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유발하는 다양한 원인들 중 두 가지 이상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혼합형 치매'. 환자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질환인 만큼 고령화 추세의 가속화와 더불어 혼합형 치매 환자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혼합형 치매 중 가장 흔하게 나타는 유형은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뇌혈관 병변이 동반된 유형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약 6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들의 사후 부검 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60~90%가 다양한 뇌혈관 병변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혈관성 치매로 진단된 환자의 1/3에서도 알츠하이머형 치매 병리 소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혼합형 치매의 경우, 단일 치매 환자들에 비해 인지 기능의 저하가 빠르고 예후가 좋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러한 와중, 뇌졸중을 포함한 혈관성 위험 인자들이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위험을 높이고, 알츠하이머형 치매로 인한 증상 발현 기전에 상호 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발표되면서 뇌혈관 질환 관리의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경희대병원 신경과 유달라 교수를 만나 혼합형 치매의 현황 및 발생 인자들과 조기 약물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유달라 교수
경희대병원 신경과 유달라 교수

Q: 혼합형 치매란 무엇인가.

A: 치매는 기본적으로 인지기능 악화로 인한 일상생활 장애를 일컫는 말이다. 치매의 원인은 다양하다. 전체 치매 중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약 60%, 혈관성 치매는 30%, 루이소체 치매는 10% 미만을 차지한다. 이러한 치매 원인 질환이 두 가지 이상 혼재하고 있는 경우를 혼합형 치매라고 한다. 특히 혼합형 치매 가운데 가장 흔한 유형은 혈관성 치매를 동반한 알츠하이머형 치매이다.


Q: 혼합형 치매 중 뇌혈관 질환 동반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이며, 실제 임상에서 비율은 어느 정도 되는가.

A: 치매를 정확히 확진하는 것은 사후 부검을 통해 가능하다. 사후 부검 연구에 기초하면 노인 인구 중 혼합형 치매 비율은 20% 정도이다. 제가 진료를 보는 환자 중 체감하기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 중 50% 이상이 혈관성 병변을 동반하고 있다. 루이소체 치매 역시 혈관성 병변을 동반한 경우가 50% 정도 된다. 그리고 최근에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루이소체 치매가 동반된 사례도 임상에서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알츠하이머형 치매 환자 중 혈관성 병변을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게는 90%까지 된다. 혈관성 치매 환자 중 1/3 이상은 아밀로이드 영상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병리를 보인다. 가령 뇌경색이 있고 3개월 이내에 인지 저하가 진행하는 혈관성 치매의 경우, 병이 진행하는 속도가 급격히 빠를 때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동반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가 진단되고 뇌혈관 병변이 확인되는 반대의 경우도 있다. 혼합형 치매 진단에서 원인의 선후 관계는 바뀔 수 있다.


Q: 뇌혈관 질환을 동반한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위험인자에는 어떤 것이 있나.

A: 뇌혈관 질환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로는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부정맥, 흡연, 비만 등이 있다. 이러한 뇌혈관 질환의 위험인자는 곧 혈관성 치매의 위험인자가 된다. 또한 알츠하이머형 치매 위험인자로도 일부 작용한다. 고혈압은 대표적인 치매 위험인자이며, 최근에는 당뇨, 인슐린 저항성 등도 치매 위험인자로 제시되고 있다. 치매 고유의 위험인자에는 나이, 뇌 외상성 손상, 유전 인자, 가족력 등이 있다.

임상적으로 혼합형 치매, 알츠하이머형 치매, 혈관성 치매를 완전히 구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또한 각 위험인자가 상호작용하며 혼합형 치매의 위험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Q: 여러 위험 인자 중 뇌혈관 질환 동반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특히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A: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의 임상 양상은 서로 중첩되어 있고 위험인자 간의 상호작용 때문에 독립적 위험도를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혼합형 치매 발병의 선행 요인이 후행 요인의 발생을 촉진, 악화시킬 수 있는데 후향적 연구에서 어느 것이 선행 요인인지는 정확히 알기도 어렵다.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의 공통 위험인자로 고혈압과 당뇨가 있기 때문에 이들이 특히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뇌혈관 질환 동반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위험인자를 관리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A: 혼합형 치매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혹은 혈관성 치매를 단독으로 앓고 있을 때 대비 일상생활 수행능력과 생존 기간 측면에서 예후가 더 좋지 않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각각의 위험 요인을 우리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위험인자를 예방하고 조절한다면 인지기능, 일상생활 수행능력, 이상행동 증상 측면에서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지연시키고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내과적 치료 및 생활 습관 교정 등 조절 가능 요인을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개선하는 것이 혼합형 치매 관리 및 치료에 도움이 된다.


Q: 혼합형 치매가 아니더라도 동반 질환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데, 혼합형 치매가 특히 예후가 안 좋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또 동반 질환으로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 약물상호작용 등의 문제는 없는지 궁금하다. 

A: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병인은 베타 아밀로이드와 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응집과 축적이다. 혈관성 치매의 기전 가운데 하나인 소혈관 동맥경화 등 혈관 손상은 신경 세포에 관류 저하를 일으켜 신경세포 손상을 악화시키고 비정상 단백질 응집을 촉진할 것이라는 가설이 있어 혼합형 치매에서 두 가지 요인이 있을 때 질병 부담이 더 가중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실제 경험적으로도 한 가지 요인에 의한 치매보다 혼합형 치매에서 환자의 상태가 더 빠르게 악화되고 중증도가 높다. 향후 혼합형 치매에서 두 가지 병리가 상호작용하여 가속화하는 기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동반 질환으로 여러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와 관련해선, 다행히 대표적인 치매 약물인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의 경우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이 거의 없다. 초기에 적응하기 위해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있지만, 적은 용량으로 시작해 점차 용량을 늘려 가고,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며 다른 형태의 약물을 사용해 보는 등의 대처를 하므로 큰 문제는 없다.


Q: 뇌혈관 질환을 동반한 알츠하이머형 치매 등 혼합형 치매는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가.

A: 혼합형 치매 치료 방법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약물치료이다. 현재 알츠하이머형 치매 증상을 조절하는 데 사용되는 약물들은 혼합형 치매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증상 완화 치료 약물에는 대표적으로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과 같은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 억제제가 있다. 두 번째는 필요 시 항 혈소판제 복용 및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 관리를 통해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음주, 흡연, 식이 습관, 운동 등 생활 습관 개선이다. 도움이 되는 생활 습관으로는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기가 있고, 생선이나 견과류, 과일, 채소, 불포화 지방산을 섭취하고 포화 지방과 동물성 단백질은 적게 섭취하기가 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치매는 전 세계적으로 중점 사안이 되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12가지 방안을 정리해 치매 위험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 12가지에는 건강하고 균형 잡힌 식단 섭취, 체중 조절, 금연/금주, 혈압/혈당/이상지질혈증 관리, 활발한 신체/사회 활동, 인지 중재 훈련, 우울증 관리, 청력 손실 예방이 포함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을 간소화해 3.3.3 치매 예방 수칙 만들었다. 3.3.3 치매 예방 수칙은 3권(勸), 3금(禁), 3행(行)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 권장 사항 3가지에는 운동, 식사, 독서가 있으며, 금지 사항 3가지에는 절주, 금연, 뇌손상 예방이 있고, 행동 수칙 3가지로는 건강검진, 가족 및 친구들과 소통, 치매 조기 발견을 위한 조기 검진이 있다.


Q:. 약물치료의 효과는 어떠한가.

A: 퇴행성 질환은 완치보다 조기 치료와 관리를 통해 악화 속도를 늦추고 최대한 독립적인 삶의 기간을 연장해 병상에 의존하는 기간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약물치료로 기대하는 효과도 이와 동일하다. 현재 치료 약물 중 도네페질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이 되어 있고, 가장 흔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이에 대한 효과나 부작용에 대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효과가 있는 약물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다른 치료제에 대한 연구와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 등에 대한 연구가 보다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Q: 치매로 진단받지 않았더라도 뇌혈관 질환이 있다면 선별적인 검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이와 관련된 학회 연구나 정책 및 가이드라인이 있는가. 또 정부의 치매 정책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

A: 치매 선별 진단을 위한 바이오마커에 대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검사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병리를 영상 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가 있다. 그러나 의료 재정 등을 감안하였을 때 활용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만 60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치매를 조기에 선별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선별 검사는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시행 중이다. 지자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선별 검사 결과 이상이 있는 환자는 인지기능 5가지 영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신경심리 검사를 무료로 실시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이 지역별로 차이 없게 적용될 필요가 있다.

혼합형 치매라는 개념은 다시 말하면 공통된 위험인자에 대한 관리를 통해 뇌혈관 질환과 치매를 모두 관리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때문에 조절 가능한 요인들을 더 적극적으로 선별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무분별한 검사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아밀로이드 PET 등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검사도 보다 활성화가 될 필요가 있다. 이외에 국민 복지와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연구들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Q: 마지막으로 치매 환자 및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의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과거에 존재했던 사망 원인들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만성 질환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혼합형 치매를 비롯한 치매가 사망 원인의 선두에 올라서게 되었다.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환자 그리고 가족이 피부로 느끼는 고통과 부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포기나 좌절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공부하고 실천하는 것이 지혜로운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회적 구조가 변화하면서 환자 상태를 환자나 보호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전적으로 국가나 의료 기관의 도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환자 가족들의 참여가 퇴행성 질환의 관리와 악화 그리고 환자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환자와 환자 가족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많은 매체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사회구조적 변화에 대한 정부의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이루어진다면 난치성 퇴행성 질환에 대한 대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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