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이식 분야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간이식연구학회가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대한간이식연구학회 제10대 회장으로 지난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유영경 신임회장(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은 지난해 창간한 학술지의 활성화를 비롯해 새로운 세대로의 세대교체, 뇌사자 간이식 활성화를 위한 사회적 관심 촉구를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는 다짐이다.

 

세계 선도하는 간 이식, 새로운 세대로 이어간다

“최근 학회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독립적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학회지 발간에 이어, 앞으로 젊은 세대들의 참여를 이끌어 새로운 세대의 간이식 분야 발전을 위한 교두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간이식연구학회는 98년 창립하여 지난 20여년간 대한민국과 세계의 간이식 발전에 기여해 왔다. 특히 생체간이식에 있어 복강경 공여자 간절제수술의 보편화와 체계적인 술기의 발달은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을 정도다.

간이식 분야라는 한정된 분야에서 전체 학회 인원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음에도 꾸준히 성장해온 간이식연구학회는 연구회에서  학회로 발전해 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공식 학술지를 창간하여 학술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 회장은 다음 세대를 위한 기반 만들기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기존 세대가 간이식 분야의 많은 발전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젊은 새로운 세대가 이를 이어가야 하는 시기에 놓인 것. 이에 지난 1월 임기 시작 후 4개의 위원회를 신설했다. 유 회장은 “간 이식 분야 자체가 도제식 운영으로 이루어져 왔다”며 “지난 20년간 발전에 기여해 온 실행위원에 더하여 의욕적인 젊은 세대를 받아들여 균형 잡힌 조직이 되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뇌사자 간 이식 저조…활성화 절실

간암은 국내 사망률이 성인 남자에서 2위에 달하는 질병이며, 간암을 비롯해 간염 등으로 인한 바이러스성 간질환, 알코올 간질환 등으로 간이식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뇌사자 간이식이 점점 더 줄어들고 있어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큰 숙제로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뇌사자 간이식이 특히 더 적어서 이식 환자의 4분의 3이 생체 간이식을 하고 4분의 1만이 뇌사자 이식을 하고 있다”며 “생체 간이식은 정상인 공여자의 안전에 대한 문제와 윤리적 문제 등이 항시 제기되기 때문에 뇌사자 간이식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이나 유럽 대부분에서는 뇌사자 공여자에 의한 간이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금과 같은 생체 간이식의 증례보다는 뇌사자 공여가 많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재의 제도적, 사회적 문제로 공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  

이 같이 임상 현장에서는 뇌사자 간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많고 기증은 적다 보니 위중하고 급한 사람이 먼저 받도록 하는 MELD 점수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위중한 환자들이 먼저 공여받다 보니 이식 후 성적이 안 좋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에 “조금 덜 위중한 환자에게도 공여가 갈 수 있도록 풀이 넓어진다면 이식 성적이 더 좋아질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뇌사자 장기 제공자가 대폭 늘어나야 하는데, 이를 위한 제도나 사회 환경 마련이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장에서 난관이 되는 부분은 뇌사자의 경우 현실적으로 가족들이 장기 기증여부를 결정해줘야 하기 때문에 기증이 이루어 질 때까지의 장애물이 여럿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에 유 회장은 뇌사자 공여 활성화를 위해 사회공헌 차원에서 예우를 해줄 것을 제안했다. 장기 제공을 한 뇌사자 가족들에게는 국가가 사회공헌 유공자 같은 대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것.  

물론 사회 인식의 전환도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95%가 뇌사자 이식이며, 선진국일수록 뇌사자 기증 건수가 많은 현실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경우 사회적 인식 자체가 뇌사자의 경우 당사자의 사전 의사결정에 따라 당연히 장기이식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며 “국내 뇌사 장기 기증의 경우 故 김수환 추기경 선종 즈음 잠시 활성화되는 듯 했지만, 그 이후 여러 문제로 저조해 지는 조짐을 보이다가 최근 코로나19 등의 상황 등으로 다시 줄어들었다”면서 “사회 인식의 전환을 위해 국가,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면역억제 치료 및 이식 술기 고도화로 학술발전 선도할 것

“간 이식과 관련해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가깝게는 면역 억제 치료의 발전이 가장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간이식 수술의 기술적인 발전 등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간이 이식돼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학회가 연구 및 학술을 전파해 나가겠습니다.”  

그동안 간 이식 분야에서는 인공 간, 이종이식 등 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인공 간이나 이종이식은 아직 활성화되기에는 난관이 있다. 인공간의 경우 아직까지는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으며, 이종이식의 경우 기술은 많이 발전했어도 미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위험성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 “최근 이종장기 이식에 대한 시도가 뉴스에 보도되고 있지만, 이종 장기의 이식은 추후 장기적인 다양한 결과들을 낙관만 하기에는 어려운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서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며 “학회에서는 조만간 이종이식에 대한 이같은 우려점 및 많은 논의들을 학술적 관점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는 면역억제 치료 발전이 가장 기대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면역억제제를 쓰지 않는 쪽으로 가는 게 가장 좋지만,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어렵기때문에 점점 약물 용량을 줄이거나 면역 작용의 특정 부분을 미세하게 조준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획기적인 면역 억제제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그 약물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밖에도 유 회장은 개인적인 관심사로 간 분할 이식을 활발히 연구 및 시행하고 있다. “분할 이식은 현장에서 번거로운 과정이 있기는 하지만, 한정된 뇌사 장기제공자로부터 간을 적극적으로 분할하여 두명의 환자에게 간을 이식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현재로서는 간이식 풀을 넓힐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조언하며, 이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간 이식 분야의 새로운 세대 도약과 함께 간이식 분야의 새로운 학술 발전, 뇌사자 기증 활성화 등에 나서는 대한간이식연구학회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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