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수면장애센터장 양광익 교수(신경과)가 최근 노스캐로라이나 샤롯에서 열린 미국수면학회(Associated Professional Sleep Society, APSS Sleep 2022)에서 ‘FAASM(Fellows of the American Academy of Sleep Medicine)’에 선정됐다. 수면의학 전문가로서 정상급 권위를 공인받은 것. 최근 5년간 SCI급 논문을 50여 편 발표하는 등 왕성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양 교수는, 국내 수면의학 발전과 효율적 치료를 위한 정책 제안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수면학회서 ‘수면의학 대가’ 인정…20여년간 수면의학에 매진

“2007년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수면장애센터에서 수련을 받고 온 이후 병원에 수면센터를 만들고, 연구와 진료를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공로를 인정해 주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수면의학 발전과 학술 교류를 위해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미국수면학회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수면 관련 의학회로, 매년 학회에 공헌하고 수면의학에 업적을 이룬 수면의학 대가들에게 1년에 한번 ‘FAASM’를 선정하여 발표한다. 올해는 세계에서 52명이 선정됐으며, 국내에서는 양광익 교수와 서울의대 정기영 교수 2명이 선정됐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양 교수는 현재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대한수면연구학회 부회장을 비롯해 대한수면학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대한신경과학회가 처음으로 제정한 ‘자랑스런 신경과인 상’을 수상하는 등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터뷰 당일도 양 교수는 수면다원검사 판독에 여념이 없었다. 그의 원래 전공은 뇌전증이다. 뇌전증은 밤에 발작하는 경우가 많고, 파킨슨병, 치매 전 단계에서도 렘수면행동장애와 같은 수면중 이상행동을 감별하려면 뇌파를 잘 알아야 했다. 이에 뇌파에 관심을 갖게 된 양 교수는 2007년 미국으로 연수를 가게 되면서 수면의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불면증, 코골이, 수면무호흡, 기면병, 일주기 리듬 장애 및 수면중 이상행동 등을 진단하기 위한 수면다원검사는 모두 뇌파 기반이라 미국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게 됐다”는 양 교수.

그렇게 공부를 하고 돌아와서 당시 수면의학의 불모지이던 2011년 순천향대 천안병원에 수면센터를 설립하고 수많은 연구와 진료를 진행해 왔다. 양 교수가 최근 5년간 발표한 SCI급 수면의학 논문은 30여 편에 이른다. 구체적으로는▲수면다원검사의 정확한 판독 및 수면무호흡 환자의 효과적인 양압기 치료 ▲만성불면증 환자의 인지행동치료 ▲우리나라 청소년의 수면부족과 코골이, 기면병의 정확한 감별과 치료, 신체 및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 상당수의 논문들이 국내외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초반에는 주말 수면 보충과 고혈압, 비만 등 만성질환과의 관계, 전자매체 사용과 청소년 수면 행태에 따른 건강 관련, 수면부족과 졸음 운전 등과 관련된 연구를 주로 진행했다”고. 최근에는 수면과 피로의 관계에 대해 연구 중이라는 양 교수는 “피로와 졸림은 조금 다르다”며 “피로는 우울과 관계가 많은데, 이러한 피로가 수면 건강과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위한 제도적 환경 마련 절실

국내 수면의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양 교수가 미국 연수후 돌아와 수면센터를 설립할 때만 해도 치료에 보험도 안 되고 적절한 검사도 없어서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그러다 2018년 수면다원검사가 급여화와 함께 수면무호흡의 대표적 치료인 양압기가 보험이 되면서 검사와 치료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같이 양압기 치료는 보편화되었지만, 환자들의 순응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이에 대해 “양압기 치료의 관건은 환자들이 잘 때 잘 사용하는 것인데, 불편하면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처방시 환자 특성에 따른 양압기 종류, 적정 압력 선정 등이 치료자 입장에서 중요하다”면서 “환자 개별 특성에 맞춰 이러한 부분들을 고려한 맞춤 처방에 따라 끝까지 치료할 것인지 순응도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그 다음 양 교수가 중요하게 꼽는 것은 불면증 치료에서 인지행동치료의 중요성이다. “노인 만성 불면증 치료에서 수면제는 내성과 의존성이 높아질 수 있고 어지럼, 낙상,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런 경우 불면증 인지행동치료가 적합하다”는 것. 이어 “미국의 경우 수면클리닉에서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가 퍼스트 초이스인데, 국내에서는 치료가 어려운 현실”이라고 전했다. 소요 시간에 비해 수가가 매우 적고, 인원도 여럿이 필요하다 보니 병원에서는 이를 포기하고 약 처방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

불면증 인구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지행동치료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양 교수. “인지행동치료는 만성 불면증에서 교과서적으로 가장 효과 있고 근거 기반한 치료이지만, 수가는 전혀 현실성이 없다”며 “또한 인력 기준에 있어서도 슈퍼바이저인 의사를 중심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 인적자원 구성이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적 치료 환경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한 가지, 적절한 양압기 사용에도 불구하고 주간졸림을 호소하는 수면무호흡환자들에게 각성촉진약제의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양 교수. “미국 식약처에서는 기면병 이외에도 수면무호흡, 교대 근무자들에게 각성촉진약제 처방을 승인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기면병 처방에만 국한되어 있다”며 “국내에서도 유연한 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면증 벗어나기 위한 생활 속 실천 방법은?

“많은 어르신들이 불면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수면제를 무조건 안 먹거나 끊기보다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면서 약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환자를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생활에서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실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죠.”

현대인들에게 불면증이나 수면장애가 늘어나고 있고, 특히 노인층에서는 더욱 심하다.

양 교수는 불면증 환자들은 잠을 자기 위해 잠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조건화 각성으로 인해 잠이 더 안 오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불면증 환자들은 졸림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인지행동치료의 원리도 졸림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원리”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째, 잠이 안 오면 억지로 자려고 하지 말고 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다른 것을 할 것. 또한 침대는 잠을 위한 공간으로만 사용하고, TV나 휴대폰을 보는 공간으로 사용하지 말 것, 새벽 잠에서 깨어났을 때 시계를 보지 말 것, 빛이 멜라토닌을 차단하므로 화장실에 갈 때 불을 켜지 말거나 약하게 켤 것 등을 조언했다.

건강한 수면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수면의학의 진료, 연구와 활발한 학술 교류로 국제적 인정을 받고 있는 양 교수의 더욱 왕성한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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