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란병원 유선경 외과 부장
세란병원 유선경 외과 부장

쾌청하고 따뜻한 날씨가 되면서 봄철 자전거 라이딩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전거 타기는 근골격계 질환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심폐기능 향상에도 좋다. 다만 잘못된 자세로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기존의 앓고 있는 질환을 제때 치료하지 않고 즐긴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치질을 예로 들 수 있다.

치질은 항문 주위에서 발생하는 질환 대부분을 의미한다. 치질에는 항문이 찢어져 발생하는 치열과 항문주위에 고름과 부종이 생기는 치루, 그리고 항문 벽에 출혈 등으로 혹이 생기는 치핵으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도 치핵은 항문 질환 가운데 발병률이 가장 높은 질환이다. 항문에 자리 잡고 있는 정맥 혈관이 확장되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정맥류다. 노화와 관련돼 발생하는 때도 있지만 비교적 젊은 세대에서도 적지 않은 환자들이 치핵 치료를 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치핵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63만 6,611명으로 5년 전인 2016년(54만 9,057명)보다 약 15% 늘어났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50대 환자가 12만 1,185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로 40대(11만 4,439명)와 30대(11만 2,697명), 20대(10만 443명) 순으로 이어졌다.

치핵이 발생하는 이유는 혈액순환과 관련이 있다. 화장실에서 변을 보기 위해 오랜 시간 앉아 힘을 준다거나 장기간 의자에 앉아 일을 해야 하는 경우 항문 주위에 원활한 혈액 순환이 이뤄지지 않아 치핵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자전거 라이딩을 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자세로 항문에 지속적인 마찰을 가하거나 직업 특성상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해야하는 사람들은 치핵 발생 위험이 큰 편이다. 치핵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자연 치유 경우도 있지만 적절한 관리 없이 방치한다면 수술 치료가 불가피할 수 있다.

배변 시 소량의 출혈이 동반되지만 항문 주위에 치핵이 빠져나오지 않은 단계를 치핵 1도로 판단한다. 이때에는 35~40도의 따뜻한 물로 좌욕하거나 정맥혈류를 원활하게 해주는 약물치료를 통해 호전이 가능하다. 만약 배변을 볼 때 항문 입구로 치핵이 내려왔다가 올라간다면 이는 2도 치핵까지 악화한 상태이지만, 1도 치핵과 마찬가지로 비수술적인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치핵이 항문주위로 내려왔다가 스스로 올라가지 못해 손으로 넣어줘야 한다거나, 손으로 넣어도 올라가지 않는 상태를 각각 3도와 4도 치핵으로 진단한다. 이 때에는 빨리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치핵은 재발이 잦은 질환이기 때문이 치료만큼이나 예방법도 중요하다. 충분한 섬유질과 수분을 보충해 변비를 예방해 배변 시 항문 주위에 가해지는 압력을 낮추는 게 좋다. 또한, 술은 혈관을 확장시켜 치핵을 더욱 악화시키기 때문에 치료 기간에는 반드시 금주하는 게 바람직하다.

세란병원 유선경 외과 부장은 "잘못된 자세로 오랫동안 자전거를 탄다면 항문 주위에 압력이 올라 혈전성 외치핵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자전거 안장의 높이를 자신에 몸에 맞게 조절하고 최소한 2시간에 한번은 휴식을 취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직업 특성상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일을 한다면 주기적으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것 역시 치핵을 예방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치핵을 앓고 있는 경우라면 앉아서 하는 운동이나 복부에 강한 압력을 주는 운동은 피할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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