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3개국이 간호법을 보유 중인 가운데, 국제간호협의회(ICN)도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1899년에 설립된 ICN은 세계 135개국이 가입한, 가장 오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전문직 단체다.

간호법 제정 촉구 수요 집회 사진
간호법 제정 촉구 수요 집회 사진

ICN 파멜라 시프리아노(Pamela Cipriano) 회장은 6일 대한간호협회 주최로 국회 앞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과 불법진료·불법의료기관 퇴출을 위한 수요집회에 참석해 “ICN도 한국에서 간호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면서 간호법 제정 지지를 선언했다.

파멜라 회장은 이날 간호법 제정 지지선언문을 통해 “간호사가 현장에서 전문지식으로 우수한 간호를 제공하고, 보건의료시스템의 중추적 역할을 하려면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급선무”라며 “간호법은 국민의 보편적 건강을 보장하기 위한, 국민을 위한 법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간호법이 국회 발의 후 직역 간 갈등을 이유로 제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간호법 제정을 위해 4개월 넘게 집회와 시위를 진행 중인 사실도 놀라운 일”이라며 “ICN은 한국에서 간호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 간호인력을 지원하고 강화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파멜라 회장은 “ICN은 우수한 한국 간호계가 더욱 발전해 최고의 의료가 국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간호법 제정을 적극 지지하고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파멜라 회장은 ICN 제1부회장으로 활동했으며, 미국간호사협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ICN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간한 ‘세계간호현황보고서’에서도 전 세계 국가들이 간호와 관련된 법적 체계와 규정을 갖춰 간호사가 실무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도록 독려하고 있다.

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전 세계 135개 회원국과 2800만 간호사를 대표하는 국제기구인 ICN에서도 한국에서 간호법이 제정되도록 지지하기 위해 나서주셨다”며 “국회는 전 세계 간호계의 간호법 제정 지지와 우리나라 국민들의 간호법 제정 촉구 목소리를 엄중하게 듣고, 간호법 제정 약속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신 회장은 “주기적인 신종감염병 유행, 초고령사회 도래는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시스템과 간호·돌봄체계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에 적극 대응하려면 간호법 제정을 통해 숙련된 간호사를 양성하고 돌봄체계를 구축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도간호사회를 대표해 나선 제주특별자치도간호사회 송월숙 회장도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총소득이 3만5천 달러를 넘기며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간호사를 소모품처럼 쓰는 후진적 제도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대한민국 의료의 질적 수준과 간호사 역할 및 전문성을 고려해, 간호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간호대학생을 대표해 나선 박준용 KNA 차세대 간호리더 전국회장(부산 동주대)은 “간호법 테두리 안에서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간호사로 일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는 간호법 제정이라는 예비간호사들의 처절한 절규를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수요 집회에 참석한 전국 150여명의 간호사 및 간호대학생들은 ICN의 간호법 제정 지지에 힘입어 “세계 간호계도 나섰다. 간호법을 즉각 제정하라”고 국회를 향해 외쳤다.

특히 이날 집회에서는 밴드 ‘소년감성’의 노래 <오 나의 간호사>와 <간호법이 필요해>가 소개돼 참석자들과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 두 곡은 정신전문간호사로 활동하다 현재는 경북보건대 간호학과에서 예비간호사들을 가르치고 있는 이상순 교수가 직접 만든 곡으로 <오 나의 간호사>는 간호사를 여자 친구로 둔 남자가 연인을 기다리는 사연을 노래가사로 만들었다. 평일이나 주말 구분 없이 3교대 근무로 바쁜 간호사들의 일상이 녹아 있다.

한편, 수요 집회는 국회 앞과 현대캐피탈빌딩, 금산빌딩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당사 앞 등 모두 5곳에서 대형보드와 피켓, 현수막을 이용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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