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로 기대를 모았던 타우 표적 항체약 '세모리네맙(semorinemab)'이 다시 한 번 절반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작년 초기 환자(알츠하이머병 전단계 포함)를 대상으로 한 2상임상에서 유효성에 고배를 마신 뒤 선보인 두 번째 결과물이었다. 이번 2상임상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증도가 높은 경도~중등도 환자가 대상이었는데 인지기능 감소를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일부 혜택이 보고되기는 했다.

나머지 지표들에 개선효과는 없었으나 타우 수치 변화 등 복합평가지표 관련 추가 분석결과가 오는 11월 국제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앞둔 상황인 만큼, 최종 결과 판단에는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제약업계에 따르면, 위약-대조군 연구로 진행된 세모리네맙의 2상임상 'Lauriet 연구(NCT03828747)' 결과가 공개됐다.

세모리네맙은 스위스 바이오테크인 AC이뮨(AC Immune)과 글로벌 빅파마 로슈 제넨텍(Genentech)이 개발 중인 타우 단백질 표적 단일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약물로, 항타우 효과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관심을 모았던 주요 결과에 의하면, 세모리네맙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척도인 ADAS-Cog11(Alzheimer Disease Assessment Scale, Cognitive Subscale, 11-item version) 검사에서 인지 감소를 절반 가까이 늦추는 혜택을 보고했다. 연구의 복합 일차평가변수(co-primary endpoints) 가운데 하나였던 해당 지표를 위약군 대비 43.6% 감소시킨 것.

다만, ADAS-Cog11과 달리 복합 평가지표에 포함됐던 또 다른 지표들에선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효과가 관찰되지 않으며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애매한 평가가 나오는 분위기다.

#'타우 가설' 기반, 글로벌 빅파마 타우 항체약 개발 경쟁 속도전

알츠하이머병 발생의 양대 축을 담당하고 있는 타우 가설.

베아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 치료제와 함께 주목받는 것이, 바로 항 타우 단백질 표적약이다. 이들 치료제는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과는 다른, 타우 가설을 토대로 한다.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과인산화(hyperphosphorylation)되고 응집(tau aggregation)해 신경세포에 축적되면, 신경섬유 덩어리(neurofibrillary tangle, NFT)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러한 덩어리들이 신경세포 독성을 유발한다는 게 가설의 골자다.

실제 타우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들도 여럿 담금질에 들어간 상황. 이번 자료가 발표된 세모리네맙 외에도 바이오젠 고수라네맙(gosuranemab) 및 애브비 틸라보네맙(tilavonemab), 일라이 릴리의 자고테네맙(zagotenemab) 등 모두가 대규모 개발 자금이 투입된 글로벌 빅파마 작품이다.

#항타우 효과 첫 발표, 세모리네맙 Lauriet 연구 결과 어땠나

일단, 개발속도가 빠른 세모리네맙의 이번 2상임상 연구의 개요는 이렇다. 총 272명의 경도~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49주간에 걸쳐 세모리네맙의 치료 혜택을 위약과 비교하는 것이었다.

세부 결과를 보면, 세모리네맙 투약군은 위약군과 비교해 ADAS-Cog11 검사에서 인지 감소를 43.6%까지 지연시켰다. 혜택 입증에 필요한 통계적 유의성도 P값(유의수준)이 0.0025 미만에 들며, 세모리네맙의 인지 감소 지연 효과에는 합격점을 매긴 것.

그런데, 이러한 혜택에 무게를 두기에는 일부 지표 비교 결과 희비가 갈렸다. 통상 치매 선별검사에 널리 활용되는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e Examination, 이하 MMSE) 및 치매 중증도 구별을 위한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 이하 CDR-SB)를 놓고는 위약군과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다는 대목이다.

또한 일상생활수행능력(Alzheimer Disease Cooperative Study-Activities of Daily Living, 이하 ADCS-ADL) 비교에서도 기능감소를 개선하는 데엔 이렇다할 효과가 관찰되지 않은 이유였다.

#작년 발표 Tauriel 연구도 실패 경험 "대상 환자 중증도 달라"

앞서 진행된 2상임상인 Tauriel 연구(NCT03289143) 결과도 짚어볼 부분이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작년에 진행한 2상임상에서도, 일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하며 실패의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두 임상에 차이점은 있다. 이번 발표된 Lauriet 연구와 달리, Tauriel 연구의 경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중증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알츠하이머병 전단계 및 경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잡았다는 부분.

여기서 세모리네맙 투약군에서는 뇌척수액(CSF) 타우 수치에 따라 세모리네맙의 용량-의존적 치료 효과가 일정 부분 관찰되기는 했다. 하지만, 신경섬유 덩어리 가운데 신경세포 손상과 관련된 신경미세사(neurofilament light, NfL) 수치 측정결과를 비교했을 때 신경퇴행을 개선하는 어떠한 변화도 확인되지 않았다.

#"유효성 결론 두달 뒤로" 11월 CTAD 컨퍼런스서 추가 분석 예정

현재 평가는 분분하지만, 세모리네맙의 유효성에 확실한 결론은 두달 뒤로 미뤄질 전망이다. AC이뮨과 함께 공동 개발에 참여한 글로벌 빅파마 로슈 제넨텍은 Lauriet 연구의 오픈라벨 확장임상을 추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전히 관전 포인트는 타우 수치 변화다. 이번 Lauriet 연구에서도 총 타우 및 뇌척수액 내 타우 확산 수치는 아직 분석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임상데이터의 추가 분석자료는 오는 11월에 열릴 CTAD(Clinical Trials on AD) 컨퍼런스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개발사측은 연구 발표와 동시에 입장도 내놨다. 일부 복합 평가지표 분석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온지 않은 데 대한 답변이었다.

이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은 서서히 진행하는 만성질환인 반면 49주간 진행한 해당 2상임상의 연구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는 것. 결과적으로, 짧은 임상 평가기간으로 인해 세모리네맙에 제대로된 유효성 판정이 어렵다는 얘기였다.

AC이뮨측은 "항타우 단일클론항체약물의 치료효과를 파악해본 첫 번째 결과"라면서 "그럼에도 이번 결과는 꽤나 흥미로운 시사점을 던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지표들의 경우 세모리네맙의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며 "추후 진행될 오픈라벨 확장임상에서는 세모리네맙의 잠재적 가치 평가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뇌에 얼마나 많은 타우가 축적됐는지에 따라 타우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가 상반된 효과를 나타내지 않을까 한다"면서 "결론을 내리기 너무 이르지만, 항체 치료제가 타우 축적을 막는 대신 단순히 확산을 늦추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번 연구 공시와 동시에 로슈 신경과학부 글로벌 헤드인 Rachelle Doody 박사도 논평을 달았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로 세모리네맙이 표적하는 항타우 표적치료제의 역할을 이해했다.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은 셈"이라며 "질환 병태생리가 복잡한 알츠하이머병 분야에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등의 다양한 치료적 접근법을 연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알츠하이머병 분야 로슈와 AC이뮨의 인연은 깊다. 로슈는 자회사인 제넨텍을 통해 AC이뮨의 독점 기술인 SupraAntigen 플랫폼을 사용해 다양한 알츠하이머병 항체 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저작권자 © e-의료정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