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내분비종양은 전신에 분포하는 신경내분비계 세포에서 발병하는 종양으로, 장기에 따라 나뉘는 다른 암들과 다른 특성이 있다. 

미국 및 유럽 등지에서는 예후가 비교적 좋은 특성상 대장암보다 유병율이 높은 반면, 국내에서는 희귀암으로 구분되고 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도 발병 환자 수가 10배 가량 증가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35세 이하의 젊은 연령에서도 발병 사례가 보고되는 등 주목할 필요가 있는 질환이다. 

이에 본지는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와 핵의학과 김용일 교수를 만나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좌)와 핵의학과 김용일 교수(우)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교수(좌)와 핵의학과 김용일 교수(우)

인지도, 질환에 대한 데이터 모두 '저조'

신경내분비종양 환자 일부는 홍조나 설사, 피부반점 등 호르몬과 관련된 카시노이드증후군이 나타나지만,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조기 발견이 어려워 건강검진 시 내시경을 통해 발견되거나, 각 장기에 발생한 종양에 대한 조직검사 이후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유창훈 교수는 "신경내분비종양은 증상이 시작된 이후 진단까지 평균 5~7년이 소요되며, 환자 1명 당 약 6명의 의료진을 거친 후 정확한 병명을 진단 받는 경우도 있다"며 "최근 높아진 국내 의료 수준과 비례해 진단율이 올라가고 있는 만큼, 질환에 대한 인지도 향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한종양내과학회는 연평균 약 2,500여 명의 신경내분비종양 신규 환자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진단을 받는 환자 수는 그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질환 자체가 생소하다 보니 타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췌장암으로 알려진 스티브 잡스가 실제로는 췌장신경내분비종양이었던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유 교수는 "신경내분비종양은 장기에 종양이 발생한 이후에 조직검사를 시행, 그 결과 신경내분비세포에서 종양이 발생했을 경우에 진단된다. 이렇다 보니 환자의 진단명에도 신경내분비종양 질환이라는 명확한 병명 코드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들이 직장에서 종양이 발견된 후 신경내분비종양으로 진단되면 직장신경내분비종양이 되고, 췌장에서 발견되면 췌장신경내분비종양이 되는 형태로 구분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 수는 늘고 있는데, 국내 환자들에 대한 정확한 유병률이나 생존기간 등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가 전무한 상황"이라며 "현재까지는 국내 환자들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 대신 의사들 개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인식 제고와 지원 급선무"

현재 국내에서 신경내분비종양에 사용되는 치료제는 소마토스타틴저해제와 표적항암제, 세포독성항암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Lu-177 DOTATATE, 약품명 루타테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는 소마토스타틴저해제와 함께 치료 효과가 좋은 약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1차 치료에서부터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소마토스타틴저해제와 달리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는 위장관 신경내분비종양에서는 3차,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에서는 4차 치료에서부터만 급여가 적용되고 있고, 심지어 이외의 신경내분비종양에서는 보험 적용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유창훈 교수는 "조기에 쓸수록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는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는 한번 효과가 있으면 계속 투약하는 일반적인 항암제와 달리, 4회만 투약하는 약물이다. 다만 제한적인 급여 조건으로 인해 주로 다른 치료들을 시행한 이후에나 사용하고 있다"며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의 생존 기간이 긴 만큼 궁극적으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까지 투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효과가 좋은 약물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국가 재정 절감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라고 생각되지만, 현재로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조기에 사용하는 환자들은 드물다"고 전했다.

더욱이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는 반감기가 존재해 생산 후 약 72시간 이내에 투여해야 하며, 현재는 국내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 유럽에서 약을 수입하고 있다. 

김용일 교수는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를 환자들이 투약하기 위해서는 유럽에서 주문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1회 투약 가격만 2,000만 원이 넘어간다"며 "4회의 표준치료에 부가적인 비용까지 고려하면 비보험으로 치료할 경우 1억 원 가량의 치료 비용이 소요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는 생산 후 사용할 수 있는 기한이 있기 때문에 해당 시간 내에 치료를 해야 한다"며 "국내에서 생산이 안되다 보니 유럽에서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를 생산 후 비행기를 통해 이송하고, 국내 통관을 거쳐 병원으로 오게 된다. 월요일에 유럽에서 약을 생산한다면 투약 마감 시간이 목요일 오후가 되는데, 화요일에 약을 비행기에 싣고 국내에 도착해 통관을 거쳐 수요일 저녁이 되어야 병원에서 인계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를 투약받는 신경내분비종양 환자들은 어느 병원이든 모두 목요일 오전에 치료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마저도 비행기 결항시에는 고가의 약물 치료가 연기되기도 한다. 이에 더해 방사성의약품 치료에 대한 행위 수가마저 미미해 병원에서도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의료진들의 애를 태우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는 고가지만 병원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치료다. 일반적인 항암제가 아닌 방사성의약품이기 때문에 단순하게 주사로 약물을 투약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차폐 시설도 만들어야 하고, 치료 후 사고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투약 이후 모니터링까지 세심하게 관리를 해야한다"며 "약가는 2천여 만 원이지만 이러한 행위를 하는 핵의학 치료에 대한 수가는 10만원도 채 안되고 있어 병원측에서도 이에 대한 필요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투약 후 모니터링을 위해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데 이 역시 수가가 존재하지 않아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원내 기부금을 통해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병원 입장에서는 치료할수록 손해를 보는 셈이지만, 환자를 방치할 수는 없기에 어렵게 치료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교수는 "미국, 유럽,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핵의학치료 센터가 별도로 있을 정도로 핵의학 분야의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핵의학적 치료 과정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되지 않고 있고, 대부분의 과정에서 수가가 정당하게 평가되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국내 핵의학 치료 분야를 제대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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