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문장 정재훈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 정재훈 변호사

개원을 하고자 할 때, 초기 개설 자금부족, 병원 운영 능력의 부족 등의 이유로 2인 이상이 모여 동업으로 개원하는 경우가 있다. 동업을 하면 반드시 분쟁이 생긴다고 만류하는 이들도 많으나, 현실적으로 동업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고, 실제로 동업은 많이 이루어진다.

 동업관계에서 분쟁이 발생하여 동업자 1인이 임의로 탈퇴한다면 탈퇴와 그에 따른 정산절차를 진행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임의로 탈퇴하지 않는 상황에서 분쟁이 계속된다면, 동업자 1인에 대해서 다른 동업자들이 제명을 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일반적인 동업관계는 민법상 조합에 해당한다. 조합에 관련된 규정을 살펴보면 동업자(조합원)의 비임의탈퇴사유는 사망, 파산, 성년후견의 개시, 제명 4개 사유로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제명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 다른 조합원의 일치된 결정이 있어야 한다. 결국 정당한 사유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데, 이와 관련된 최근 대법원 판결을 소개한다.

 의사 A, B, C가 동업관계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분비율은 A, B, C 각각 2/7, 5/7, 2/7이고, 동업계약 기간인 5년을 도과하고도 1년 가량 동업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기존의 계약기간 만료로 인하여 새로운 동업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다수 지분권자이며 병원 경영을 담당하였던 B는 새로운 계약 조건을 제시하였다. 주된 내용은 ① 약정기간이 지나도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해산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유지분을 반환하며 동업에서 탈퇴하고, 남은 조합원이 환급금을 지급한다는 내용, ② 각 의사(동업자)들이 지급받던 의사직무수당을 정액제에서 성과급제로 변경한다는 내용이다.

 위와 같은 재계약 내용에 대해서 C는 동의하였으나, A는 거부하였고, 이후 수개월 동안 불화가 지속되었다. 이에 B와 C는 회의를 개최하여 일치된 결정으로 A를 제명하였다. 제명사유로는 ① 동업 약정기간의 만료, ② 재계약 거부로 인한 조합원 자격 상실, ③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병원 경영에 반하는 행위로 지속적인 동업 불가, ④ 동업자 간 불신감 초래를 들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B, C가 A를 제명할 때,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가 쟁점인데,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란 특정 조합원이 동업계약에서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조합업무를 집행하면서 부정행위를 한 경우와 같이 특정 조합원에게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이에 이르지 않더라도 특정 조합원으로 말미암아 조합원들 사이에 반목ㆍ불화로 대립이 발생하고 신뢰관계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어 특정 조합원이 계속 조합원의 지위를 유지하도록 한다면 조합의 원만한 공동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포함한다. 신뢰관계 파탄을 이유로 조합원을 제명한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특정 조합원으로 말미암아 조합의 목적 달성에 방해가 계속되었는지 여부와 그 정도, 제명 이외에 다른 방해제거 수단이 있었는지 여부, 조합계약의 내용, 그 존속기간과 만료 여부, 제명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정당한 사유 여부에 관하여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① 성과급제 도입 부분은 그동안의 조합운영 실적에 비추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탈퇴조항은 존속기간 만료 후 조합의 해산을 제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특정 조합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 ② 이러한 상태에서 원고를 제외한 다수 지분권을 가진 조합원이 모두 동의한 변경안이 합리적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면 원고로서도 이를 진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제안을 하는 등 동업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재계약을 위한 협의에 임해야 한다는 점, ③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원고가 변경안에 대한 협의를 거부한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원고와 동업관계를 유지하기 곤란한 사정이 생긴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심리하여 이 사건 제명결의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 사건의 경우 A에 대한 제명이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동업관계에서의 분쟁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잘 해결된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제명까지 고려하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위의 내용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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