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문장 변호사 임원택
법무법인 문장 변호사 임원택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 1년의 범위에서 그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는데, 대표적인 손상행위가 바로 비도덕적 진료행위다.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의미가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법원은 ‘비도덕적 진료행위’란 사회통념상 의료인에게 기대되는 바람직한 진료행위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진료행위를 의미하므로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이 열거하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는 성범죄를 범한 경우, 마약류관리법을 위반한 경우, 허가 받지 않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경우, 낙태하게 한 경우 등이 있다. 그런데 현장의 의료인들은 기준이 애매모호해서 지키기 어렵다고 한다. 아래에서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판단된 실제 사례들을 소개하겠다.

최근 의사가 자신의 처남에게 졸피뎀을 처방전에 따르지 않고 제공한 행위가 의료법이 금지하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사 A는 처남 B가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보관하고 있던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B에게 제공하여 의사면허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받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졸피뎀은 남용 가능성이 있고, 1회 문진 후 약물을 제공하는 행위는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중대성이 크므로,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의사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행위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이지만, 도덕적 비난가능성이 없다면 면책될 수 있다는 판결도 있다. 의사가 모발이식 시술을 하면서 접착용 스프레이를 사용한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학회 발표 자료와 다른 의사들이 해당 제품을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는 제품의 효능 및 부작용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비도덕적 진료행위가 맞다고 하였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과 의견이 달랐다. 의사가 지녀야 할 도덕성과 직업윤리를 심하게 훼손하는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다고 하면서, 1심 판결을 취소하였다. 해당 제품은 의학적으로 상당 수준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갖추고 있거나, 최소한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인 위험성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도덕적 비난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 외 비도덕적 진료행위로는 낙태나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으로 인한 사례가 많으며, 진료중 성범죄, 수술실에서의 음식섭취, 음주상태 진료 등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경우도 있다.

법률가 입장에서 보더라도 비도덕적 진료행위는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다툼의 소지가 많은 규정이다.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경우 의료인 길들이기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의료인의 불친절한 서비스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오인하는 환자들도 많다. 위반 경중과 환자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유형을 세분화하는 쪽으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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