 병리학적 완전반응률(pCR)이 24%로 세포독성항암제 단독군의 2.2%보다 1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또한 무사건생존기간(EFS) 중앙값도 세포독성항암제 단독군(20.8개월)보다 10.8개월 개선된 31.6개월로 나타나 질병 진행 및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을 37% 감소시켰다. (HR 0.63; 97.38% CI, 0.43-0.91; P=0.005) 

더욱이 옵디보는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하위 그룹에서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즉 PD-L1 발현율이 낮거나 전혀 발현되지 않은 환자들까지도 옵디보 선행보조요법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옵디보가 폐암 환자들의 수술 예후를 개선시키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생존율까지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기존에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쓰이던 항암화학요법에 면역항암제인 옵디보를 추가해도 안전성 측면에서 이상반응이나 수술 가능성에 영향은 없는가.

A: 이미 의료진들이 4기 폐암에서 옵디보를 사용해 왔기 때문에 면역항암제 독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충분한 관리 경험이 쌓여 있다. 임상 결과에서도 옵디보를 병용했을 때 기존과 다른 새로운 이상반응이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세포독성항암제 단독군과 비교해 옵디보 병용군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 비율도 높게 나타났기 때문에 안전성 측면에서 특별히 우려되는 점은 없다.

Q: 폐암에서 면역항암제를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사용하는 것은 첫 시도인데, 실제 옵디보를 처방하기에 앞서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A: 선행보조요법에서 중요한 점은 얼마나 많은 환자가 완전반응에 도달해 결국 생존율까지 향상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기존 선행보조요법 옵션들과 비교했을 때 옵디보가 기록한 24%의 병리학적 완전반응률은 굉장히 고무적인 수치로 보다 많은 환자들이 효과적인 수술 치료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술 후 재발 위험을 낮춰 생존율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Q: 향후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면역항암제 사용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가 향후 폐암 치료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A: 옵디보가 폐암 선행보조요법으로서 국내 허가를 받은 후 약 3개월이 지났는데, 현재 본원에서는 주로 3기 또는 2기 후반 환자들에게 처방되고 있다. 앞으로 처방 경험이 계속 쌓이면 2기 초반 환자까지도 처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선행보조요법의 장점은 여러가지다. 첫 번째는 수술 가능 여부가 불확실한 환자들의 종양 크기를 줄여서 수술을 가능하게 하거나 수술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장점은 수술 후 보조요법과 달리 선행보조요법을 실시하면 수술로 종양을 절제해 병리학적으로 반응이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반응 여부에 따라 후속 치료로 더욱 효과적인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아직 옵디보 선행보조요법 치료 후 병리학적 완전반응률에 도달하지 못한 나머지 75%의 환자들에게 어떤 후속 치료 방법이 최적일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향후에 해당 환자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발견된다면 선행보조요법 사용이 기존 3기에서 2기 또는 1B기까지 빠르게 확대되는 방향으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다.


Q: 향후 수술 전 보조요법이 확대된다면 다학제 진료가 불가피할 것 같다. 현재 폐암 치료 과정에서 다학제 진료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A: 병원별로 차이는 있지만 현재 주요 의료기관에서는 폐암 유관 진료과의 의료진들이 폐암 다학제 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옵디보와 같이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하면 모여서 향후 치료 전략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확인된 옵디보의 임상 결과를 미루어 보았을 때 다학제 진료에서도 옵디보의 선행보조요법 사용을 더욱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Q: 향후 국내 폐암 치료 환경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 옵디보가 새로운 선행보조요법으로서 긍정적인 데이터들을 보여준 만큼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보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져 치료 성적이 향상되기를 기대한다. 또한 선행보조요법에서 충분한 반응률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들을 위해서도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연구가 계속 진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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