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문장 최민호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 최민호 변호사

의료법은 일정한 자격 또는 요건을 갖춘 자만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중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와 같은 ‘자연인’도 있지만, 의료법인 및 비영리법인과 같은 ‘법인’도 있습니다. 특히, 의료법인은 의료법에 근거하여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법인에 해당하고, 산하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의료법인이 됩니다.

그리고 의료법 제64조 제1항은 의료기관 업무 정지, 개설 허가 취소 및 폐쇄 명령의 사유를 나열하고 있는데, 같은 항 제8호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거짓으로 진료비를 청구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때”에는 관할 지자체장이 반드시 해당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취소하거나 폐쇄를 명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의료법 규정을 보면, ① 자연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개설자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를 거짓 청구하여 금고형이 선고·확정된 경우 해당 의료기관의 개설 허가 취소 처분 또는 폐쇄 명령을 받는다는 사실에는 이론이 없지만, ② 의료법인의 대표자가 같은 이유로 금고형을 선고·확정받은 경우에도 산하 의료기관에 대해 개설 허가 취소 처분 또는 폐쇄 명령이 내려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의료법인 산하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의료법인이지 의료법인의 대표자가 아니어서, 문언적 해석방법에 충실하다면 의료법인 대표자가 진료비 거짓청구를 이유로 금고형을 선고·확정받더라도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8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이러한 의문점이 쟁점이 된 대법원 판단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A의료법인은 2013. 6. 7. 경상북도지사로부터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받고 경산시에 A병원을 개설·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A의료법인의 대표자 B는 2017. 6. 23.경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하여 요양급여비용 총 63,842,330원을 편취하였다는 범죄사실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받아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경산시장은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8호에 근거하여 A병원 개설 허가 취소처분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A의료법인은 경산시장의 개설 허가 취소처분이 법률유보원칙, 명확성 원칙 및 유추해석 금지 원칙을 위반한 위법한 처분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 소송에서 대법원은 ①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8호에서 “의료기관 개설자”라고 규정한 것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환자 등에게 진료비 청구권을 행사하는 법적 주체가 의료기관 개설자이기 때문인 점, ② 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서 진료비를 거짓으로 청구하는 범죄행위가 이뤄진 경우에도 해당 법인은 벌금형만 선고받을 수 있을 뿐 금고 이상의 형은 선고받을 여지가 없어, 만약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8호를 엄격한 의미에서 “의료기관 개설자”라고 해석하는 경우 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관해서는 해당 조항에 따른 개설허가취소처분 또는 폐쇄 명령이 불가능한 점, ③ 진료비 거짓청구가 이루어진 해당 의료기관에 대하여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8호를 적용하는 것이 책임주의 원칙에 위반된다거나 해당 법인의 영업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의료법인의 대표자가 진료비 거짓 청구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확정된 경우 해당 법인의 의료기관에 대해 개설허가취소처분 또는 폐쇄 명령을 하는 것이 법률유보 원칙, 명확성 원칙 및 유추해석 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태도에 따르면, 의료법인 산하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의료법인의 대표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의료법인 대표자가 진료비 거짓청구를 이유로 금고형이 선고·확정된 경우 의료법 제64조 제1항 제8호에 따라 개설 허가 취소 또는 폐쇄 명령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한편, 의료관계법령은 다른 일반법과 비교해 제·개정이 잦고, 그에 관한 해석도 정형화되지 않은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행정청의 처분이 과연 적법·타당한 것인지 다투는 사례가 많고, 법원에 의해 행정청의 판단이 뒤집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더욱이 의료관계법령은 의료분야의 특수성(고도화된 전문성과 기술발전) 때문에 선례가 없는 경우가 많아, 미리 해당 분야에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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