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암 치료에 있어 ‘아브락산(albumin bound paclitaxel,Nab-paclitaxel)’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019년 표준치료 요법에 아브락산을 추가한 3제 요법(젬시타빈+시스플라틴+아브락산, 이하 '젬시아')의 치료 효과를 확인 위한 글로벌 2상 연구에서 표준 치료 대비 우월한 효과를 보이는가 하면, 2021년에는 국내 진행성/전이성 담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리얼월드 연구에서도 PFS(무진행 생존기간), OS(생존율), 반응률(ORR), 질병통제율(DCR)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표준 치료 대비 우수한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완치가 어려워 생존율이 낮은 국소 진행성 담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젬시아의 유도항암요법(induction) 이후 수술을 진행한 환자들의 리얼월드 연구 결과가 발표, 치료 영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이번 리얼월드 연구는 분당차병원에서 수술이 불가능한 국내 국소진행성 담도암 환자 12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젬시아 치료 후 56.6%(73명)의 환자가 수술을 받았고, 이 중 8.2%(6명)의 환자에서 완전관해(Complete remission, CR)가 확인됐다. 반응률 역시 60%에 달했고, 젬시아 치료 후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완전절제율(R0 resection)도 91.8%(67명)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연구는 미국에서 전이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젬시아의 3상 연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발표된 리얼월드 연구라는 점과, 수술이 불가능했던 국내 담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이 됐다는 점, 예후가 좋지 않은 담도암에서 다학제 진료의 효용성을 입증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본지는 젬시아 유도항암요법 리얼월드 연구의 책임자인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의 의미와 연구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자리를 가졌다.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Q: 최근 국내 국소 진행성 담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젬시아의 수술 전 유도항암요법(induction chemotherapy) 리얼월드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이번 연구에 대해 소개해 달라. 

A: 그간 담도암에서의 수술 전 유도항암요법에 대한 연구는 항암방사선치료로 종양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반응률이 만족스럽지 않았을 뿐더러 국소치료의 한계로 수술 후 원격전이가 많이 발생해 예후가 좋지 않았다.  

이번에 진행된 연구는 분당차병원에서 수술이 불가능한 담도암 환자 129명을 대상으로 Nab-paclitaxel 3제요법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리얼월드 연구다. 연구 결과 Nab-paclitaxel 3제요법의 반응률은 59.7%였고, 그 중 56.6%의 환자들은 처음 진단 시 수술이 어려운 상태였음에도 3제 요법으로 치료 후 종양의 크기가 줄어 수술을 진행했다. 특히 수술 후 6명의 환자들에서는 병리학적으로 완전 관해가 확인될 정도로 좋은 결과를 보였다. 


Q: 연구 책임자로써 이번 연구의 의의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과거 젬시타빈+시스플라틴 2제 요법으로 치료를 했을 때에는 반응률이 임상 연구에서 26%, 리얼월드에서 13%로 매우 낮았다. 이러한 반응률로는 항암 치료를 통해 암을 줄인 후 수술의 기회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NAb-paclitaxel 3제요법은 2제 요법과 달리 50%가 넘는 반응률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더욱이 수술을 받은 73명의 환자들 중 6명의 환자들이 담도암에서 보기 드물게 완전 관해에 도달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담도암에서 기존에 고려할 수 없었던 새로운 치료 전략이 등장한 셈이다. 

과거 수술이 불가능한 담도암 환자들은 완화 목적의 항암 치료만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환자들도 전이가 없다면 종양의 크기를 줄이고 수술을 통해 완치를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만큼,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Q: 이번 연구에 참여한 환자들을 살펴보면, 간외담도암 환자수가 95명으로 간내담도암(34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았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A: 국소진행성 간내담도암의 경우 암의 크기가 아주 큰 경우를 제외하면 수술할 수 있는 환자들은 대부분 수술을 진행한다. 반면 간외담도암 환자들은 종양의 크기가 작아도 주변의 중요 혈관과 담도를 침범했다면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 담도 주변에는 많은 혈관들이 존재하는데, 종양이 이를 침범하면 수술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러한 환자들이 이번 연구에 많이 포함된 것 같다. 결과적으로 유도항암요법을 통해 혈관 침범 등의 주변 침범이 호전되어 수술을 진행한 환자들이 많았다. 


Q: 주요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 환자 중 61.2%에 달하는 79명의 환자들에게서 종양이 축소됐다. 또한 병이 진행된 환자들은 10%에 불과했는데, 담도암에서 이렇게 높은 결과값을 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A: 영상검사와 CA19-9라는 담도암 종양표지자를 통해 치료 효과를 평가했을 때 전체 환자 129명 중 79명의 환자들이 부분관해(Partial Remission, partial response, PR)였고, PD가 아닌 환자수는 무려 116명으로 전체의 90%에 달했다. 결국 10%정도의 환자들만 병이 진행된(Progressive Disease, PD) 셈이다. 

결과적으로 Nab-paclitaxel(제품명 아브락산)이 담도암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해당 약물은 이미 췌장암에서 효과를 입증한 치료제로, 담도암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반증한다. 

10%에 해당되는 환자들은 안타깝게도 병이 진행됐다. 물론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3제요법의 3상 연구 결과를 확인해야 하겠지만 지금까지 일관되게 나온 결과들을 보면, 담도암에서 사용된 약물 중 가장 치료 반응률이 좋은 약물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Q: 세부적으로 보면 전체 환자 중 59.7%가 수술이 가능해진 상태가 됐다. 이들의 비율을 보면 간외담도암 환자가 간내담도암 환자에 비해 수술률이 높았다. 

A: 그렇다. 전체 129명의 환자들 중 59.7%인 77명의 환자들이 수술이 가능해졌고, 간외담도암 환자 63.2%, 간내담도암 환자 50.0%가 수술이 가능해졌다. 간외담도암 환자 비율이 높은 이유는 아직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간내담도암은 종양의 크기가 커서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간외담도암은 종양의 크기 보다는 혈관 침범 등의 이유로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때문에 종양의 크기가 비교적 작은 간외담도암에서 '이번 병합치료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확인해 봐야 할 부분이다. 


Q: 젬시아 유도항암요법 이후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완전절제율이 91.8%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담도암 환자들의 완전절제율도 70%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로 보인다.

A: 처음부터 수술이 가능한 담도암 환자들의 완전절제율(R0 resection)이 70% 수준인데, 처음 내원 시 수술이 어려웠던 환자들의 완전절제율이 91.8%라는 것은 굉장히 높은 수치다. 완전절제율은 재발률과 직결되는 예후인자로 꼽힌다. 완전절제율이 낮으면 그만큼 재발할 위험성이 높다는 의미다. Nab-paclitaxel 3제 요법의 종양 감소 효과가 컸기 때문에 완전절제율이 90%가 넘는 좋은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가 장기 생존 결과를 확인한 것은 아닌 만큼 아직은 예후와 재발에 대한 간접적인 지표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는 있다. 다만 이러한 측면에서 평가한다면 효과가 우수하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Q: 부작용 측면에서 본다면, 젬시아군에서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을 보인 환자 비율이 65%에 달했다. 결국 효과가 좋은 만큼 위험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 

A: 부작용 비율은 젬시타빈+시스플라틴 2제 요법에 비해 높게 나온 것은 맞다. 하지만 월등히 좋은 치료 효과를 보이는 만큼 이정도의 위험 요소는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상 반응 비율이 높았지만 이로 인해 사망한 환자는 없었고, 대부분의 부작용이 조절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모든 치료는 이득과 손해를 고려해야 하는데, 치료 옵션이 제한된 담도암에서 반대급부가 크고 대부분의 이상반응의 조절이 가능하였기 때문에 단순 이상반응 비율만으로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Q: 생존율 데이터를 보면 젬시아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1년 생존율이 95.%에 달했고,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27개월이 나왔다. 

A: 1년 생존율을 비롯해서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27개월이 나왔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일반적으로 국소진행성 담도암에서 젬시타빈+시스플라틴 2제 요법을 쓰면 이정도의 생존기간 중앙값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또한 수술을 받은 환자와 받지 못한 환자를 모두 포함한 생존기간 중앙값이 27개월인 것이다. 이는 Nab-paclitaxel 3제 요법이 수술 여부와 관계 없이 담도암에서 강력한 치료 효과를 보여줬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Q: 젬시아 유도항암요법 이후 수술을 받은 환자들 가운데 30%에 달하는 환자에서 병이 재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술 이후에도 환자들이 젬시아 치료를 이어갔는데 그 이유도 궁금하다. 

A: Nab-paclitaxel 3제 요법 이후 수술을 받은 환자 중 31.5%에서 재발이 발생했다. 아직 장기 추적관찰을 한 결과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담도암 환자들의 수술 후 재발률이 50~70%에 달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상당히 좋은 결과다. 더욱이 국소진행성은 수술 자체가 어렵다고 봐야하는데 이들 중 50%에서 수술을 진행했고 재발률이 30%로 낮게 나온 것은 의미있는 수치로 생각된다. 

다만 힘든 과정을 거친 후 진행한 수술에도 30%의 환자들이 재발한다는 점은 유도항암요법으로 암이 호전됐다 하더라도 무조건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후 재발을 가능성을 면밀히 타진한 후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수술 후 재발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등에 대한 연구가 추가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여 수술을 진행한 환자들은 Nab-paclitaxel 3제 요법을 총 8사이클(6개월) 정도 투약했다. 수술 전에 4사이클을 투여 후 상태가 호전되어 수술을 진행했다면 수술 이후 4사이클을 더 투여했고, 수술 전 6사이클을 투여했다면 수술 후 최소 2사이클을 더 투여했다. 초반에 치료반응이 좋은 환자는 약물 치료를 짧게 하고 수술을 받고,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약물 치료를 좀 더 길게 한 후에 수술을 진행한 셈이다. 일부 환자에서는 수술 이후 전신 상태가 좋지 않아 후속 치료를 받지 못했는데, 수술 이후에도 추가로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예후가 좋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Q: 개인적으로 이번 논문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젬시아 유도항암요법 후 수술을 받은 환자 6명이 완전관해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숫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수술이 불가능했던 환자가 완전관해에 도달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수술이 가능한 환자에게도 젬시아 유도항암요법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A: 3제요법이 50%의 반응률과 90%의 질병통제율, 그리고 6명의 환자에서 완전관해가 확인되었다는 점은 유도항암요법으로써의 가능성을 충분히 시사하는 점이지만, 이는 아직은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췌장암에서도 폴피리녹스에 대한 선행요법이 최근 검증되기 시작됐다. 현재 미국에서 전이성 담도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3상 연구에서 Nab-paclitaxel 3제 요법의 치료 효과가 확인된다면, 향후 처음부터 수술이 가능한 환자에게도 Nab-paclitaxel 3제 요법의 치료 효과를 유도항암요법으로 검증하는 시도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수술이 가능한 환자들에게 치료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 


Q: 담도암에서 보기 드문 결과를 얻은 연구인 만큼 치료 현장에서의 반응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젬시아 유도항암요법으로 인해 향후 담도암 치료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보는가. 

A: 담도암에서 치료 변화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일선의 다수 의료진들도 해당 연구 결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그간 담도암에 있어 종양의 크기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약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에서 진행된 NAb-paclitaxel 3제 요법의 2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환자들의 치료에 적용한 결과다. 결국 미국에서 진행 중인 3상 연구가 2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일관된 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약제에 대한 허가나 표준치료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3상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Nab-paclitaxel 3제 선행요법이 공식적인 표준치료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다만 향후에는 국소 진행성 담도암에서 Nab-paclitaxel 3제의 유도요법을 통한 치료가 더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생각되며, 3상 임상연구에서 효과가 재확인 된다면, 수술 후 재발률이 높은 담도암에서 수술 가능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Nab-paclitaxel 3제 유도항암요법 임상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Q: 이번 연구는 단순한 약물 치료 효과를 확인한 것이 아니라 약물 치료와 수술적인 부분을 동시에 진행했다. 결국 다학제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는 상태여야 가능한 치료가 아닌가. 

A: 그렇다. 이번 연구는 항암치료만 진행하는 종양내과 혼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외과가 독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연구도 아니다. 또 담도암 반응 평가는 굉장히 어려운 만큼 이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영상의학과의 도움도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담도암의 진단과 치료 중간에 담도가 막힐 경우 내시경 시술을 통해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소화기내과의 도움도 필수적이다.. 결국 다학제 시스템이 아니라면 사실상 힘든건 사실이다. 

항암치료를 통해 국소 진행성 담도암 환자의 좋은 치료반응을 유도하여 수술을 잘 받게 하고, 완치에 이르게 하는 것은 여러 의료진과 환자가 함께하는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치료 중 어느 한 부분만 잘못되어도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129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그만큼 우리 다학제팀에서 열심히 해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담도암에서 다학제가 필요한 이유고 다학제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Q: 마지막으로 연구 책임자로서 담도암 환자들과 의료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아직은 Nab-paclitaxel 3제 요법이 표준 치료법은 아니지만, 치료 옵션이 많지 않은 담도암에서 전례없는 좋은 반응률을 보여준 만큼 의료 현장에서 해당 치료법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담도암을 진단받게 되면 예후가 좋지 않다고 생각해 환자들이 낙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에서 수술할 수 없는 국소진행성 환자들의 절반이 완치를 노려볼 수 있는 수술의 기회를 가져간 만큼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치료를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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