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 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심장내과 유병수

심부전은 복잡한 병태생리를 가지고 있는 임상 증후군으로 심장기능의 저하로 인해 체내대사에 필요한 양의 혈액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이로 인해 폐울혈, 체울혈 및 심박출량 감소에 따른 호흡곤란, 부종과 피로감 등의 임상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심부전은 진행성 질환으로 현재 심혈관계 질병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유병률 또한 치료기술의 발달로 인한 만성 심장질환자의 증가와 고령 인구의 상대적 증가로 증가 추세에 있어 의학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심부전 환자는 임상양상으로 반복적인 입원 및 응급실 방문, 장기적인 외래 치료의 과정의 악순환을 반복한다. 그러므로 올바른 심부전의 약물치료를 통한 적절한 외래 진료는 장기 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본 논고에서는 심부전의 약물 치료가 입증된 수축기 심부전 환자를 중심으로 아래와 같이 기술하였다.

치료 원칙

심부전 치료에서 약물치료는 크게 두 가지 임상양상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는데, 첫째로, 불안정한 심부전의 경우에는 환자를 임상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한 증상 완화 치료가 필요하다.
대부분 전신 부종, 폐울혈을 동반하고 심부전이 악화되는 상황이면 정맥 주사를 통한 이뇨제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이와 같은 상황이 심하지 않거나 만성적인 경우에는 경구용 이뇨제를 사용한다. 또한 이를 통해 신체기관의 관류를 개선하고 심실 충만압을 적정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둘째로, 안정화된 후에는 생존을 증가시키고 증상의 개선 및 악화예방을 목표로 한다. 이는 오랜 기간 동안 임상연구를 통해 입증된 약물인 ACE 저해제, 베타차단제 및 알도스테론 길항제를 사용한다.

심부전 치료 약제

▲ 이뇨제 및 알도스테론 길항제

이뇨제는 체액 저류로 인한 증상을 호소하는 울혈성 심부전 환자의 치료에는 아주 효과적이다. 증상이 경하고 신장기능이 정상인 환자에게는 thiazid계 이뇨제를 사용하고 더 강력한 이뇨 효과를 원하는 경우 furosemide 같은 loop 이뇨제 등을 사용할 수 있으며, 한 가지 이뇨제에 저항성을 보이는 경우는 thiazide계 이뇨제와 loop 이뇨제를 병용 투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심부전 환자의 경우 효과가 좋은 furocemide계 이뇨제가 좋고 초기 용량은 20-40mg, 하루 1-2회가 적당하고 부족하면 용량을 증가시킨다. 또한 약동학적으로 개선된 약물인 torsemide나 bumetidine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뇨제를 사용하면서 환자의 울혈이 해소된 상태에서 약물을 갑자기 중단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관찰하면서 용량을 줄이고 부종 등의 증상이 없으면 이때 중단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뇨제 사용은 전해질 이상 등의 부작용, 신경 호르몬계의 활성화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최초 이뇨제 사용 시에는 2주 정도 후에 신장 기능 및 전해질 이상(저 칼륨증, 저나트륨증)을 확인해야 한다. 또한, 이뇨제는 증상이 없는 심부전 환자에게는 권유되지 않고 증상이 있는 심부전 환자의 증상 완화를 위한 이차적 약제로 사용되고 있다. 주요 약제의 용법은 아래와 같다. Aldosterone은 나트륨 저류, 마그네슘 및 칼슘 소실, 교감신경계 항진, 섬유화의 증가, 부교감신경계 억제 및 압수용체 기능부전 등의 기전으로 심부전의 병태생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론적으로는 ACE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hibitor) 억제제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를 투여할 경우 aldosterone의 생성억제를 기대할 수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약 20% 미만에서 억제됨이 보고되어 aldosterone 수용체를 직접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Aldosterone 길항제인 spironolactone을 이용한 Randomized Aldactone Evaluation Study (RALES) 연구는 좌심실 구혈률 35% 미만인 1,663명의 NYHA class II 내지 IV의 중증의 심부전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치료에 spironolactone을 추가하여 위약군과 비교하여 전체 사망률 29%, 심부전 악화로 인한 재입원율의 36% 감소를 보고하였고 최근 비교적 경미한 심부전 환자에서 이루어진 연구에서도 유의한 효과를 입증하여 이뇨제 효과가 아닌 aldosterone 길항제로서 소량 spironolactone의 투여를 권하고 있다. 이 약제는 초기 혈청 Cr < 2.0 mg/dL이거나 최근에 악화된 소견이 없는 Cr < 2.5 mg/dL이면서, 심한 칼륨혈증의 기왕력이 없는 혈청 K+ < 5.0 mEq/dL인 경우에 사용한다. 하지만 spironolactone은 고칼륨혈증, 신기능 장애 등이 동반된 환자에서는 금기이거나 투여를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남성들에게서는 spironolactone이 유방비대와 유방의 통증을 유발시킬 수 있으므로 이 경우에는 약물의 투여를 중지한다.

▲ ACE 억제제

ACE 억제제는 혈액 내와 국소조직에서 ACE를 억제하여 angiotensin II의 생성을 저하시키고, kininase II를 억제하여 혈중 bradykinin의 농도를 높여서 혈관을 확장시키고, 교감신경계의 활성을 저하시키고, 염분 배설을 촉진시키는 작용을 나타낸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증식, 섬유화, 혈관내피 세포의 기능 조절, 혈전의 형성 및 나아가서는 죽상 경화증의 진행 예방에도 관여한다.
ACE 억제제 사용이 심부전 환자들의 증상을 완화시키고, 심부전의 진행을 억제하며, 사망률도 낮춰준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들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특히 ACE 억제제는 좌심실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 중 증상이 없는 환자들에서도 심부전의 진행을 막고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심실 수축기 장애(좌심실 구혈률 < 40%)가 있는 환자들은 증상이 없더라도 ACE 억제제를 투여하는 것이 좋다. ACE 억제제는 과거에 치명적인 부작용, 혈관부종, 무뇨증, 진행되는 신부전, 임신부에서는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그리고 수축기 혈압이 낮은 경우, 혈청 creatinine이 높은 경우(Cr > 3 mg/dL), 양측성 신동맥 협착, 고칼륨혈증(k > 5.5 mmol/L)인 경우에는 투여에 주의를 한다. ACE 억제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소량부터 시작해야 하며 2주 동안 사용한 다음 2배의 용량으로 증량을 하여 목표 용량까지 증량을 하되 환자가 견디지 못하는 경우에는 그때까지의 최대 용량을 투여한다. ACE 억제제의 용량은 특별한 부작용이 없는 한 최대한의 양을 투여하는 것이 원칙이나 creatinine 치가 기준치의 30% 이상 상승하거나 혈청 칼륨치가 5.0 mEq/L 이상이면 중단하거나 용량을 감소시킨다. ACE 억제제를 투여하면 ACE는 약 90% 이상에서 억제됨에도 불구하고 혈중의 angiotensin II는 약 20% 미만에서 억제됨이 관찰되는데, 그 이유는 angiotensin II의 생성이 ACE 이외에 non-ACE 기전에 의해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angiotensin II의 수용체를 직접 차단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결과 나온 약제가 바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이고 ACE 억제제에 비해 비교적 부작용이 적으며 환자들의 순응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심부전 환자의 치료에 있어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심부전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있어 ACE 억제제에 비해 더욱 우수하다는 결과는 아직 없어 현재까지는 ACE 억제제가 기침이나 혈관부종 때문에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ACE 억제제 대신에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베타 차단제

교감 신경계의 활성이 심부전의 예후에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이를 차단할 수 있는 교감 신경 차단제의 사용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되어 왔다. 초기의 연구들에서는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이고 대상 환자수가 적어서 논란이 많았으나, 최근의 대규모 연구에서 그 효과가 입증됨으로써 심부전 환자의 새로운 치료로 자리 잡게 되었다.
Bisoprolol을 사용한 Cardiac Insufficiency Bisoprolol Study II (CIBIS-II), metoprolol을 사용한 Metoprolol CR/XL Randomized Intervention Trial in Congestive Heart Failure (MERIT-HF) 및 carvedilol을 사용한 US Carvedilol 연구에서는 베타수용체 차단제가 울혈성 심부전 환자들의 사망률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모든 베타 차단제가 간의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고 bisoprolol, metoprolol, carvedilol, nevibolol 만이 임상연구를 입증되어 이 약제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권고되고 있다. 베타 차단제를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고용량의 ACE 억제제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으며 저용량의 ACE 억제제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가능한 빨리 베타수용체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현재 울혈증상이 있거나 그로 인하여 호흡곤란이 있는 환자에서는 베타수용체 차단제가 수분의 저류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증상이 호전된 안정된 상태에서 사용해야 한다. 또한, 초기 사용시 저혈압, 심부전의 악화 등의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으므로 전신 및 폐부종이 없거나 회복된 상태로 환자의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인 경우 소량부터 조심스럽게 증량하면서 투여해야 한다. 초기 투여 용량은 아주 낮은 용량, 즉 목표 용량의 1/8-1/16 정도로 시작하여 점차 매 1-2주마다 용량을 배로 증가시키고, 최대한 목표 용량까지 증량한 뒤 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Table 2). 사용 중 저혈압 발생, 과도한 맥박수 감소 및 심부전의 악화 시에는 약물을 감량하는 것이 필요하다.

▲ 디곡신

디곡신은 울혈성 심부전 환자에서 가장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온 치료약물로서 좌심실 수축 기능 향상, 교감신경계의 활성도저하 등의 효과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심방세동을 동반한 울혈성 심부전 환자에서 심박동수의 조절 및 효과적인 좌심실의 혈류 충만을 위해 필수적인 약제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좌심실 수축기능 저하가 있는 환자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디곡신의 효과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고, 아직까지 디곡신이 울혈성 심부전 환자들의 전체 생존율을 높인다는 보고는 없다. 따라서 현재 심부전 환자에서 디곡신 투여가 고려되는 경우는 심방세동을 동반한 울혈성 심부전 환자에서 맥박수 조절을 위해서 투여되는 경우, 그리고 정상 동율동이면서 다른 심부전 약제를 사용 중에도 심부전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에서 가장 낮은 용량인 0.125 mg이 가장 합리적인 용량으로 사용되며, 디곡신 중독증이 의심되는 경우(환자가 구토, 식욕부진, 혼돈, 시각 이상을 보이거나, 또는 부정맥이 있을 때)에는 혈청 디곡신 농도를 측정한다. 적절한 치료 용량은 0.8-1.2 mg/dL로 알려져 있다.

▲ 수축기 심기능이 정상인 심부전의 치료

앞서 언급한 여러 가지 약물들은 주로 수축기 장애로 인해 유발된 심부전 치료에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수축기 기능이 정상인 심부전의 환자의 치료는 울혈상태를 감소시키는 이뇨제의 사용 등은 동일하지만 수축기 장애 심부전 환자와 같은 장기 예후를 호전시킨 약제는 극히 드문 실정이다. 그러므로 현재 이와 같은 심부전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고혈압 조절, 정상 동율동을 유지, 빈맥 예방, 심근허혈 예방 등의 기저 질환 및 상태를 회복시키는 것이고 각기 환자에서 따른 약물 선택의 적용이 필요한 실정이다.

결 론

수축기 심부전 환자에서 입증된 약제를 사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사항이며 장기간 임상 연구로 입증된 약물을 환자 상태에 맞게 치료하는 것은 증상의 개선뿐만 아니라 장기 예후를 개선시키므로 이를 실제 임상에 맞게 적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논문협조 - 대한내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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