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10일 콘래드호텔에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과연 경증 질환인가” 주제로 정책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은 LDL-콜레스테롤(LDL-C)이 190 mg/dL 이상일 경우 의심하는데, 저밀도 지질단백 (LDL) 대사에 관련된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며 흔한 상염색체 우성의 유전질환인 이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과 희귀질환인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나뉜다. LDL-C가 높은 FH 환자들은 관상동맥질환에 도달하는 기간이 짧아 조기에 심근경색이나 급사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지질강하 치료가 중요하다.

행사를 주최한 최동훈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도 500명당 1명이상 발병할 것으로 추정되는 많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 가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의 현황을 알리고 임상 현실에 맞지 않는 보험 급여 기준으로 인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자 이번 간담회를 주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간담회의 기획과 좌장을 맡은 서울의대 최성희 교수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대외협력이사)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으로 상당히 위중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책과 보험 급여의 미비점으로 인해 진단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며 “경구 지질강하제만으로 LDL-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 고위험군 FH 환자들이 치료 기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고 정책간담회의 취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우리나라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현황, 위험도, 치료 효과

첫 번째 발표자인 연세의대 이상학 교수(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FH 등록사업단장)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국내 현황, 위험도, 치료효과’ 주제 발표를 통해 국내 자료에서 우리나라 FH 환자의 높은 심혈관사건 위험도와 치료 의존적 위험도 감소 경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은 전 세계적으로 인구 500명당 1명 이상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최근 유럽의 연구에서는 인구 250명당 1명 꼴로 보고된 바 있고, 우리나라 유병률도 외국과 유사해 10만명 내외의 FH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학 교수는 “우리나라 FH환자의 심혈관사건 위험도는 건강보험 빅데이터 기반 분석과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등록사업에서 일반인 대비 각각 최고 2.4배, 5.4배 높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내 자료를 통해서도 적극적인 지질강하 치료를 충분히 받은 환자군의 LDL-콜레스테롤이 불충분한 치료군에 비해 심혈관사건 위험도가 44% 감소한 것을 관찰했다”며 조기 진단과 강력한 지질강하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의 실제와 급여 기준에 대한 제안

두 번째 연자로 나선 연세의대 이찬주 교수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에 대한 국내 치료의 실제와 보험급여 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검토하고, FH 환자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들을 제안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 FH의 치료 목표는 LDL-콜레스테롤(LDL-C)을 100 mg/dL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나 (심혈관질환 동반 환자의 경우 70 mg/dL) 보다 낮은 치료 목표를 제시하는 해외 진료지침의 경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치료에는 우선 경구 지질강하제인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투여하도록 하나,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복용하고도 LDL-C가 100 mg/dL 이상인 경우 새로운 치료제인 PCSK9 억제제를 보험급여로 사용 가능하다. 기존에 알려진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거나 특이적 임상 증상(황색종)이 발현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definite FH)에서는 PCSK9 억제제를 보험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이찬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의 보험급여 기준은 외국의 이전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국내 임상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definite FH로 진단되었더라도 황색종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70% 이상이고, 가족력을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유전자 검사에서 기존에 알려진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는 경우도 40% 정도로 유전자 변이가 없었다고 해서 FH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유전자 진단에 의해서 확증이 되거나 시진으로 확인이 어려운 황색종이 있어야 새로운 약물을 쓸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은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이 교수는 초고위험군에 속하는 FH 환자들은 LDL-C 70 mg/dL 미만을 목표로 치료해야 하지만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사용하고 난 뒤에 LDL-C 70-99 mg/dL 인 경우나, 유전자 검사 결과 음성이나 FH가 의심되는 환자 (probable FH)에서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으로도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 PCSK9 억제제의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하며, “보다 많은 FH 환자들이 빠르고 효과적인 지질강하 치료를 받아 심혈관질환으로의 이행을 막고 심혈관사건 발생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도록 보험급여 기준의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가톨릭의대 윤종찬 교수, 서울의대 김학령 교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가톨릭의대 윤종찬 교수는 “PCSK9 억제제를 포함한 새로운 지질강하제들이 도입되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신약의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 및 치료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직 전국적으로 정확한 유병률도 조사되지 않아 외국에 비해 크게 연구가 부족하고 현재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등록사업 등이 더욱 확충되어야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대 김학령 교수는 “한정된 의료비 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큰 전제에는 동의하지만 PCSK9 억제제와 같은 신약이 꼭 필요한 환자들이 비현실적인 보험급여 기준 때문에 심혈관계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에서 실제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책간담회 참석자들은 추가적인 심혈관질환을 동반하지 않더라도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경증 질환’으로 취급해서는 안 되며,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지질강하 치료를 시행해 심혈관질환으로의 이행을 막고 심근경색이나 급사 등의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우리나라 고유의 현실적인 진단기준 및 현재 매우 복잡하여 실제 적용이 어려운 보험급여 기준의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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