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문장 동방봉용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 동방봉용 변호사

환자와 의사 사이에 소통은 상호간 신뢰관계를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의사와 환자간 소통의 전제가 되는 기본적인 요소는 설명이다. 환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환자의 언어로 상세하고 충분하게 설명하는 경우, 환자는 그 의사를 신뢰하고 따르게 된다.

대법원은 설명의무를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다. 즉, 설명의무란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나 그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를 말한다(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다3421 판결). 설명의무는 헌법상 자기결정권에 기초한다(헌법 제10조).

반면에, 위와 같은 설명의무와 구별되는 것이 고지설명의무이다. 고지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는 무관하게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의무로서 환자의 병명이나 상태 등에 대하여 설명할 의무이다. 순수한 진단계약에서는 주된 의무가 될 수 있다. 예컨대 건강검진은 순수한 진단계약의 일종이므로 건강검진결과를 건강검진 대상자에게 고지설명하여야 한다.

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반면에 고지설명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의사로부터 환자가 알아야 할 사항을 고지받지 못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위자료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자는 구별된다.

예를 들면, 과거에 유방보형물을 삽입했던 환자 A씨는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초음파 검사하였다. 그런데, 초음파검사 결과 유방 보형물의 파열소견이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환자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경우, 건강검진은 순수한 진단계약으로서 자신의 신체에 대한 상태를 검사하여 이상소견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고, 파열된 유방 보형물이 체내 잔존하게 되면 감염의 위험성과 구형구축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이를 환자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은 고지설명의무위반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비록 유방 보형물 파열에 의해 신체상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고지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환자와의 신뢰관계 형성과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는 하나의 사례가 있다. C씨는 좌측 액와부 표피낭종성 병변으로 좌측 액와부 종양 진단하에 절제 및 조직검사를 받았다. 환자는 퇴원 후 경관관찰을 위해 외래로 내원하였다. 그런데, 좌측 액와부에 수술시 삽입한 드레인이 보이지 않았다. 담당의사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술부위 봉합사를 일부 제거한 후 확인하였으나 결국 찾지 못하였다. 환자가 재내원시 X-ray검사를 하였으나, 드레인은 찾을 수 없었다. 환자는 위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마취도 없이 수술부위 속을 헤집고, 드레인이 나오지 않자 제대로 봉합하지도 않았으며, 이로 인해 흉터가 크게 남고 통증 지속된다며 문제를 제기하였다.

위 사례는 자기결정권을 보호하기 위한 설명의무에 해당하는 사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수술 시 삽입한 드레인을 찾기 위해 봉합사를 일부 제거하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환자와 의사 사이에 소통이 부족하여 환자가 그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다. 이는 알 권리를 위한 고지설명의무와 관련된 사항으로 사라진 드레인을 찾아야 할 필요성에 대하여 환자의 눈높이에서 환자에게 구체적으로 충분히 설명하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면 환자가 이를 문제 삼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임상에서 짧은 진료 시간 안에 환자에게 모든 것을 세세하게 설명할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현실상 무리다. 그러나, 의사가 환자에게 환자의 상태와 이에 대한 치료과정 등을 충분히 설명하거나 고지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에 수긍하고 전문가인 의사를 신뢰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게 의사에게 충분히 설명을 듣고 수긍하였던 환자들은 추후 악결과가 발생하더라도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면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주저하기 마련이다. 환자도 이미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이해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치료과정에서 의사와의 소통이 부족했던 환자들은 대부분 그 때 나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설명해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에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다.

환자들은 자신의 질병을 치유할 목적으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며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다. 의료진이 경과관찰을 제대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당장 내가 아프고 힘든데 의사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소통, 그 전제로서 충실한 설명의무의 이행은 상호간 신뢰를 형성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소통을 통한 신뢰관계가 형성된다면, 의료서비스의 질은 향상될 것이고, 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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