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방안은 '반쪽짜리 대책'"

제약업계, 국내 제약산업 보호 위한 방안 마련 절실 김태완 기자l승인2022.10.06 11: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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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K-바이오 육성을 위해 마련한 중장기 전략이 산업 현장의 요구와 간극이 커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 방안을 발표, 바이오헬스산업을 국가핵심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바이오헬스 혁신 방안을 통해 연구개발 지원, 투자 확대, 규제 혁신, 인력 양성 등 다방면에 걸친 실행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산업계의 요구도가 가장 높은 합리적인 약가책정과 의약품에 대한 가치보상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가 합리적 약가책정을 강조하는 이유는 제약바이오산업은 대부분의 수익이 의약품 판매를 통해 발생하고, 해당 수익을 R&D에 재투자하는 선순환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의 약가책정이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 업계는 국산신약에 대한 푸대접에 여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국내 한 A사는 해외에서 국내의 낮은 약값을 참조해 가격을 책정하는 바람에 자체 개발한 신약 수출이 무산됐고, B사는 한국 시장을 외면하고 해외에서 먼저 자사 개발 신약을 출시하기도 했다. 

업계는 국산신약에 대한 합리적 가치보상을 수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국산신약에 대한 합리적 약가책정’에 있어서 만큼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대척점에 미국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산신약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비대칭 행보는 6년 전부터 시작됐다. 2016년 7월 미국 제약사들은 한국 정부가 발표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제도’(일명 7.7 약가우대제도)에 대해 반발했다.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허가받거나, 임상시험을 국내에서 수행하거나, 혁신형 제약기업 등에 최대 10% 약가를 우대해주는 내용이 골자인데, 미국은 “한국의 약가 정책이 한국 제약업계에게 유리하다. 한미FTA 의무를 어기고 미국 제약사들의 권리를 짓밟는다”고 비판했다. 이후 국산신약에 대한 약가우대를 담은 7.7약가우대제도는 사문화됐다. 

업계는 정부가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이유로 제약바이오산업 성장 및 보호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약가규제 완화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신약의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기조와 동떨어진다는 것. 

신약은 크게 퍼스트 인 클래스(새로운 작용기전의 신물질 신약)와 베스트 인 클래스(동일 계열 내 효과가 제일 좋은 약)로 나뉘는데,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은 대부분 베스트 인 클래스에 속한다. 베스트 인 클래스의 경우 시장에 출시된 제네릭의약품을 포함한 모든 대체약제 가중 평균가의 90%에서 약가가 결정이 된다.

문제는 국산신약의 가격을 산정할 때 참조하는 ‘대체약제군’에 제네릭까지 포함시킨다는 점이다. 일례로, 국내 약가제도에 따라 오리지널의약품의 특허만료로 제네릭의약품이 시장에 진입하면 1년뒤 오리지널과 동일한 모든 약제는 가격이 절반(53.55%)으로 인하된다. 이렇게 낮아진 약제들이 국산신약 약가 책정에 참조하는 대체약제군에 포함, 신약임에도 오리지널약의 평균 45% 수준에서 약가가 책정되고 있다. 

국산신약에 책정되는 45%의 약가는 제네릭에 부여되는 53.55%의 약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실제, 국내 제약기업이 개발한 순환기계통의 신약은 동일 계열의 제네릭 보다 4.5% 낮은 가격에 책정됐다. 국산신약의 경우 평균 500억원 이상의 개발비용이 소요되는데 반해 제네릭은 이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 투입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가격 책정은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업계는 토로한다. 국내 신약의 보험청구액은 1조원을 넘었는데, 이는 전체 약품비의 5%에 불과하다는 점도 산업계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신약이 임상적으로 유용한 새로운 작용기전인 경우 ▲ 신약이 동일계열의 비교약에 비해 높은 유효성과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경우 ▲신약이 해당 질환 또는 외상의 치료를 개선시킴을 객관적으로 입증한 경우 등 조건을 충족하면 ‘혁신신약 약가 가산’이라는 명목으로 선진7개국 평균약가의 70~120%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공급망 교란 문제에 직면한 미국은 동맹국에 부담을 주면서까지 자국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인플레감축법을 시작으로 자국내 의약품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까지 코로나 19를 기점으로 보호무역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 미국은 바이오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로 ▲바이오제조업 역량강화 ▲ R&D 확대 ▲인력양성 ▲규제개선 ▲바이오 안전·안보 향상 ▲국제협력 강화 등 자국 내 바이오 생산 인프라 지원에 약 2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처럼 미국과 일본이 자국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의 고삐를 죄는동안 한국에선 ‘국산신약에 대한 약가우대 방안’이 실종됐다. 약가우대 제도가 폐지된 지 적지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현재까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양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약가우대 요청에 여전히 정부는 ‘통상문제’를 언급하며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의 기조는 최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의 국정감사 관련 서면질의에서 확인됐다. 제약산업육성법에는 혁신형제약기업에 대한 약가우대 근거 조항이 있는데, 실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복지부는 “특정 기업에 대한 지원은 국제통상 규범상 통상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 중”이라고 답변했다.

현재 업계는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국제 통상질서에 부합하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약가지원 정책 연구’에 기대를 걸고 있다. 통상질서에 부합하면서도 국산신약에 대한 약가우대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용역은 지난 5월 연구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으며, 막바지 수정작업을 거쳐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소위 힘 있는 나라가 주도하는 자국 우선주의는 당분간 다자주의를 대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한국 정부도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완 기자  kmedinf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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