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담배소송에서 승소한 캐나다의 사례와 함께 한국 담배소송이 승소하기 위해 필요한 요인을 점검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캐나다 담배없는 캐나다를 위한 의사회 닐 콜리쇼 연구소장이 세미나에서 화상으로 캐나다의 담배소송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캐나다 담배없는 캐나다를 위한 의사회 닐 콜리쇼 연구소장이 세미나에서 화상으로 캐나다의 담배소송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4월 1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담배소송 1심 판결,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2021 담배소송 국제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됐다.

캐나다 ‘담배없는 캐나다를 위한 의사회' 닐 콜리쇼 연구소장은 캐나다의 대규모 담배소송에서 승소한 과정에 대해 소개하며 한국의 담배소송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콜리쇼 연구소장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대규모 담배 소송의 절반이 캐나다(USA 외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캐나다 정부 및 캐나다 흡연 피해자들을 대신하여 10개의 모든 행정구가 담배로 유발되는 질병 치료의 회수비용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했으며, 이는 20세기 중반부터 발생한 5000억(한화 약 452조)을 초과하는 청구액이다.

특히 그는 “역사상 가장 큰 캐나다 재판 중 하나인 퀘백주의 소송은 담배 산업 행태의 50년을 돌아보게 한다”며 "퀘백주의 청구 소송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3개월간 재판 받았으며, 30번 이상의 중간 항소, 250일 이상의 청문회, 72명의 증인들, 42000여 개의 증거물이 제출됐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2015년 5월 퀘백 대법원과 2019년 퀘백 항소법원에서 ‘담배회사들이 법을 어겼기 때문에 흡연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6명의 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승소했다.

법원은 담배회사가 4개의 퀘백법을 위반했으며, 이에 100,000명이 퀘백주 흡연 피해자에게 150억 달러를 보상하라는 명령을 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 이후 세 담배회사는 2019년 3월 토론토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해 취득하여, 모든 담배 소송이 2019년 3월부터 정지되었으며 2021년 3월 20일이 되어서야 갱신되었다. 이에 법원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모든 소송 당사자들에게 비밀 협상에 참여하라고 명령했다. 그는 "협상은 2019년 3월부터 계속되고 있으나 끝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담배회사들은 평소처럼 영업을 하고 있으며, 22년이 지난 지금까지 퀘백 집단소송 피해자들에게 돈이 지급되니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콜리쇼 소장은 캐나다와 한국의 법원 판결에 대해 비교 했다.

2015년 캐나다 판결에서는 ‘회사는 공공 보건 당국이나 대중에게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을 직접 알리지 않은 것을 선택함으로써 고객의 건강보다 이익을 선택했다. 그 선택에 대해 어떤 다른 말을하든 그것은 엄청난 잘못이고 징벌적 손해배상의 맥락에서 고려되어야 하는 과실임이 분명하다’고 판결했다.

반면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0년 11월 판결에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들이 이 사건 대상자들에 대해 불법 행위를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들은 일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후 소송 성공의 요소에 대해 담배 업계와 싸울 때 필요한 요소에 대해 ▲최고의 변호사와 최고의 전문가가 오랜 시간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헌신 ▲절차적 통찰력 ▲담배회사의 문건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캐나다 소송에서 담배회사 변호사들은 재판 중 소송 진행을 늦추기 위해 30차례에 걸쳐 중간 판결에 항소했으나, 원고 측은 항소심 심리를 위해 재판이 멈추지 않도록 조치하여 두 법정이 동시에 진행되도록 했다.

또한 담배 회사들의 내부 문건들이 4만 건 이상 공개되었는데, ‘우리 제품이 중독성이 없다면, 우리는 다음 주에 우리 제품을 팔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공분을 샀다.

정부의 지원도 주효했다. 퀘백주의 2009년 담배 관련 손해 및 치료비 배상법은 원인 입증을 더 쉽게 만들었고, 청구에 대한 시간 제한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

이를 종합해 콜리쇼 소장은 “최근의 승리들은 수년간의 패배로부터 비롯되었다”며 “담배회사에 유리한 2020년 한국의 판단은 1990년대 초반 캐나다에서의 비슷한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는 정부, 변호사, 판사들은 법정에서 담배 산업을 이기는 방법을 30년 이상 동안 어렵게 배웠다”면서 “함께 일하고 서로에게 배우는 것은 결국 법정에서 담배업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회를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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