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분야 표적항암제를 알츠하이머병 등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로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된다.

다름아닌 2세대 TKI(Tyrosine Kinase Inhibitor, 티로신 키나제 저해제) 계열 항암제로, 작용기전상 치매 발병과 관련한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 이상 접힘 등에도 다중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최근 제약업계에 따르면, 미국식품의약국(FDA)은 TKI 표적항암제 '닐로티닙(Nilotinib)'을 알츠하이머병 치매 치료제로 평가하는 3상임상 신청서(Investigational New Drug, IND)를 최종 승인했다.

여기서 IND 신청은 임상시험용 신약 개발과정 가운데, 최종 단계의 임상연구에서 사용되는 신약을 뜻한다. 해당 3상임상에 조만간 1,200여 명에 달하는 환자등록을 시작해 72주간 진행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재 닐로티닙은 글로벌 빅파마 노바티스가 개발한 2세대 TKI 계열 표적항암제로,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만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 '타시그나'라는 제품명으로 처방되고 있다.

이렇듯 혈액종양 분야 표적항암제 닐로티닙이 퇴행성 뇌질환으로의 영역 확장을 두고는 그럴만한 이유도 나온다.

닐로티닙의 경우, 퇴행성 신경변화가 일어난 동물 모델 평가에서 이미 기대감을 키웠다. 베타 아밀로이드(Aβ)를 비롯한 타우 단백질,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 등 관련 단백질 응집이나 단백질의 '잘못 접힘(misfolding)'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는 다중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보고됐기 때문이다.

통상 세포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고유한 접힘(folding) 구조를 갖게 마련인데, 단백질의 잘못 접힘이 발생하면 알츠하이머병 및 파킨슨병 등 뇌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와 관련해 표본 규모는 작지만 2상임상(NCT02947893)이 진행되기도 했다. 37명의 경도~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닐로티닙 투약군과 위약군을 비교해 유효성을 비교한 것이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전체 뇌 아밀로이드 수치는 닐로티닙 투약군이나 위약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전두엽의 경우는 얘기가 달랐다. 닐로티닙을 투약한 환자군의 전두엽에서는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가 감소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가 증가한 것이다.

또한 뇌척수액(CSF) 검사상 치매 발병에 관여하는 베타 아밀로이드42(Aβ42) 및 인산화(phosporylated) 타우 수치 모두 닐로티닙 투약군에서는 감소했으며, 뇌 해마 부피 감소 역시 줄었다.

따라서 이번 알츠하이머병 3상임상 돌입에도 충분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허가받은 닐로티닙의 해당 3상임상은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가진 환자 1,275명을 대상으로 이중맹검 방식의 위약대조군 연구로 시행된다. 연구는 72주간 닐로티닙 두 개 용량 중 한 가지를 무작위로 투약케 된다.

회사측은 브리핑을 통해 "퇴행성 신경질환 분야에서 TKI 제제의 활용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면서 "알츠하이머병의 다른 병인 바이오마커들 처럼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닐로티닙은 1세대 TKI '글리벡(이매티닙)'에 뒤이어 나온 2세대 TKI 제제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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