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창립 20주년을 맞은 장연구학회가 아시아 중심으로 도약에 이어 동남아시아 학술전파에 나선다. 20년 역사 동안 아시아 염증성 장질환 학회 창립으로 아시아 학술 중심으로 부상한 대한장연구학회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학술을 전파하기 위해 협의체를 준비 중이다. 이 밖에 대장내시경 국가검진의 본사업을 위한 정책적 연구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명승재 회장 을 만나 앞으로 장연구 및 치료 발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학회 20년 역사 중 가장 큰 사건은 ‘AOCC’ 창립
 
“지난 20년 동안 장연구학회는 매우 큰 발전을 해왔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사건은 한국 주도로 아시아 염증성 장질환 학회(AOCC: Asian Organization for Crohn’s and Colitis)가 창립된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이를 이어 앞으로는 동남아시아 학술을 이끌어 나가기 위한 학술 모임 발족을 준비 중입니다.”
 
명 회장에 따르면 20년 전만 해도 위나 간질환이 더 중요했고 장 분야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20년 만에 대장암 발생률이 세계 1위가 됐고, 염증성 장질환은 20년 전 30명에서 현재 7만 여명으로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유산균이나 마이크로바이옴 등 장과 관련된 치료에 대해서도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면서 학회에 대한 관심도 늘어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명 회장은 “국내 장질환 연구가 활발하지 못했던 20년 전에는 일본이 우리에 비해 10년 정도 연구가 앞서 있었다”며 “이후 열심히 연구하면서 6~7년간 따라잡아 2013년 아시아학회인 AOCC를 만들 때는 일본과 대등한 수준이 되었다”고 전했다. 특히 AOCC 창립을 학회 20년 발전 역사상 가장 큰 사건으로 꼽는 명 회장은, 이제 AOCC는 유럽, 미국 학회와 견줄만한 아시아 대표학회로 자리잡았다고 자부했다. 한-중-일이 함께 하는 AOCC는 내년 4월 국내에서 11회 학술대회를 개최를 앞두고 한창 준비 중이다.
 
학회는 이제 AOCC에서 나아가 동남아시아를 리드할 준비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안마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우리가 걸어온 길을 전수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줌을 통해 증례토의(IMOTICON)를 진행해 오고 있는 가운데, 내년 4월 부산에서 열리는 AOCC에서는 이를 정기적인 모임으로 만들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 회장은 이를 통해 우리가 리더십을 발휘해 동남아국가 의사들을 도와주는 동시에 우리나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의 소화기내과의 학술을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 했다.
 
이 밖에도 학회는 20년 역사상 또 하나의 굵직한 성과를 앞두고 있다. 학회지 ‘Intestinal Research’가 올해 임팩트 팩터 4.7을 돌파하면서, 올해 11월 SCIE 등재를 앞두고 있는 것.
 
명 회장은 “학회의 첫 번째 목표는 결국 훌륭한 연구를 통해 국제적으로 학계를 주도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올해부터 학회 자체로 연구비를 출현해 연구 공모를 하여 연구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20년간 치료도 큰 발전…염증 조절서 나아가 ‘재생’ 연구도
 
염증성 장질환(IBD,inflammatory bowel disease), 대장암 등 장 질환들이 늘어나는 원인에 대해 명 회장은 ‘서구화’와 연관이 있다고 말한다. “식사의 질이나 위생이 좋아지면서 그 반작용으로 아동 시기 면역 형성은 약해지면서 크론병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늘어나고 있고, 유전적으로 요인이 환경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환자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장 질환 변화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염증성 장질환의 발생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학회 회원들만 봐도 기존에는 소화기내과, 대장항문외과, 내과 회원들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소아청소년과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그러나 다행히 최근 치료제의 발전으로 치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기존에는 크론병의 경우 염증이 반복되면서 장이 좁아져서 몇 번씩 수술을 하기도 했다”며 “또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출혈이 많아서 수혈을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은 치료의 발전으로 입원과 수술이 대폭 줄었다”고.
 
이러한 치료의 발전에는 다양한 생물학제제의 등장이 주요 역할을 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극심한 복통과 잦은 설사, 혈변 등을 동반하는 만성질환으로, 증상이 심한 환자들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증상을 호소한다. 과거 염증성 장질환 치료는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를 사용했지만, 효과가 부족하거나, 지속적인 사용이 어렵고, 중대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등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염증 조절제와 스테로이드를 많이 썼는데, 뼈가 약화 되거나 쿠싱증후군 등의 부작용이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 관해 유도 및 유지에 높은 효과를 보이는 항TNF 제제가 나오면서 치료 기전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전했다.
 
이같이 항TNF 제제인 레미케이드, 휴미라가 나온데 이어, 10년 전 바이오 시밀러인 셀트리온 램시마가 나오면서 가격도 저렴해지고 선택 폭도 넓어졌다.
 
또한 최근에는 주사제였던 항TNF 제제들이 서브큐 제형이 나오면서 치료의 편리성도 높이고 있다. “서브큐 자가주사는 농도를 높여 주사 기간을 늘리는 고급기술”이라며 “휴미라 뿐 아니라 램시마에서도 서브큐가 나와서 효과는 좋으면서도 간단하게 자가치료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치료제 발전 전망에 대해서는 명 회장은 염증 조절에서 나아가 ‘재생’을 타겟으로 하는 연구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줄기세포를 장에 투여해 재생시키는 새로운 시도가 연구되고 있다”며 “염증성 장질환은 워낙 병태생리가 복잡하지만, 그만큼 각각의 기전에 맞는 타겟에 따른 치료제 개발도 무궁무진한 분야”라고 강조했다.
 
 
대장내시경 국가검진 본사업 전환, 적극 도울것
 
“대장내시경을 국가검진으로 포함시키기 위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국민 건강을 위한 좋은 취지이므로 학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본사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적극 돕겠습니다.”
 
이를 위해 학회는 최근 ‘국가 대장암 검진사업, 대장내시경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를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주최하기도 했다. 특히 대장내시경을 국가검진으로 할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과 판독에 대한 경험이 중요하므로, 개원가에서도 이러한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여, 실제 검사가 효과적일 수 있도록 적극 학회의 의견을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일상에서도 변비, 과민성 대장염 등 장 질환이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 리드에 이어 세계적으로 도약하는 장연구학회의 미래 20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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