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가 역대 최대 전공의 지원율 급감을 보이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패러다임 변화로 위기 돌파에 나선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은 20%대까지 감소한 전공의 지원율에 상급병원 진료체계 붕괴 위기를 예고하며, 이를 타계하기 위해 소아청소년 주치의라는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전공의 교육 개편을 비롯해 주치의 시범사업 지원, 상급병원의 전담전문의 중심 진료시스템 전환 등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1~2년 이내 소아청소년과 상급병원 진료체계 붕괴 위기

“2019년부터 시작된 전공의 지원 감소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올해 27.5%까지 줄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향후 1~2년 내 상급수련병원 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는 붕괴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모든 직역 단체 및 정부와 힘을 합해 패러다임 변화로 이 위기를 돌파하고자 합니다.”    

소아청소년과의 전공의 지원율 감소세가 심각하다. 코로나19 유행 전인 ’19년부터 80%로 감소해, ’20년 74%, ‘21년 38%에서 올해 27.5%까지 급감했다. 소청과는 저출산, 저수가에 신생아 의료사고에 따른 법적 소송이 진행되면서 감소되어 오다가 코로나19로 개원가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에 올해 3월부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과정이 3년제로 개편되었으나, 당장 올해 년도 신입 1년차 전공의 지원이 전혀 없는 병원이 전체 수련병원의 72%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에 전국 수련병원 중 62%에서 교수들이 직접 야간 당직을 시작했으며, 2주에 한번 당직을 서는 곳도 50%에 육박하며 매주 교수가 당직은 서는 곳도 20%나 된다. 소아응급실의 경우 더욱 심각하여 시간제한 없이 24시간 응급실을 운영할수 있는 곳은 3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기존에는 한 해에 전공의가 200명씩 나왔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지나도 출산율 저조 등으로 예전처럼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며 “필수의료를 유지하려면 60% 이상은 들어와야 대가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수들도 버티고는 있지만 지쳐가는 상황에서 얼마나 버틸지 모른다”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전담전문의 제도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상이나 시설 부족보다 상급 의료기관 내 전문 진료를 책임질 수 있는 전문 인력 부족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므로 전담전문의 확보를 위한 정부의 직접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것.

이같이 학회는 정부에 소아청소년과 응급실이 24시간 전문의 응급진료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 신생아중환자실, 소아중환자실 및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의 입원진료는 신속하게 전담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로 전환되어야 외부 환경에 따른 전공의 지원율 등락과 관계없이 소아청소년과 진료체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상태이며 정부도 적극 검토 중이다.

 

‘소아청소년 건강 관리’ 주치의로 패러다임 변화

그동안 소아청소년과는 진료 수준이 매우 높아졌음에도 수가가 낮다 보니 대량 진료를 할 수 밖에 없게 되면서 극히 일부인 감염병 진료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제 소아청소년과의 역할은 소아청소년의 주치의 개념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 이사장.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감염병 진료 의사가 아니고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에서 관리, 중재를 해주어 추후 만성질환 등의 유병률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나마 영유아검진이 발달 이상을 걸러내고 있지만 비정상만 걸러낼 뿐 정상 아이들을 생애주기에 따라 관리할 수는 없는 구조라 영유아부터 청소년까지 관리 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심각한 예로 아동, 청소년 비만을 꼽는 김 이사장.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아동, 청소년 비만이 심각할 정도로 늘어났지만 2~3분 진료로는 지속적인 관리를 할 수 없다는 것. 이어 “선진국에서도 필수의료 진료를 강화하면서 행위가 아닌 관리에 수가를 부여해 주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보건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전문의가 맡아서 할 일”이라며 “우리나라도 아동 청소년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수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이러한 전환을 위한 준비과정에 이미 착수했다. 올해부터 3년제로 바뀐 전공의 수련과정을 1차 전문 진료 역량을 강화 시키는 방향으로 개편한 것. 이에 대해 “세부분과의 전문적인 고난이도 진료는 분과 전문의 제도를 통해 교육하고 전공의 교육에서는 상담능력, 기본술기능력, 아동학대 상담 등의 교육 위주의 교육으로 3년 전공의 교육후 바로 지역사회에서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대폭 개편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시작하는 소아청소년과 주치의 상담 시범사업도 이러한 일환이다. 시범사업은 1차 진료에서 150명 환자군을 관리하면서 환자들이 원하는 부분에 대해 1년에 4번 가량 15 분 정도의 심층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골자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실제로 상담이나 중재에 대한 구체적 보상이 현실화 된 것은 이번 시범사업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개원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급한 불 정도는 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와 영유아 검진과 교육부의 초중고 검진도 복지부로 일원화하는 생애주기 건강검진 관리도 추진하고 있다. “영유아 검진에서 청소년 질환, 심리, 자살, 성문제까지 이어지도록 하고 이러한 학교검진 수가를 만들어 검진을 통하여 소청과에서 유관 환자를 찾아내고상담 해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전공의 교육 개편도 이러한 시스템에 바로 적용하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이러한 정책적 변화 시도들이 긍정적 신호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는 않는다”며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기본 수가가 올라가서 진료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소아청소년들의 건강 라이프를 컨트롤 해 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적 신뢰와 학문적 권위 증진’ 목표…재단법인 추진

“학회의 가장 큰 목적은 학문적 권위를 지키는 것입니다. 분과 비전과 동기 부여를 통해 우수한 전임의를 키워나가기 위한 지원과 교육 기능 및 국민들 대상의 정확한 정보 제공과 사회 기여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전공의 지원 감소는 어쩔 수 없지만 학회의 캐치프레이즈인 ‘국민적 신뢰와 학문적 권위 증진’이 훼손되면 존립자체가 없어진다고 강조하는 김 이사장. 이에 전임의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와 교육을 강화하고 지방 근무시 가점을 주는 등 학문의 질 향상을 목표로 주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관련 등 잘못 떠돌고 있는 의학 정보들을 국민들에게 1, 2주내에 빠르게 피드백하여 제대로 알려 나갈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소아청소년과 만큼은 사회 기여하는 공인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저출산, 아동학대 등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적극 나서기 위해 현재 소아청소년과 재단법인인 한아재단을 기부금 관리가 가능한 단체로 추진하고 소아암, 중증장애인들의 가족을 도울 수 있는 사업을 펼쳐 나갈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를 패러다임 전환으로 기회로 만들기 위해 적극 나서는 학회의 노력이 우리 아이들의 몸과 정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안전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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