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사회의 가속화로 '치매' 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치매는 70가지 이상의 원인에 따라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혈관성 치매, 루이소체 치매 등 다양한 종류로 구분되고 있다. 이 중 두 가지 이상의 원인 질환이 공존하는 '혼합형 치매'는 인지기능의 저하가 빠를 뿐더러,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으로 꼽힌다.

현재 혼합형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 중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임상 현장에서 구분이 어려워 실질적인 환자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부검한 결과 약 60~90%가 다양한 뇌혈관 병변을 동반했고, 혈관성 치매 진단 환자의 1/3에서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소견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뇌혈관질환 환자가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릴 확률이 크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으며, 혈관질환 관련 요인이 있는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2배 가량 높아진다는 점이 입증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를 만나 뇌혈관질환을 동반한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대한 조기 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보는 자리를 가졌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

Q: 혼합형 치매란 어떤 질환이며, 환자는 어느 정도로 추산되는가?

A: 치매의 원인은 70여 가지 이상 존재하는데, 두 가지 이상의 원인이 동시에 작용하여 치매를 유발하는 경우를 혼합형 치매로 정의한다.

치매의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이 약 60% 이상의 비율로 가장 흔하고 다음으로 혈관성 치매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두 가지 이상의 원인으로 인해 나타나는 혼합형 치매는 임상에서 2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혼합형 치매는 임상 현장에서 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과소진단(underdiagnosis)되는 경향이 있다. 

한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부검한 결과 알츠하이머병 병리 소견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혈관성 질환의 병리 소견이 동반되어 있는 가능성이 70% 이상 보고된 바 있으며, 반대로 혈관성 치매 환자를 부검한 결과에서는 30~40% 정도에서 알츠하이머병 병리 소견이 관찰됐다.


Q: 혼합형 치매는 어떻게 진단할 수 있는가? 

A: 치매 진단에는 환자 및 보호자에 대한 문진(history taking)이 가장 중요하다. 문진을 통해 언제부터, 어떠한 속도로 인지장애가 발생 및 진행하였는지, 어떤 인지기능의 저하가 심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국소 신경학적 이상소견을 확인할 수 있고 이러한 경우 뇌혈관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1차 진단 후에는 뇌 MRI검사와 아밀로이드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 등의 뇌영상검사를 시행한다. 뇌 MRI 검사를 통해 뇌위축의 중등도를 확인하여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치매의 진행 정도를 알 수 있고, 뇌경색이나 뇌혈관질환에 의한 뇌 손상 소견들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경막하 뇌출혈, 수두증과 같은 다른 치매의 원인을 감별할 수 있다. 

최근 PET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병리 소견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검출할 수 있게 됐다. 혈관성 치매환자에서도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통해 혼합형 치매 여부를 확인하면 향후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국내 연구 결과, 혈관성 치매 진단 환자에서 아밀로이드 PET 검사를 시행했을 때 30~40% 정도가 양성 소견을 보였는데, 이러한 경우에 혼합형 치매라고 진단한다. 혼합형 치매는 혈관성 치매만 있는 경우보다 인지기능 저하가 상당히 빨리 나타나고, 신체적 기능저하 속도도 더 빠르다.


Q: 혼합형 치매가 과소진단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혼합형 치매로 두 가지 원인이 겹쳐 있는 경우에도 증상의 발현은 알츠하이머병 혹은 혈관성 치매와 같은 단독형 치매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서 감별이 힘든 경우가 많다. 특히 혈관성 치매에서 알츠하이머병 인자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뇌 MRI만 통해서는 진단이 어렵고, 정확한 확인을 위해서는 아밀로이드 PET와 같은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이 비싼 편이라 아직까지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Q: 뇌혈관질환 환자에게 알츠하이머병 치매가 나타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A: 뇌혈관질환과 알츠하이머병 병리는 여러 위험인자를 공유하고 있다. 과거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심장대사 증후군들이 심내혈관이나 뇌혈관에 이상을 미치고, 이를 통해 혈관성 치매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5년 사이 많은 연구를 통해서 고혈압, 당뇨 등의 심장대사 증후군들이 알츠하이머병의 발생 위험도를 높인다고 밝혀졌고,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축적에도 기여한다고 밝혀졌다.

또한 뇌혈관질환이 있으면 앞서 언급한 아밀로이드의 배출이 잘 되지 않아 아밀로이드의 축적이 가속화된다. 따라서 뇌혈관질환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병이 더 쉽게 발생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아직 연구 결과에 따라 논란이 있기는 하나,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환자에서 뇌혈관질환에 의한 뇌 손상이 더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다.


Q: 뇌혈관질환을 동반한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의 예후는 어떠한가?

A: 두 가지 원인이 겹쳐있는 혼합형 치매는 한 가지 원인만 있는 치매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알츠하이머병의 중간 생존 기간이 5~5.5년 정도인데,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이 함께 있는 혼합형 치매의 경우 생존기간이 4~4.2년 정도로 상대적으로 짧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치매 환자의 생존기간은 예후와 직결된다. 예를 들어, 만약 치매 환자의 생존기간이 5년이라면 자의적으로 움직일 수 없어 병상 생활을 하는 상태가 3년 만에 나타날 수 있으며, 생존기간이 4년이라면 2년 만에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생존기간이 짧을수록 질환의 악화 속도가 빠르며, 사회활동이 불가능해지는 시기가 빨라져 보호자의 부담을 더욱 빨리 가중시킨다.


Q: 그렇다면 아직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뇌혈관질환 환자일지라도 예방적 차원에서 치매 선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A: 그렇다. 인지저하 증상이 아예 느끼지 않는 경우에는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데, 조금이라도 건망증이나 인지저하의 초기 증상이 있다면 미리 검사를 받고 필요시 약물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Q: 현재 뇌혈관질환을 동반한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어떻게 치료하고 있는가?

A: 뇌혈관질환을 동반한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에 치료에 쓰이는 도네페질(donepezil)과 같은 치매 증상 완화 치료제를 사용하면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인지기능의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더불어 뇌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약물 치료로 항혈소판제와 같은 약물을 사용할 수 있으며, 내과적 약물 치료 및 생활습관 교정을 통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에 대한 적극적 조절이 필요하다. 


Q: 치매를 극복할 수 있는 치료제가 부재한 상황이다 보니, 조기 약물치료가 더욱 중요할 것 같다.

A: 치매는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약물 치료로 증상의 진행을 멈출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따라서 빠른 시기에 진단하여, 조기 치료를 시행함으로써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가장 많은 도움이 된다. 이미 악화된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시행해도 진행 속도를 늦춤으로써 얻는 보호자나 환자의 이점이 없기 때문에 환자 상태가 좋은 단계에 치료를 빨리 시작해서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재 치매 치료의 목표라 할 수 있다.


Q: 다양한 제형의 치매 치료제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패치 형태의 치료제가 등장하기도 했다. 경구제와 패치제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A: 치매 증상 치료제는 정제, 구강용해필름, 구강붕해정, 패치제 등의 다양한 제형이 제공된다. 이 중 패치제는 위장관 부작용과 같은 메슥거림과 설사의 빈도가 적은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피부에 붙이는 형태이다 보니 해당 부위가 붉어지고 가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또한 위치를 변경해서 붙여야 하므로 인지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이 스스로 챙기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치매 증상 치료제인 도네페질은 용량에 따라 5mg, 10mg, 23mg 세 가지의 옵션이 있다. 처음 복용 시에는 메슥거림, 설사와 같은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어 조금씩 약물 농도를 올리는 형태로 처방한다. 치료를 시작할 때는 2, 5mg으로 시작하여 5mg로 증량하고 유지 시에는 10mg 용량을, 이후 증상이 악화되거나 중증도가 심해진 환자에서는 최근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고용량 23mg 약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Q: 치매 환자의 질환 악화를 늦출 수 있는 생활 습관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매일 꾸준히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은 과거부터 뇌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최근에는 알츠하이머병의 발생과 인지기능의 저하를 늦추는 데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샐러드와 같은 야채나 오메가3가 있는 생선 등의 음식을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이 외에도 꾸준한 두뇌운동을 시행해볼 수 있다. 두뇌운동과 같은 인지재활치료는 뇌 위축을 막고 인지기능 저하를 늦춰준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매번 병원에 내원하여 인지재활치료를 받기 어렵다면, 취침 전에 일기를 쓰거나 젊은 시절 배우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배우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배우는 등의 두뇌 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치매 예방 및 진행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Q: 마지막으로 치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치매를 진단받으면 ‘곧 보호자도 알아보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매는 조기 진단을 통해 적절한 약물 치료를 하고 생활 습관 교정을 함께 진행한다면, 증상 악화를 최대한 늦춰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초기 치매 증상이 있을 때 노화로 인한 단순한 건망증으로 치부하지 말고, 병원에 내원하여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삶의 질과 행복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므로 가족 중 고령인 분이 있다면 경각심을 갖고 상태를 체크해볼 것을 권한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