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기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유용한 암 치료제의 빠른 보험급여 진입을 위한 항해에 나섰다.

총 42명으로 구성된 9기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의 위원장으로 선출된 임호영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는 ‘환자-제약사-건강보험’ 세 축의 밸런스를 맞추어 유용한 암 치료제들이 빠르게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전문가로서의 역할과 함께 시스템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다.

 

빠른 결정 위해 프로세스 개선할 것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속하고 해외에서도 호평 받는 건강보험 정책을 갖고 있는데도, 재정으로 인해 유용한 약제의 급여화가 늦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른 나라와 보조를 맞춰 유용한 암질환 치료제가 빠르게 급여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암질심 위원은 2년 임기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 환자단체연합회,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등 13개 단체로부터 혈액종양 및 보건경제 분야 전문가를 추천 받아 45명 내외로 구성된다.

임호영 교수는 지난 12월 구성된 제9기 암질심 워크숍에서 위원들의 호선으로 위원장에 선출됐다. 구성 이후 9기 암질심은 지난 1월 12일 올해 첫 심의를 진행하고, 비라토비캡슐(엔코라페닙)의 세툭시맙과의 병용요법의 급여 적용 등 4건의 약제에 대한 급여기준을 설정했다.

임 위원장은 “우수한 약제가 나와 있는데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접근성이 늦거나 제한이 된다면 억울하고 불공평한 일”이라며 “제약사에서는 신약이 나오면 원활하게 사용되길 원할테고, 환자들을 위해서는 빠른 급여 적용이 도움이 되겠지만, 재정이 한정 돼 있으므로 한정된 재정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가 우리 전문가들이 해결해야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용성, 효율성 평가를 통해 좋은 암 치료제들이 빠르게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무엇보다 많은 환자들이 오랜 시간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는 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빠른 결정을 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사후평가 통한 급여율 다양화로 암질환 치료문 넓혀야

실제 그동안 유용한 치료제들이 급여권에 진입하는 데까지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폐암치료제 키트루다의 경우 폐암 1차에서 기존 치료들 대비 우수한 효과를 입증했음에도 4년 만에 어렵게 암질심을 통과하고, 이어 최근 새해가 돼서야 약평위에 통과된 바 있다. 또한 간암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경우도 지난해 어렵게 암질심 관문을 넘었지만 급여화는 진행은 아직 안 되고 있다. 급여화를 간절히 기다리는 암환자들에게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일 수밖에 없는 것.

세계적 암치료 가이드라인인 ESMO 가이드라인 위원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는 등 간암 전문가이기도 한 임 위원장은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에 대해 “일본에서도 병용요법 급여화 이후 80%가 쓰고 있는데, 간암에서 가장 우수한 치료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급여가 되지 않아 못 쓰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미 유용성이 입증되고 사용되기를 원하는 약제들은 몇 가지 방안을 통해 되도록 빠른 급여권 진입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같이 임 위원장은 재정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몇 가지 제시했다.

첫 째는 현재 획일적으로 정해진 중증질환 환자부담금에 대한 조정이다. “암질환의 환자부담이 획일적으로 5%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제의 급여 진입에 대한 재정 압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환자부담금의 다양화를 제시했다. 즉, 약제를 사용하면서 리얼월드 데이터가 쌓이면 임상연구보다 범위가 더 넓어지거나 좁아지는 부분이 나온다. 이러한 사후 평가를 통해 비용 효율성에 있어서 명확하게 대체할 수 있는 약이 없다면 퍼센테이지를 낮게 측정하고, 약의 효과가 미흡하면 조금 더 높이는 것. 이같이 “향후 리얼월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급여 퍼센테이지를 다양화하여 융통성 있게 진행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환자-제약사-건강보험’ 밸런스 맞춘 판단으로 치료 문 넓힐 것

“재정적 문제가 계속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안타깝지만 모두 혜택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전문가 입장에서 ‘환자-제약사-건강보험’의 밸런스를 맞춘 가장 적절한 판단을 내려 암질환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넓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암질심에 대해 몇 가지 문제점들을 제기해 왔다. 첫 째는 암질심 심의가 의약품의 효용성보다는 가격적인 부분에 의해 적정성을 평가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질환을 가진 환자나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가능한 옵션을 다 쓰는 게 좋지만, 재정의 제한이 있기에 효율적 사용은 꼭 필요하다”며 “이러한 효율적 사용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 전문가 의견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제기되는 문제는 심의 대상 약제에 대한 임상진행자가 심의에 참여하는 문제이다. 임 위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질병에서 암이 차지하는 부분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신약은 매우 고가화 되어 가는 상황이다. 또한 과거에는 한 약제의 적용 범위가 넓었지만, 지금은 일부 환자들에게만 적용 가능한 경우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보니 항암제 급여화에 따른 재정은 더욱 늘어나고 심의는 더욱 전문화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임 위원장은 “저도 환자를 보는 의사이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이지만 모든 분야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헌으로 임상연구를 해석하고 약제의 유용성을 파악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중요하고 유용성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해당분야의 전문가 참여는 꼭 필요하다”면서 “전문가가 참여해서 조언하고 각각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의견을 모아 최종적으로 바람직한 결정을 하는 것은 전체 위원의 몫이기 때문에 특정 위원들이 영향력이나 이익을 행사할 것이라는 부분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항암요법의 사전승인 제도 등 과거에 비해 암질심에서 진행하는 심의가 많이 늘었지만, 가능한 매달 회의를 가지고 빠른 결정이 이뤄지도록 진행해 나가겠다”는 임 위원장의 다짐이 새해 넓은 치료의 문을 간절히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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