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학의 정통 학술단체인 대한통증학회가 통증에 대한 인식 및 치료 시스템의 올바른 정립에 나선다. 지난 11월 취임한 대한통증학회 이평복 신임회장(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통증에 있어 정통학회로서, 질 높은 교육 시스템 마련과 국민들에게 전문적인 목소리 전달을 통해 통증의학을 올바르게 정립해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창립 30여년, 회원 5천 여명의 정통 통증학회  

“현재 통증 치료에 대한 의료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부의 고민이 큰 상태입니다. 대한의학회 산하의 정통 통증학회로서 통증에 대해 국민들에게 올바로 알리고, 의사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통증에 대한 인식과 치료를 재정립 해 나가고자 합니다.”

최근 통증 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통증 치료를 표방하는 병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06년 신경성형술이 비급여 수가항목이 되면서 척추병원 등에서 시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 이같이 신경블록을 여기저기서 과도하게 시술하다 보니 급여 비용이 늘어나고, 통제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 심평원에서는 신경차단술에 대한 적정성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학회는 심평원 용역을 받아 보고서 및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화 된 사람들에게 수가를 인정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라며 “30여 년간 유지해 온 통증학회의 교육 프로그램을바탕으로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인정된 통증 전문의들을 배출하자는 방향으로 제안했다”고 전했다. 이를 근거로 심평원은 지난해 예비평가까지 마치고, 현재 다른 과들과의 조율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현재 통증에 대한 학술단체는 각 과마다 생길 정도로 많아지고 있지만, ‘통증 의학’ 분야에서 대한의학회 산하 학회는 대한통증학회 하나 뿐이다(마취통증의학과의 전문 학회인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제외).

대한통증학회는 마취 주사가 무통분만 등 통증도 조절해 준다는 부분에서 착안해 1985년 마취과 의사들 중심의 연구회로 시작했다. 이후 통증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약 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5천 여명의 회원을 가진 국내 몇 안 되는 초대형 학회로 성장하며 통증의학의 학문적, 임상적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SCIE 인정 학술지인 ‘The Korean Journal of Paine’도 발행하고 있다.

실제 통증을 세부 전공으로 하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은 전문의 취득 후 통증 파트에서 철저한 전임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카데바 워크샵, 초음파 워크샵 등을 기본적으로 이수하여 최소 20점 이상 이수점수를 받고 마지막 시험까지 통과해야 비로소 통증 인정의가 된다.

이같이 “통증의학을 하는 인정의들이 받는 교육은 가벼운 통증 치료 개념과는 다르다”며 “국가에서 제대로 교육 받은 사람들에게 통증 치료에 대한 적절한 수가 보장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통증 전문가 목소리 제대로 낼 것…‘마약류’ 정확히 알린다

학술, 정책 뿐 아니라, ‘통증’ 분야 문제들에 있어서 전문가로서 목소리도 제대로 내겠다는 이 회장. ‘Know Pain, No Pain’을 주제로 국민 캠페인을 펼쳐왔던 학회는,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던 캠페인을 새해부터 다시 본격화 할 방침이다.  

그 첫 주제는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부분이다. 미국은 처방 의약품 오피오이드를 포함한 마약 중독 사태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은 미국 통증학회에도 책임을 물어 엄청난 벌금을 매기면서 학회가 파산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사건은 국내 의료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미국은 제한 없이 처방이 되지만, 우리나라는 30일 이상 처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큰 문제가 없다”며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도 오해와 불안감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즉 ”제대로 평가받고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도 두려움 등으로 피해를 볼 수 있기때문에, 오피오이드를 어떻게 쓸 것인지 전문가적인 정보를 알려 나가고, 과도한 사용은 통제해야 할 것”이라며 “학회에서 이 부분들에 대한 연구 축적물이 있으므로 대국민 캠페인을 통해 마약류에 대해 정확한 홍보를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즉, 마약류 치료제를 쓰면 큰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필요할 때 제대로 쓰면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내용과 함께, 중독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리고, 회복 프로그램 소개 등 사회적 이슈를 정확히 다뤄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학술적으로 표준 진료지침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해 나갈 예정이다. 기존 스테로이드 제제 지침 및 경막외 블록 지침 등을 발행한 가운데, 앞으로 치료 효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진료지침을 계속 업그레이드 해 나가겠다는 것.  

이 일환으로 대한민국의학한림원과 함께 ‘통증 치료에 있어서 현명한 선택 5가지’ 캐치프레이즈를 제정하여 통증 치료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나갈 예정이다.  

지역사회 협업 축제 형식의 학술대회 등 학술 활성화

“코로나19로 주춤했던 교육과 학술활동을 다시 활발히 진행해 나가려고 합니다. 교육 방법도 다양화하고, 학술대회도 지역사회와 협업한 축제 형식으로 개최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꾀하고, 국제 학술대회 개최를 통해 국제적 학술교류 활성화를 도모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온라인 학술 교육으로 학술 활동이 위축된 면도 있지만, 비대면 형식의 유용성을 경험하는 계기도 되었다는 이 회장. “이러한 노하우를 접목해 시뮬레이션 AR 방식의 교육 방식을 개발했다”며 “카데바 교육 등에 AR, VR 교육을 접목하여 카데바가 부족한 현실에서,  카데바 없이도 생생하게 교육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내년 부산에서 개최되는 춘계학술대회는 새롭게 재개하는 대면 학회인 만큼 여러 가지 이벤트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부산관광공사와 협업해 2030 부산엑스포 유치 기념을 위한 시민과 함께하는 학술대회 형식으로 기획 중”이라며 “부산역에서 대규모 진료활동 등 부산시민과 함께하는 축제 형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회는 2015년 세계 유일의 ‘국제척추통증학회’를 창설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동남아, 중동 국가 교육과 활성화를 위해 MOU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척추통증학 교과서를 영문화 할 예정이며, 한글판 척추통증 증례 저널도 발간하여 전파할 예정이다. 또한 2016년 진행한 세계 최초 척추통증 분야 국제학술대회인 ‘ICSP(The 1st International Spinal Pain)’을 2024년 다시 한번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국내 정통 통증학회로서 통증에 대한 교육과 통증에 대한 올바른 전문적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고, 국제적인 학술 선도에도 나서는 대한통증학회의 계묘년 새해 활기찬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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