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위장관 증상으로  통증을 호소하지만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를 기능성 위장관 질환이라고 한다.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가 이러한 환자들에게 심리 사회적 치료 기반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취임한 최석채 이사장(원광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을 만나 기능성 위장관 질환의 현황과 효율적 치료를 위한 제도 개선점 및 학회의 주요 추진 사업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기능성 위장관 질환, 심리 사회적 치료 기반 만들어야

“속쓰림, 소화불량, 복통, 변비, 복부 팽만감 등 흔한 위장관 증상으로 각종 검사를 진행해도 특이한 소견이 없는 국내 환자가 전 인구의 약 40%에 달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반드시 심리 사회적 중재  및 치료가 병행되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죠.”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혈액·영상의학·내시경 검사를 실시해도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고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석채 이사장이 지난해 6개 대륙 33개국이 참여하는 로마재단의 '기능성 위장관 질환 유병률에 따른 의료기관 이용 현황 연구'에 한국 대표로 참여하여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능성 위장관 질환 유병률은 39%에 달했다. 이 같은 질환을 가진 경우 육체적·정신적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해 50% 환자가 위장증상으로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무려 19.7%는 1개월 한 번 이상 병원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위장관의 기능 검사법이 많은 발전을 했음에도 환자의 모든 증상을 설명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최 이사장은 “위장관에서 일어나는 모든 신호는 뇌로 전달이 되어 중추에서 이를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며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심리 사회적 변화는 중추 조절 기능을 변화시켜 증상을 유발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위장관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음에도 약제 및 생리학적 기능에서 이상소견이 없는 경우에는 반드시 심리 사회적 중재 역할 및 치료가 병행되어야만 한다는 것.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진료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정책적으로 내시경, 혈액검사 같은 검사만 할 뿐 스트레스 관련 검사나 이에 대한 치료는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최 이사장은 소화기기능성질환의 정신의학적 측면을 함께 진료하는 스트레스 클리닉을 국내 최초로 운영하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치료환경 조성을 위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중증코드’의 신설을 꼽는 최 이사장. “기능성 위장관 질환은 당뇨, 고혈압처럼 평생 조절해야 하는 병”이라며 “경증은 상관없지만 중증 환자들은 잦은 병원 방문과 불필요한 약제 복용으로 의료비용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고 삶의 질이 매우 저하 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약제의 급여화가 시급한 대표적 예로 ‘변비’를 꼽는다. “변비 약제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의 경우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80%이상 다중 복합제를 자가 처방을 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새로운 신약이 개발되어도 보험 급여 전환이 잘 안 되어 적절한 사용이 제한되고 있으며, 사용할 신약이 없다보니 의사들의 인식도 떨어져서 환자들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이에 이러한 제도적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진단의 발전으로 진단기준 더욱 세부적으로 변화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는 위식도역류질환, 기능성소화불량, 과민성장증후군, 장내세균 및 변비 등의 위장관질환을 연구하는 한국 소화기 분야의 중추적인 학회이다.

최근에는 진단의 발전으로 진단기준 체계가 더욱 세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위식도역류 질환 진단 기준의 변화다. “과거에는 증상을 근간으로 한 진단을 했지만 최근에는 로마 IV 및 Lyon기준 등에서 좀 더 생리학적 검사를 근간으로 한 체계적 분류를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식도 내압검사를 이용한 식도 운동 질환의 ‘Chicago 분류 4.0’, 변비진단검사법의 ‘London 분류’ 등도 최근 임상에 맞게 새롭게 개정, 분류됐다. 

이밖에 기능성 위장관 질환의 증상발생 기전에서 뇌장축(Bain-Gut axis)의 상호 연관성에 관련된 연구도 주목 받고 있다. 이는 뇌와 위가 연관돼 있다는 연구로, 뇌의 기능이상이 위장관 기능을 변화시키거나 내장과민성을 유발하여 위장관 증상을 일으킨다는 이론이다. 또 뇌기능의 이상은 장내 미생물총의 변화까지도 유발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반대방향으로 장내미생물총의 변화가 뇌기능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장뇌축 이론도 제시되면서 뇌와 장의 쌍방향 상호작용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 학회에서는 최근 ‘뇌-장축 연구회’를 신설해 새로운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세계적 수준 학회지 ‘JNM’ 위상강화 나선다

“세계적 수준의 학회지 ‘JNM’의 위상에 맞게 시스템을 정비하고 연구 지원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또한 표준화된 진료지침의 보급과, 소화기 기능성질환과 기능 검사법에 대한 총서 개정 작업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최근 기능성 위장관 질환의 국제적 진단 기준 마련에 학회 이사들의 참여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학회지 ‘JNM’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 실제 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와 Asian Neurogastroenterology and Motility Association (ANMA)의 공식 학술지이자 아시아 각국 유관 학회의 공식 SCI 학술지이기도 한 'JNM'은 임팩트 팩터가 4.5에 이를 정도로 미국, 유럽 학회지들의 수준을 뛰어 넘는다.

최 이사장은 “국내 의학 학술지 중에서 임팩트 팩터 4.5가 나오는 잡지는 흔치 않다”며 “이러한 위상에 맞게 세계화에 맞게 시스템을 바꾸고 리뷰 과정 시스템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표준화된 진료지침을 지속적으로 발행 및 업데이트 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5년 전 만든 ‘변비’ 진료지침을 아시아 주도적으로 업데이트 할 방침이다. 올해 학회 총서 개정작업의 일환으로 기능성소화불량증에서 헬리코박터 제균시 소화불량 증상 개선 여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개원가와의 학술 교류도 강화에도 나선다. 내과개원의사회와 5월 중 MOU를 맺고 학술대회 프로그램 및 발표자로 학회가 참여하고, 동시에 1차 의원 진료현장 상황을 반영하여 개원의사들과 대학교수들간의 학술 교류를 활성화하는 외부적 네크워킹을 강화할 방침이다.

객관적 검사에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고통 받고 있는 기능성 위장관 질환 환자들이 안정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에 적극 나서는 학회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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