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에효율적 치료 접근법인 인지중재치료가 주목 받고 있다.
치매는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획기적인 치료약물이 없는 가운데, 비약물적 접근 치료인 다양한 인지중재치료법들이 개발되어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2017년 창립되어 2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유승호 교수(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는 다양한 치료법들에 대한 검증을 비롯해, 문호를 개방하여 양질의 치료가 의료현장에 폭넓게 적용되도록 노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학회 창립 3년, 문호 개방해 의료현장 적용 넓힌다
“학회 창립 후 지난 약 3년 동안 인지중재치료에 대해 알리는 데 집중해 왔다면, 앞으로는 체계화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타 과 및 다른 직역에도 문호를 개방해 효과적인 치료법들이 의료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방침입니다.”
인지중재치료학회는 2017년 11월 17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주축이 되어 창립된 학회다. “치매는 약물치료에 한계가 있다 보니,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에서 관심 있는 분들이 각자 영역에서 필요성을 느껴 오래 전부터 인지중재치료에 대해 연구를 해 왔다”며 “이런 분들이 주축이 되어 학회를 결성, 각자 영역에서 개발된 많은 인지중재치료법들의 최신지견을 알리고 의학적 검증 및 개발 지원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에는 경도인지장애, 초기 및 중기 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지중재치료가 신의료기술로 인정되면서, 전국 치매안심센터와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주요 치매관련 상태에 대한 치료법으로 시행 중이며 향후 보험적용 및 이용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인지중재치료는 인지자극, 인지훈련, 인지재활 등 치매를 유발하는 뇌질환을 가진 환자나 일반 정상 노인을 대상으로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등의 치매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비약물적 활동이나 개입을 의미한다.
인지훈련은 기억력이나 주의력 등 특정 혹은 여러 인지영역을 개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시행하여 뇌의 가소성 및 예비력을 유도하는 치료이며, 인지자극은 지남력훈련, 회상요법, 토론, 음악치료, 미술치료, 원예치료 등 인지적 활동이 포함된다. 인지재활은 남아있는 인지기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일상생활의 기능장애를 줄여주는 것으로 어느 정도 진행된 치매환자에서 적용할 수 있다.
이 같이 인지중재치료의 범위가 매우 넓다보니 적절한 프로그램의 선택 및 적용 기준 마련과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의 수련이 중요하다.
유 이사장은 “학회에서는 수많은 치료법 중에서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며, “학회 발표 자체가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검증의 장이 되고 있지만, 좀 더 체계적인 치료법 정립을 위해 향후 적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자 학회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학회 개설 3년이 지난 만큼 앞으로는 문호 개방도 준비하고 있다는 유 이사장은 “신의료기술 가이드라인에 따라 인지중재치료에는 의사 뿐 아니라 간호사, 임상심리사 등도 참여 한다”며, 이에 “조만간 타 과 및 직역들에게도 문을 열어 치료법을 알리고 인력을 양성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인지중재치료, 디지털 치료와 접목해 다양하게 적용
인지중재치료는 치매 단계는 아니지만 경도인지장애 같이 객관적으로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경우에 주로 시행된다. 인지중재치료를 단독으로 진행하거나 인지기능 개선제와 같은 약물과의 병합치료를 하는 등 개인별 상태에 따라 치료법이 결정된다.
특히 “인지중재치료는 노인들의 치매 예방차원에서 효과적”이라며 “따라서 의료기관뿐 아니라 국가치매책임제 하의 치매안심센터에서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 이사장도 2009년부터 인지중재치료의 개발을 위해 동료들과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다양한 인지훈련프로그램을 접하고 ‘메타기억교실’이라는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메타기억교실은 단순한 기억력 증진 훈련 수준에서 나아가 전략적으로 인지기능을 활용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치료 시행 후 뇌 변화를 살펴보니 뇌의 용적 및 기능의 향상을 보여, 이 결과를 해외 저명학술지에 수차례 게재한 바 있다”며 “지금은 일부 대학병원 및 치매안심센터에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인지중재치료는 디지털 치료제를 구현하는 데 가장 유망한 방식이라고 강조하는 유 이사장. “디지털 치료는 그동안 수면, 중독 치료 등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에서 많이 구현되며 발전했다”며 “인지중재치료도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적용하기 쉽기 때문에 ‘메타기억교실’을 포함하여 많은 치료프로그램이 이미 모바일앱, 인공지능 스피커, 테블릿PC, VR 등 치료에 적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테블릿을 통한 인지훈련이나 가상현실 프로그램은 지금도 임상현장에서 많이 시행 및 연구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스피커도 치매안심센터에서 인지훈련을 시키면서 정서적인 상호작용을 돕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인지중재치료의 발전 방향에 대해 “외국에서는 뇌운동센터(brain fitness center)에서 운동, 명상, 바이오피드백, 약물 등 다양한 개입이 인지중재치료와 함께 인지기능 및 뇌기능 향상을 위한 치료로서 복합 클리닉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우리도 하나하나의 단편적인 치료보다 뇌기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종합하여 치료 분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 적고 부작용 거의 없어…난립하는 치료들의 길잡이 될 것
“인지중재치료 개발 분야는 방대하다 보니 난립하기가 쉽습니다. 제대로 된 연구를 세팅하고 의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결과를 도출한 프로그램을 임상실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학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인지중재치료의 디지털 치료제 개발은 IT뿐 아니라 제약계의 관심도 크다. 디지털 치료도 의학적 치료법으로 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약물 개발 대신 상대적으로 개발이 용이한 치료기술을 선점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디지털 치료와 관련해 대규모 연구가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
“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인지중재치료 개발은 비용이 적게 들고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며 “계속 개발되는 인지중재치료의 기본 프로그램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새 모듈 연구 및 검증을 통해 임상현장 및 지역사회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치매 예방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고 전했다.
치매가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치매 예방을 위한 다양한 인지중재치료를 연구, 개발, 보급 및 제도화하려는 학회의 노력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