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학회가 국제적 학술 교류 확대를 추구하는 한편, 국민 곁에 더 가까이 다가온다. 

올해 1월 임기를 시작한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은 국제화 확대에 주력하고, 회원 장벽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한 사회 속으로 다가가는 각종 사업을 추진하여 국민에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다짐이다. 의료정보는 5월 창간 23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의학 학술의 총 집합체인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을 만나 학술 및 다양한 사업 추진에 대해 들어보았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질환별 영어 가이드라인 보급

“임기동안 국제화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영어권인 홍콩,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들 국가에 질환별 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입니다.”

임기 동안 가장 주력할 사업으로 ‘국제화’를 꼽는 정 회장은 실제 지난 1월 취임 후 홍콩의학회와 2차 MOU를 맺고 학술지 교류, 학회 참석 인원에 대한 온라인 오픈을 협의한 바 있다.  

“우리나라 의학이 예전에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뒤떨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추월한 상태”라며 “일본의 경우 외국인들이 교육을 받으려면 일본어를 배워야 하지만, 우리는 영어로 직접 국제화된 의사들을 키우고 우리의 우수한 의학을 동남아시아 국가들에게 전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 일환으로 의학회에서 만드는 진료 가이드라인을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고혈압, 당뇨병, 천식 등 질환별 국제적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국가별로 현실에 맞지 않거나, 각 개별 학회의 전문적 가이드라인이라 1차 진료의사가 쓰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정 회장은 “몽골, 리오스 등 책값이 비싸서 아직도 80년 대 교과서로 공부를 하는 나라들이 있다”며 “이들 국가들에게 질병별 영어로 1차 진료 가이드라인을 PDF 형태로 보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의사 뿐 아니라 약사, 환자, 보호자 등으로 대상을 달리해서 1차 진료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도록 다학제가 참여한 가이드라인으로 준비하고 있다”며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의학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적극 나서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학문은 합쳐야 힘이 발휘 된다…회원학회 장벽 낮출 것’

현재 대한의학회에는 정회원 189개 회원학회가 가입되어 활발한 학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 회장은 앞으로 회원 학회의 장벽을 낮출 방침이다.     

“먼저 회원이 된 학회들은 비슷한 종류의 학회가 회원으로 가입되는 것을 거부하여 학술활동 평가가 높은 후발 학회가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며 “학문은 힘을 합쳐야 더 큰 힘이 발휘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와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의 예를 들었다.

처음에는 두 학회가 서로 반대했지만, 20~30년이 지나면서 서로 힘을 합쳐서 학회지를 영문판, 국문판 2개를 발행하고 있다. 특히 영문 학회지는 임팩트 팩터가 4.6이나 되는 세계6위의 학회지로 우뚝 섰다는 것. 이에 “회원 장벽을 낮추는 것에 대해 반대도 심하고 실제 힘든 면도 많겠지만 묵묵히 밀고 나가려고 한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학술 장벽을 낮춘다고 해서 학술활동 평가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은 아니다.

“실제 회원 학회 중에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학회도 있지만, 학술 활동이 뜸한 학회도 있다”며 “지난해 코로나19로 학술활동은 못해도 학회지를 내지 못하는 것은 학술활동에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학회지 발행이 적으면 경고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이 의학회는 학회지를 학술 활동에 중요한 잣대로 보고 있다. 실제 일부 개원의 학회들의 경우 정회원 자격 획득이 매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도 대부분 학술지 부분에서 탈락한다는 것.

“간혹 일부 학회에서는 비정상적으로 학술지를 쉐어하기도 있는데, 학술지에 전공이 몇 %를 차지했는지까지 체크 한다”며 “일부에서는 의학회가 ‘유유상종’이라고 불만을 갖는 경우도 있지만, 한번 들어와서 보면 시스템이 제대로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한의학회 자체도 세계 몇 안 되는 주간 학술지를 발행하고 있다. 국제 저널을 관리하는 모임이 전세계에 11개국 밖에 없는데, 대한의학회가 이사국으로 당당히 들어가 있을 정도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정부와 싸우기보다 국민과 함께가 먼저’

“새로운 의협 회장에게 바라는 점은 국민 정서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정권이든 의료계를 잘 봐주는 정권은 없습니다. 정부와 싸워서 이기려고 하기보다,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정부와 싸우는 투쟁을 밀어붙이고, 잘 되지 않으면 탄핵을 하는 구도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정 회장. 지난 의협 집행부에 3번이나 탄핵안이 들어온 것을 예로 들며 의협 구조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대의원회가 집행부를 감시하는 기능만 있으면 되는데 힘을 너무 많이 발휘하다보니 집행부가 일을 해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 이에 “정관상 문제이겠지만 차차 개선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단체들이 무엇보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는 정 회장. 이에 의학회에서도 솔선수범하여 ‘사회협력위원회’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진료 봉사 나가는 것을 사회봉사라고 생각하는데 전국 1일 진료권에서 무의촌 진료, 무료 진료는 의미가 없다”며 “그런 것 보다 실질적으로 사회와 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의사단체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이기도 한 정 회장은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아동학대 문제를 부각 시키는 것을 예로 들었다. 또한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에 소아청소년과가 살아남으려면 부모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생각하고 연구해서 참여해야 한다”며 “회원 학회들에게 협조를 구해 사회에 협력하고 참여할 수 있는 분야들을 발굴하고 행동으로 실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의학 학술들의 집합체로서 저개발 국가에 의학 교육을 전파하고 국민들 곁에 더 가까이 다가오기 위해 노력하는 대한의학회의 행보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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