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문장 정재훈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 정재훈 변호사

의료법에 의하면 의료기관 개설자가 거짓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때에는 의료기관의 개설 허가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를 하게 된다.

한편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비 거짓청구가 있게 되면 의료법인의 대표자가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때 진료비 거짓청구로서 형사처벌을 받은 자는 의료법인의 대표자이고,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의료법인이므로 ‘의료기관 개설자가 거짓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때에는 의료기관의 개설 허가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를 하는 의료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의료법인 그 자체와 의료법인의 대표자는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위의 경우에도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개설 허가 취소 또는 의료기관 폐쇄가 있게 된다. 결론이 다소 싱거울 수도 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다.

먼저, 법률해석 방법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료기관의 개설 허가 취소 또는 폐쇄를 명하여야 한다는 의료법 규정은 행정법 영역이다. 만약 해당 규정이 형사처벌을 규정하는 형사법 영역이라면 죄형법정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므로, 엄밀하게 의료기관 개설자가 아닌 의료기관 개설자인 의료법인의 대표자에 대한 사정에 대해서 유추적용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행정법 규정에 대해서는 보다 완화된 해석이 가능하다.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에 적용되는 해당 의료법 규정의 문언적 해석에는 부합하지 않으나, 해당 규정의 입법취지, 객관적 사정, 법률의 합목적적 해석 등을 고려하면,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개설 허가 취소 또는 폐쇄 명령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다음으로, 행정처분은 의무위반자의 고의 또는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의료법인이라고 하더라도, 진료비를 거짓으로 청구하였다는 점, 그리고 의료법인의 대표자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될 정도로 거짓청구가 과도하였다는 객관적 사정은 인정된다. 그리고 의료법인의 대표자가 형사처벌을 받았으므로 의료법인에게 의무위반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 또한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로 인한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또는 폐쇄라는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련사건의 판결문을 살펴보면, 의료법인 측이 의료법 상의 다른 규정과 비교하며 주장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살펴보자. 의료인의 부당한 경제적 이익 취득을 금지하는 이른바 ‘리베이트’ 금지에 관한 의료법 규정을 살펴보면, “의료인, 의료기관 개설자(법인의 대표자, 이사, 그 밖에 이에 종사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바, 이와 같이 의료기관 개설자에 법인의 대표자가 포함된다는 규정이 특별히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의료기관 개설자에 의료법인의 대표자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시하기를, 위와 같은 리베이트 관련 규정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법인인 경우 의약품 리베이트 수수 금지의무의 수범자를 그 법인의 대표자 외에 이사, 그 밖의 종사자까지 확대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하였다. 또한 의료기관 개설자의 형사처벌과 이에 따른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또는 폐쇄라는 행정처분을 부과하는 규정의 해석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일축하였다.

이처럼 거짓청구로 인하여 의료법인의 대표자에 대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이 있으면, 그에 따라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개설 허가 취소 또는 폐쇄가 이루어진다는 결론뿐만 아니라, 그 이유에서 나타나는 행정법 영역의 특수성을 잘 숙지한다면, 다른 종류의 행정처분 또는 행정조사 등이 문제 되는 경우에도 잘 대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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